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나 카피로도 내용이 대충 짐작이 가서 자세히 찾아보진 않고있던 차에 운좋게 무코에서 나눔 받아 시사회로 봤습니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개봉하기 전에 후기를 쓰려했다가 좀 늦었네요
정권 아래서 일하는 가장 ‘이만’ 은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조하는 아내와 나름 순종적인(?)두 딸이 있습니다. 히잡 반대 시위가 격해지는 와중에 ‘이만’은 ‘수사판사’ 자리에 오릅니다. 그 자리는 시위 참가자들을 수사하고 중형을 선고하는 자리이며, 전임자가 그 일을 하지 못하겠다며 양심을 지키고는 쫓겨나 생겨난 자리였습니다. 처음엔 ‘이만’은 자신의 행위의 부당함에 대해 괴로워하지만 자신을 소개해준 친구나 가족을 위한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고, 이만은 시위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총을 지급받게 되는데, 시위 관련하여 딸들과 의견 충돌 후에, 지급받은 권총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작품은 이란의 여성 차별과 저항에서 시작하지만, 어느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이란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태' 벌어지고 있는 독재와 폭압을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거기에 저항하고 승리하거나, 혹은 스러지거나 하는 전개만을 예상하기 쉽지만 이 작품은 이만과 그 가족들이 서로를 새롭게 겪어내는 과정에서 놀라운 서스펜스를 보여줍니다. 국가권력과 개인과의 충돌은 사라진 총을 둘러싼 이만 가족의 갈등과 의심으로 치환되며 예상을 빗나가고 빗나갑니다. 터지지 않게끔 수긍하거나 숨겨뒀던 갈등은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터져버립니다.
이 작품은 단단한 메세지를 뿌리로 하면서도 스릴러와 서스펜스가 주는 긴장감을 놓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한 모든 것>이 차분하고, 예술적으로 주제를 표현했다면 이 영화는 굉장히 구조적으로도 잘 짜여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후반부의 로케이션까지 정말 탁월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단하게 뿌리 박혀있지만 도려내야 할 것들, 뿌리 뽑혀야만 하는 것들 위에 어떤 씨앗이 자라나야 하는지, 우리 자신이 한 국가의 하나하나의 씨앗이고 뿌리 라면, 우리가 무엇을 손에 쥐고 누구에게 어떻게 저항해야 하는지 이 작품은 적당한 타협이나 낭만에 빠지지 않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냈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던지라 중간중간 삽입된, 실제 시위현장의 참혹한 모습들은 참 보기 힘들기도 하더군요.. 영화를 보면 이란 뿐 아니라 그럴 듯하게 억압과 차별을 하고있는 다른 많은, 멀지 않은 현실들이 떠오르시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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