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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1950년대가 되자 TV 엔터테인먼트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영화관으로부터 관객들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헐리웃은 TV 산업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TV보다 훨씬 거대하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상영관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1952년에 등장한 '시네라마'(Cinerama)가 바로 그 시작이었다. 시네라마는 35mm 필름 영사기 세 대를 연달아 배치하여 초대형 스크린을 만드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본 20세기 폭스 역시 비슷하게 대형 화면을 만들 수 있는 포맷을 개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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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rama

 

시네라마는 대형 화면을 구현할 수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3대의 영사기를 동시에 돌린다는 점에서 영사 난이도가 높았고, 설치 단가도 비싸서 상영관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폭스는 더 값싸고 쉽게 시네라마 같은 화면을 만들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던 중, 1926년에 프랑스의 천문학자, 앙리 크레티앵에 의해 발명된 이미지 압축 렌즈인 Hypergonar에 대해 알게 된다. 그리고 이 렌즈 기술을 통해 아나모픽 렌즈를 개발하면서 시네마스코프가 탄생했다. 사실 이 렌즈 기술은 특허 출원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거의 30년 뒤에서야 폭스가 그 진가를 알아보게 된 것이다.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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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e with the Wind / 1939 / MGM

 

1950년대 당시 표준이었던 35mm 필름은 화면비가 최대 1.33:1이었고 대다수의 영화가 이 화면비를 크롭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 시네마스코프는 이 35mm 필름을 사용하는 대신, 아나모픽 렌즈를 통해 이미지를 1.33배 혹은 2배 압축하여 기록한 뒤, 상영 단계에서 역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서 좌우로 펼쳐 1.33:1보다 더 넓은 화면을 만드는 원리였다. 아나모픽 렌즈와 특수한 후반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만 빼면, 35mm 필름과 카메라를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제작 단가가 다른 라지 포맷에 비해 저렴하다는게 매우 큰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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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래 1.33:1로 기록된 이미지를 강제로 늘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했다. 네이티브로 와이드스크린을 구현하는 다른 포맷과 달리 이미지 왜곡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고, 태생이 35mm 필름이라 대형 스크린에 영사하기에는 화질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폭스의 렌즈 기술이 좋지 못해서 '볼거리'가 빈번하게 생겼는데, 이는 실제보다 좌우가 더 늘어나 배우의 얼굴이 마치 볼거리에 걸린 듯 퉁퉁 부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은 표현이다.

 

사운드가 기록된 별도의 자기테이프로 유성 영화를 상영하던 당시로서는 특이하게도 시네마스코프는 35mm 필름에 오디오 트랙을 삽입하여 사운드를 구현했다. 당시 자기테이프는 3채널이 최대였는데, 시네마스코프에 들어가는 오디오 트랙은 4채널까지 발전하여 뒤쪽에서도 소리가 나는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4채널 오디오를 도입하기를 꺼려하는 극장주들이 많아서 실제로는 이들을 위해 따로 제작된 모노 혹은 스테레오 프린트로 상영하는 극장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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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옆에 오디오 트랙이 삽입된 <펄프 픽션>의 상영용 35mm 프린트

 

시네마스코프의 화면비는 최대 원본 1.33:1의 두 배인 2.66:1까지 촬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상영 프린트에 오디오 트랙이 추가되면서 2.55:1로 축소되었고, 사운드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오디오 트랙의 너비도 넓어지면서 2.35:1까지 또 줄어들었다. 게다가 2.35:1 영화를 그대로 상영하면 편집할 때 필름을 오린 자국인 스플라이스가 보일 때가 많아서 영사 기사들은 영사기 렌즈의 상하를 조금 마스킹해서 2.39:1로 상영하고는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2.39:1이 오늘날 스코프의 표준이 되었다.

 

 

 

History

AFA_6753_1_1_TheRobe_1953_TechnicolorIV_R1B_Canon_MB_IMG_0926_anamorph_waifu2x_photo_noise1_scale.png

The Robe / 1953 / 20th Century Fox

 

본래 시네마스코프로 제작되어 개봉할 첫 영화는 마릴린 먼로가 출연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폭스는 로맨틱 코미디보다 대작 서사 영화로 제작 중이던 <성의>가 시네마스코프의 첫 영화로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성의>는 제작 중간에 시네마스코프로 포맷을 바꿔 다시 제작하면서 첫 시네마스코프 개봉작이 되었다.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은 개봉을 미루다가 <성의> 다음으로 개봉했다.

 

또한 폭스는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더 늘리기 위해 경쟁 스튜디오에도 라이센스를 판매했고 디즈니와 워너가 이를 구입하여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여럿 제작했는데,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애니메이션인 <레이디와 트램프>가 바로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라이센스료를 계속 지불하는데 불만을 가지게 되어 결국 각자 독자적인 아나모픽 스코프 포맷을 개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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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 and the Tramp / 1955 / Walt Disney

 

그리고 시네마스코프를 이어 파라마운트의 '비스타비전', MGM과 파나비전의 70mm 포맷이 개발되어 스튜디오 간 포맷 경쟁이 매우 심화되었다. 70mm는 당시 개발된 포맷 중 최고의 품질이었고, 비스타비전 역시 35mm 필름으로 촬영하는 시네마스코프보다 더 좋은 화질을 보장했다. 하지만 70mm와 비스타비전보다 제작 비용이 저렴했던 덕에 시네마스코프는 더 경제적으로 와이드스크린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그럼에도 35mm 필름의 화질에 대해 한계를 느낀 폭스는 더 큰 필름으로 시네마스코프를 구현하고자 했고, 전용 55mm 필름을 사용하는 '시네마스코프 55'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55mm 필름의 넓은 면적을 활용하여 삽입되는 오디오 트랙을 무려 6채널까지 확장할 계획도 세웠었다. 대표적으로 1956년 개봉한 <왕과 나>가 바로 시네마스코프 55로 제작된 영화였는데, 정작 전용 프로젝션을 따로 개발하지 않았던 탓에 실제로는 아나모픽 35mm 프린트로 축소 인화되어 상영되었다. 시네마스코프 55는 매우 비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70mm 필름에게 경쟁력을 잃어 빠르게 폐기되었다.

 

1970년대 즈음부터는 굳이 아나모픽 렌즈로 촬영하지 않아도 변환을 거쳐 아나모픽 스코프를 구현할 수 있는 테크니스코프나 슈퍼스코프 등의 저렴한 방식이 나오면서 본래 의미의 시네마스코프 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폭스의 아나모픽 렌즈보다 더 뛰어난 파나비전의 아나모픽 렌즈가 출시된 뒤부터는 폭스조차 더 이상 자사의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이렇게 폭스의 시네마스코프는 1967년 영화 <카프리스>를 마지막으로 끝나게 된다.

 

techni.png

 

폭스의 시네마스코프는 1967년에 끝났지만, 그렇다고 아나모픽 렌즈나 스코프 화면비까지 사장된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아나모픽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이를 써보고 싶어하는 필름메이커들이 많아져서 아나모픽 스코프 영화가 대폭 늘어났다. 필름 시대가 지나고 디지털 시대가 접어든 지금도 아나모픽 스코프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복잡한 필름 인화를 할 필요없이 디지털 스캔을 통해 쉽게 후반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아나모픽 모드를 지원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굳이 필름을 쓸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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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erance / 2022 / Apple TV+

 

요즘은 상하로 화면비가 확장되는 아이맥스의 등장과 HDTV(16:9) 디스플레이의 보급으로 오히려 스코프 화면비가 작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는 현대에 들어 HDTV 정도의 디스플레이가 더 친숙해진 바람에 퍼진 오해로, 사실 전용 디스플레이에서의 스코프는 HDTV보다 훨씬 넓은 인상을 준다. 실제로 코엑스 돌비시네마 같은 스코프 상영관에 가서 스코프 화면비의 영화를 보면 좌우로 넓게 펼쳐지는 광활함을 느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영화관은 영사 효율 문제로 플랫(1.85:1) 스크린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코프의 장점을 담아내지 못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라 라 랜드>는 오프닝에 시네마스코프 인트로를 삽입하고, 초기 시네마스코프 화면비인 2.55:1로 촬영하는 등 과거 시네마스코프 영화에 대한 헌사와 애정이 가득 묻어나는 영화이다. 비록 폭스의 아나모픽 렌즈를 구해다가 쓰지는 않았고 파나비전 렌즈를 쓰긴 했지만, <라 라 랜드>는 21세기 영화임에도 50년대 헐리웃 뮤지컬 영화의 인상을 주는데 성공했다. 아나모픽 렌즈로 촬영한 <로건> 역시 흑백으로 새롭게 DI를 거쳐 재상영한 판본의 오프닝에 시네마스코프 인트로를 집어넣어 헌사를 바쳤다.

 

La-La-Land-755.jpg

La La Land / 2016 / Summit

 

또 아나모픽 렌즈 특유의 이미지 왜곡을 영화 스타일로써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아나모픽 렌즈는 원형 렌즈만 들어가는 스피리컬 렌즈와 다르게 타원형 렌즈가 들어간다. 그래서 렌즈에 비춰지는 빛도 원형이 아니라 타원형으로 상이 맺히는 '아나모픽 보케'와 이미지의 가장자리가 살짝 휘거나 흐릿해지는 왜곡이 생긴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 센서는 와이드스크린 영상을 '네이티브로 왜곡 없이'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스코프 촬영을 위해 반드시 아나모픽 렌즈를 쓸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아나모픽 왜곡으로 별도의 보정 없이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낼 수 있다는 미학적인 이유 덕분에 아나모픽 렌즈가 여전히 쓰이는 것이다.

 

babylon.png

Babylon / 2022 / Paramount

 

시네마스코프 등장의 가장 큰 의의는 바로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TV 영상과 '시네마'를 확실하게 차별화하고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모으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세대를 막론하고 많은 영화인들이 시네마스코프에 대한 사랑을 표하고 있다. 비록 요즘의 관객들은 주류 디스플레이의 한계로 대부분 블랙바 속에 갇힌 스코프 영화를 주로 접하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스코프 상영관을 찾아 제대로 감상해보길 권한다. 스코프의 와이드스크린에는 플랫이나 아이맥스가 절대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것이 존재하니 말이다.


profile Supbro

영화 기술에 대한 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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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스포일러 2023.04.11 11:16
    재미난 글 잘 봤습니다.
  • profile
    아스탄 2023.04.11 11:27
    시네마스코프 영화 볼 때마다 극장 마스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profile
    냥코센세 2023.04.11 11:55
    이런 좋은글에 댓글을 안달수가 없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profile
    알수없다 2023.04.11 12:21
    완벽한 질적 상승의 글이네요.
    이후 연재될 수많은 칼럼들 기다리겠습니다:)
  • profile
    클로저 2023.04.11 13:06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씨네마코 2023.04.11 14:45
    정성가득한 칼럼 잘 봤습니다~ :D

칼럼 연재를 원하시면 <문의게시판>을 통해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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