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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최근 계속해서 이용료를 올리는데다, 2023년에는 광고요금제,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닌 사람과 공유할 경우 추가 요금을 내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 추후 ott 가입자 1위 자리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다른 ott와의 경쟁에서 우선순위를 점하려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콘텐츠일 것입니다. 넷플릭스는 다른 ott에 비해 상당히 자극적인 컨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작년, '오징어게임'이 그렇습니다. '오징어게임'은 전세계적인 인기폭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또, 이런 오징어게임 덕에 역주행에 성공, 최근 시즌 2 역시 멋지게 마무리한 컨텐츠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제작한 '아리스 인 보더랜드'입니다. 

 

일본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유독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앨리스와 관련되어 파생된 만화, 소설, 영상 등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 컨텐츠를 여러모로 접하면서 자연스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었는데요, 이 컨텐츠 '아리스 인 보더랜드' 역시 그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바탕을 둔 이야기입니다. 일단 주인공의 이름이 아리스입니다. 아리스는 앨리스를 일본식으로 바꾼 이름이죠. 또, 여주인공의 이름은 우사기, 즉 토끼입니다. 그밖에도 시즌 1의 주요 등장인물 중 가장 중요한 캐릭터 중 한 명은 미치광이 모자장수이고, 게임에서 이길 때마다 습득하는 트럼펫 카드라던가, 후에 만나는 하트여왕 등이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합니다. 주인공 아리스의 행보 역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꼭 닮은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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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첫 장면에서 아리스는 집을 나와 시부야 스크램블에서 친구들과 조우합니다. 아리스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장난을 치다가 경찰을 피해 화장실에 숨는데요, 이후 잠깐의 정전이 나는가 싶더니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집니다. 아리스와 친구들은 의아해 하며 화장실을 빠져나왔다가,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늘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부야 스크램블이 적막에 빠졌습니다. 아리스와 친구들은 혼란에 빠져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 알아내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건물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얼결에 '방탈출' 게임을 하게 됩니다. 잘못된 답을 고르거나, 도망치려고 하면 목숨을 잃게 되는 방탈출 게임을요. 

 

등장인물들은 게임을 이길 때마다 트럼프 카드를 한 장씩 받습니다. 이 트럼프 카드에 적힌 숫자가 '체류 가능한 날'이 됩니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3 카드를 획득한다면, 3일간 살아있을 수 있는 겁니다. 3일이 지나면, 등장인물들은 다시 게임을 해야 합니다. 이기지 못하면 죽고, 이겨도 카드패만큼의 날짜만큼밖에 살 수 없죠. 아리스를 비롯한 다양한 등장인물들은 여러 게임을 전전하며 '대체 우리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건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같은 내적갈등을 역동적으로 풀어냅니다. 

 

시즌 1은 상당히 동적입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상태입니다. 등장인물들의 내적 갈등은 게임이라는 상황 자체로 표현됩니다. 그렇기에 이 컨텐츠를 보는 시청자를 몰입하게 만듭니다. 그에 반해 시즌 2는 훨씬 정적이고, 내적 갈등보다는 외적갈등에 중점을 둡니다. 시즌 1이 카드의 숫자패 이야기였다면, 시즌 2는 카드의 왕족패, 즉 게임이긴 게임인데, '인간 대 인간'의 갈등을 드러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시즌 1이 죽음 앞에서의 공포를 어떻게 이겨내는가 하는 해법에 중점을 둔다면, 시즌 2는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사는가' 와 같은 철학적인 질문에 좀 더 집중합니다.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내면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기에, 이야기는 정적이고 다소 몰입감이 줄어드는 감이 있습니다만, 뒤로 갈수록 이러한 철학적인 질문과 외적 갈등은 진한 페이소스를 끌어냅니다. 그렇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그러하듯 마지막 순간에 당연히 와야 할 그 결말에서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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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대부분의 게임 관련 컨텐츠가 그러하듯 누구나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나 그렇듯, '그러한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 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가장 뭉클한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무엇보다 주인공 아리스와 우사기의 행보일 것입니다. 주인공 아리스는 이른바 사회부적응자, 히키코모리입니다. 아버지와 동생은 상당히 뛰어난 반면 형인 아리스는 집에서 나오지 않고 하루종일 게임만 합니다. 그런 아리스가 원더랜드가 아닌 보더랜드란 이름의 이상한 나라에 떨어지면서 조금씩 변화합니다. 왜 살아야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고, 자신은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던 자기 자신을 조금씩 탈피하면서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인생은 원래 좆같은 것이다' '살아있으니 사는 것뿐이다' '그러니 같이 살자' 같은 마인드로 변하는 모습은 뭉클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아리스와 영향을 주고 받는 우사기의 성장 역시 매력적입니다. 우사기는 클라이머, 즉 등산가로 나옵니다. 우사기의 아버지 역시 유명한 등산가인데요, 우사기는 이런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아버지는 에베레스트를 무산소로 등정했다는 기록을 세웠는데, 알고 보니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소문과 매스컴의 압박에 휩싸여 실종되었습니다. 이른바 기레기들이 몰고 온 실종이었죠. 그런 아버지는 아마도 자살했을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합니다. 우사기는 그런 상황에서 혼자 남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 이상한 나라에 빠졌습니다. 

 

처음에 우사기는 그 누구보다 강인한 의지를 보입니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등산가로 살면서 그간 익힌 서바이벌 지식을 이용해 누구보다 뛰어난 적응력을 보입니다. 토끼를 사냥한다던지, 클라이머 실력을 뽐내며 게임 중 건물 벽을 오르내린다던지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점점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지는 아리스에 반해, 우사기는 점점 연약해집니다. 그래봤자 돌아가면 아버지도 없는 늘 혼자있는 매일. 차라리 이곳에서 죽어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거죠.  

 

강해지고 싶은 아리스, 약해지는 우사기. 이런 둘을 변하게 한 것은 사실 서로라는 존재였습니다. 아리스는 우사기에게 서서히 마음을 빼앗기고,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를 지키고 싶어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우사기는 그런 아리스의 마음에 보답하듯 그가 약해져 죽음에 가까워질 때마다 '널 위해 차라리 내가 죽겠어' 같은 자기희생의 면모를 보입니다. 이런 서로에 대한 강한 갈망은 게임을 이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됩니다. 그리하여 기나긴 이야기의 마지막에, 대부분의 '세카이계' 이야기가 그러하듯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랑이 세상을 구한다. 아니, 세상은 아니더라도 나는 구한다, 고 말입니다.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시즌 2로 일단 큰 이야기의 막을 내린 듯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이 궁금하신 분들은 얼마 남지 않은 2022년(음력 기준)을 바쁘게 뛰는 우사기, 그런 그녀를 좇는 아리스처럼 그저 살아있기 위해 넷플릭스에 접속하셔서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즐기시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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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STORY 2023.01.15 14:32
    어쩐지 시즌 2는 초중반이 너무 지루하다 했는데... 이유가 다 있었네요 ㅎㅎ
  • @STORY님에게 보내는 답글
    왼손은거들뿐 2023.01.15 16:07
    ㅎㅎ 좀 지루해서 띄엄띄엄 보게 되지만 다보고나면 나름 이유가 있어 보이죠~
  • 고산자 2023.12.31 16:14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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