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프리미엄 회차로 한 번, 오늘 정식 개봉 날에 2회차로 두 번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글을 임시저장했었는데 게시글로 올라가버렸었네요...
작가의 꿈을 꾸며 평범하게 대학을 다니고 있던 리쿠는 어느 날 학교 강당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미나미를 보게 되고 사랑에 빠집니다. 둘은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를 위했으며 미나미는 리쿠의 작가 인생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응원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인기 작가가 되어가고 있는 리쿠와 가수의 꿈을 포기한 자신 사이에서 간극을 느껴가고 있었죠.
드디어 창룡전기의 결말을 완성한 날에 리쿠는 미나미에게 상처를 줍니다. 가장 먼저 읽게 해달라는 미나미의 첫 소원도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의 첫번째 독자가 되어 달라했던 초심을 잃은 채... 리쿠는 미나미를 외면하며 집에서 나가 술에 취해 들어와 잠에 들었고, 다음 날 평행세계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일개 출판사 직원이 되어 있는 세계에서. 그 세계에서 미나미는 인기 가수이자 주인공이었고 미나미와 리쿠는 만난 적이 없으며 리쿠는 그저 미나미의 열렬한 팬이었죠.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의 시작입니다.
조금 아쉬웠던 영화라고 생각해요. 음.. 생각보다 너무 감정의 변화가 없었달까요. 분명 슬픈 장면인 거 같은데 눈물이 나오진 않는... 바로 전 타임으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개봉 당시에 한 번 보고 2회차로 관람했었는데 개인적으론 이 영화는 중간에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고 스토리가 예상이 가능한? 전형적인 일본영화지만 그래도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나모그세는 감정의 변화를 쭉 끌고 나가는게 아니라 뭔가 들쭉날쭉하게 만들어서 터져야 할 곳에서 터치지 못하는 느낌이었어요. 여기가 터져야 할 곳인가? 하는 부분도 딱히 없었던 것 같구요.
그리고 할머니의 존재가 너무 피곤했어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할머니도 리쿠와 같은 상황을 경험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가려면 소중한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한다는 부분, 미나미는 할머니를 유명하지 않은 가수라고 생각했는데 할머니는 본인을 가수로 활동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고 소개한 부분. 이게 치매라서 그랬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할머니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포기한 것이 평행세계에서의 ‘자신의 인기’라고 생각하면 리쿠의 조언자 역할로 등장한 할머니에게 정당성이 부여될 수 있거든요.
근데 보면서 계속 할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그냥 단순히 치매일까? 결혼반지의 의미는 무엇일까? 할머니가 재밌다고 했던 저 공책(실제론 빈 공책이었지만)은 어떤 내용일까? 꽤 오래된 공책 같은데 왜 계속 가지고 계셨던 거지? 이런 의문들이 계속 생각나는데 해소가 제대로 안되고 넘어가버리니 극에 집중이 분산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저의 영화 관람 포인트 때문일 수도 있긴 하지만, 감독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했다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어서 조금 덜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결말..도 아쉬운 점이 좀 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생략....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계기를 만들어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관람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가장 생각나는 장면?이 리쿠가 자신이 몰랐던 미나미의 새로운 모습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원래의 세계에서 소설을 쓰고 있던 자신에게 직접 요리를 해주는 미나미의 모습을 보며 요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미나미는 요리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고, 미나미는 리쿠에게 자녀가 없는 지금이 좋다고 말했었지만 사실은 아이 셋 정도에 강아지까지 키우는 시끌벅적한 가정을 원했었죠. 어느 누구보다 미나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리쿠는 지금까지 봐왔던 미나미의 모습이 모두 작가인 자신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미나미를 위해 창룡전기의 결말을 바꾸고, 미나미를 위해 평행세계에 남아 자신을 위해 가수의 꿈을 포기한 미나미가 아닌 성공한 가수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룬 미나미와 결혼하며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개인적으론 이 부분이 감독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위해 생각해보자. 그 사람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자.를 말하고자 했는데 이 핵심을 끌고 나가야 하는 큰 틀이 평행세계가 되어버리니 조금 어수선해진 느낌을 받았던 영화 ‘나를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였습니다.
한줄 평 : ‘내가 모르는 그녀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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