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 감독님 영화는 구조를 엮어나가다 빵~ 터뜨리는 방식이 

뭔가 골조/로직을 짜고 한데 엮어서 건물/도시를 계획하는 제 전공과도 비슷해서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최애는 언제나 스필버그옹! ㅎㅎ :D

건축가들도 자기가 설계한 공간에서 시간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시나리오를 쓰곤 하는데요. 

항상 놀란감독님 영화를 보고난 뒤엔 희한하게 글 쓰기보다는, 모식도를 그려보며 파악해보게 되더군요.

예전에 <테넷> 도 이해해보려고 혼자 이리저리 끙끙거리며 다이어그램 그려보다가, 

나중에 알고리즘 짜준 리뷰들을 잔뜩 발견한 덕에 엄청 상쾌해진 기억이 있습니다. 

이해하기 보단 체험하라는 놀란감독님 이야기에 너무나 공감하지만서도, (전 T가 아닌 감성충만 F입니다. :D) 

이공계 특유의 해체해보고 다시 구조화해보고픈 욕망은 어쩔 수 없더군요. (직업병인걸지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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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은 빛이 입자와 파동 모두 가능하다는 모순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에너지란 핵분열과 핵융합 두 방향에서 모두 발생한다는 역설적인 원리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모순된 측면(=양자역학)을 가진 오펜하이머란 인물의 내면과 서사를 쫓아가며, 

그 안에 담긴 에너지를 폭발시키고(=분열),

그의 주변을 둘러싼 세계가 냉전이란 흑백논리에 따라 양 극단으로 뭉쳐져가는(=융합) 모습을 

폭탄 개발이란 메인 줄거리에 두 청문회를 더하는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더군요. 

(이것은 물, H₂O? 아님 에너지, E=mc²?)

 

어쩌면 프로메테우스 신화와 같은 오펜하이머의 엄청난 창조/과학적 성취에 (성부와) 

인간적인 치부와 약점을 고스란히 꺼내놓으며 그 죗값을 감당케 하고 (성자와) 

그를 둘러싼 주변에서 예상치 못한 바람이 불어오는 걸 보여주는 (성령의) 

즉, 구원과 종말의 새 장을 열어낸 오펜하이머의 이름으로 아멘~하는 영화가 아닐런지... 

(이것은 성삼위일체, 트리니티?!)

 

그가 머릿속에서 강렬하게 이해해보고자 꿈꾸는 우주/세상만물의 원리, 즉 물리학이란? 

블랙홀과 같이 인력이 작용하는 거대한 우주/천체에 관한 학문이기도 하지만,

아내를 꼬실 때 손을 당겨오며 이야기 했던 것처럼...

인간 또한 하나의 작은 우주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오펜하이머>는 우주영화일지도!!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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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철저하게 오펜하이머라는 한 인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원자폭탄의 폭발씬과 같은 스펙터클한 장면을 기대하신다면 오히려 실망하실 듯 합니다만, 

인물에 집중해서 보시면 마치 프로메테우스의 간이 쪼이는 듯한 느낌으로

엄청나게 빨려들어가다가 피폭당하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놀란감독님의 이번 영화는 전작 테넷에 비해선 그다지 복잡하게 꼬여있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세가지 시간선의 플롯을 꼬아내서 하나의 사슬(chain)로 엮어내고 있더군요.

그래서 전 연쇄반응(Chain Reaction)처럼 줄거리를 그냥 쭈우우욱~ 따라가며, 

그 안에 담긴 모순들의 고리들을 한번 짚어봤습니다. 

다만, 파란색/회색 선은 두 청문회가 너무 복잡해서...

오피를 끌어당기는 힘(인력)과 오피가 밀어내는 힘(척력)으로 보기쉽게? 재구성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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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큰 줄기를 살펴보면, 오프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해

빛의 입자vs파동이란 모순을 받아들인 양자역학마냥 오피의 모순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요. 

독사과 ▶ 커뮤니티  ▶무게 ▶ 인력이란 주제로 이어지다가, 

섹스씬 후 빵~하고 사막에서 블랙홀을 상상한 다음, 핵분열에 성공했다는 신문기사가 나옵니다.  

이후에는 과학자로서의 삶의 방향 ▶ 어울리는 위치 

▶ 확률(near 0) ▶ 선물(삶과 죽음)의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청문회를 통해 각 가로축의 사슬을 엮어나가면서 오피를 계속 조여오지요. 

 

한편, 트리니티 실험이라 불리는 원자폭탄의 폭발이 성공하고 난 뒤, 

그에 대한 후폭풍으로 일본 원폭투하를 기념하는 연설 중에, 오피의 안에서는 모순된 감정이 끓어오르는데요.

나중에 슈뢰딩거의 고양이마냥 청문회장에서 뚜껑이 열린 그는...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물가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나 생각에 잠기며 끝이 납니다. 

그럼, 이제부터 그 모순된 고리들의 연쇄반응을 숫자 23에 맞춰 하나하나 엮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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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열 vs 융합 : 청문회라는 모순 탐색의 고리/사슬(chain) 

이 영화는 물웅덩이를 바라보는 오펜하이머로 시작해
물가에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오펜하이머로 끝이 납니다. 

참고로 (H₂O)은 수소(H)와 산소(O)의 결합물인데요. 

한낱 가벼운 수소를 이용해 만든 폭탄의 위력이 나중에는 '슈퍼'하게 커진다는 점에서 

굉장히 의미심장한 도입부인 듯 합니다. 

비오는 날 물방울(입자)이 떨어지며 물결(파동)이 이는 걸 바라보던 그의 모습 뒤로,  

인간에게 불(에너지)을 선물해 준 프로메테우스의 신화가 나오며... 

그에 대한 죄값으로 (끊임없이 간이 쪼이는)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었다는 자막이 이어집니다. 

 

을 선물한 뒤, 사슬(chain)로 결박당해 고문을 당했다는 오프닝 내용은...

이 영화가 핵폭탄 개발의 연쇄반응(chain reaction)으로 그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줄 거란걸 암시하는군요. 
이후로 그가 받게되는 형벌과 다시한번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전복되는 두 재판 아닌 재판장씬...

-Fission(핵분열) : 원자폭탄을 의미하는 듯한 오펜하이머의 컬러 청문회와,  

-Fusion(핵융합)수소폭탄을 의미하는 듯한 스트로스의 흑백 청문회 장면이 나오게 됩니다. 

개인적으론 두 청문회 모두 후반에 정보(중성자, 중수소)들이 마구마구 융합할 땐, 
꼭 수소폭탄이 터질 것처럼 엄청 쫄리더군요. 

만약 메인 줄거리를 산소와 같이 여긴다면?! 

아아... 어쩌면 이건 (H₂O) 같은 영화일지도! :D 

 

 

2. 이론 vs 실험 : 선악과라는 독이 든 성배(science)

실험실에서 실수가득한 모습과 자기 지도교수를 죽이려한 그 유명한 독사과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이 때 그의 머릿속에 있는 물리학적 세계인 빛의 입자로서의 모습과 파동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자신을 핍박하는 지도교수와 자신을 인정하는 닐스 보어의 대립 구도 가운데 이 독사과가 놓이는군요. 

노린 건 교수(독일)지만, 정작 집어든 건 보어(일본)라는 점에서...

마치 핵폭탄을 의미하는 듯한 이 독사과를 보어가 못먹게 쳐내는 오피! 

바위를 들었을 때 예상치 못하게 뱀이 나오곤 한다는 닐스 보어의 말처럼, 

선악을 알게 하는 사과(과학이론의 열매)를 먹게 하라는 뱀(과학자)의 유혹에 빠진 이브는 
오히려 두 교수가 아닌 오피 일지도...  

그리고 이때 닐스 보어는 대수학은 음악의 악보와 같으니, 음악을 들을줄 알면 된다고 말해줍니다. 

 

"Can you hear the music?" 

 

어쩌면 이 때부터 오펜하이머는 음악의 연주자보다는 지휘자에 가까운 성향을 키워나간게 아닐런지... 

실제로 수학 덕후 중에 음악 덕후가 많답니다. (실은 저도 음악이 아름다운 수식을 짜는거라 생각해서 좋아하는...ㅋㅋ) 

물리학 이미지(입자+파동)들과 아름다운 지구의 풍경, 괴팅겐 대학의 모습이 이어지며,

뜨겁게 타오르다 죽어가는 하늘의 별 이미지와 함께 뉴멕시코 의 사막과 (에너지)

반짝이는 유리잔(광물/천체)을 깨트리는 그의 모습이 나옵니다. 

성배를 찾아나가는 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란 시집을 찾고, 

보이지 않는 면을 한번에 드러내는 입체파 화가 피카소의 그림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여인'(1937)을 보며, 

마치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산 제물을 바치는 곡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The Rite of Spring)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것처럼, 

양자역학의 모든 차원들을 받아들이게 되는 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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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범함 vs 평범함 : 그가 속한 집단(community)

뒤이어 아인슈타인 vs 스트로스와의 만남이 나오는데요. 

좋은 환경(commute)을 제공했다는 스트로스에게 오피는 그놈의 '커뮤트'가 제일 문제라고 말합니다. 

그가 속한 사회/커뮤니티는 과연 어디였을까요? 

양자역학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을 구세대로 치부하면서도 나름 존경하는 듯 합니다만, 

확실히 비천한 구두판매원(common man)이었던 스트로스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인물입니다. 

여기서 스트로스의 자격지심(complex)을 건드린 그는 

나중에 그가 어울린 공산주의(Communism) 이력에 의해 발목을 잡히게 되지요.  

 

그렇다면 양자역학 이론의 산실인 네덜란드 괴팅겐에서는?? 

유대인의 전통을 따르는 라비와는 미묘하게 다른 재수탱이 유대인 오펜하이머는, 

그곳에서 라비가 소개해준 또다른 재수탱이 천재독일인 하이젠베르크를 만나게 됩니다. 

학문적으로 서로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고 게다가 이론 물리학자로서 나아가는 길도 비슷하지만,

나중에 나치를 위해 일하게 될 하이젠베르크와 미국의 카우보이+유대인 오피는

완전히 다른 커뮤니티에 속해 있지요. 
개척(frontier) 정신이 충만한 그는 그렇게 양자역학의 불모지 미국으로 가게됩니다!

 

 

4. 정치 vs 학문 : 무게감 있는 별(star)이 된 오피

칼텍과 버클리 두 대학의 교수로 임용된 오피,

아아.... 그는 뭐든 다 중첩되는 인생이로군요? :D 

바로 옆방을 요구할 정도로 가까이두고 싶어한 이는 

의외로 이론이 아닌 방사선 가속기를 만든 실험 물리학자 로렌스입니다. 

자신과는 다른 것에 강렬하게 이끌리며 이곳에서 커뮤니티를 이루는 오피!

마치 전자를 끌어당기는 원자핵의 인력처럼 로마니츠 한명 뿐이던 오피의 수업은 금방 입소문이 나게 되고,

그의 주위는 항상 많은 학생(전자)들로 뱅글뱅글 둘러싸이게 됩니다. 

 

그러나, 용광로가 식고 균형을 잃은 별이 수축하게 되는 과정에 대한 이론 설명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던 별은 죽어갈 때 오히려 밀도가 증가하고 중력이 증가한다는 부분이 꽤 의미심장합니다.

이건 마치 그가 점차 많은 이들을 끌어당기는 단단하고도 무거운 거물★이 될거라는 걸 예고한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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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자산 vs 재산 : 다른 것에의 끌림(gravity)

청문회에서 그의 좌익활동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를 걱정해주는 실험 물리학자 동료 로렌스에게 오피는 통합적인 사고를 이야기하며,  

사회/공산주의자였던 피카소, 스트라빈스키, 프로이트, 마르크스를 들먹입니다. 

그나저나 위 인물들은 이공계가 아닌 예술/인문 계통이기도 하군요. 

자수성가한 아버지 덕에 꽤 부자였던 오피는 오히려 사회/공산주의와 같은 좌익사상에 호기심을 갖는데요.

어쩌면 현실과는 괴리된 자신의 학문(이론 물리학)에 현타가 와서...

오히려 일종의 사회 실험인 공산주의와 현실 정치의 영향력에 끌리게 된 것일지도요. 


오피는 동생을 따라 공산주의 모임에 나가 이 이념에 심취한 여성 진 태트록을 만나게 됩니다. 

유연한 사고를 표방하는 오피에게 사상적 확신을 가진 그녀는 너무나도 다른 존재인지라,

왠지 지적 호기심에 끌리게 된 것 같기도... 

그러나 자산(property)과 사유재산(owner-ship) 차이처럼 

애인이 될 수는 있어도, 자신의 아내가 될 수는 없는 진이로군요. 

 

 

6. 육체적 vs 지적인 매력 : 인력과 충돌(love/collision)

15세 등급 논란이 있는 듯 한 이 섹스신은 매우 상징적으로 쓰인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탈인간급으로 지적인 그가 육체적인 면을 드러내는 지극히 인간적인 장면이거든요. 

정신과 의사였던 진은 앞서 오피가 로렌스에게 언급한 프로이트의 책을 발견하곤,  

자기는 이 더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데요. 

저는 킬리언 머피가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persona)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단히 주체적인 인물인 진이 주도하는 여성 상위의 체위를 보며, 

융의 아니마(남성의 무의식 속 여성성)와 아니무스(여성의 무의식 속 남성성)란 개념이 떠오르더군요. 

성행위는 묘하게 모순된 이 둘의 결합처럼 보이던...

 

게다가 지적으로 산스크리트어로 신화를 읽으며 나는 파괴자란 단어를 (hole)에 올리면서, 

아래(hole)에서는 어찌보면 생명을 창조하는 일인 육체적/인간적인 섹스를 하다니?! 

정말 끝내주는 혼종의 씬이라 엄청 인상깊더라구요. 

(감독님... 그런 거 좋아하시는구나?! :D) 

 

이후에 동생, 로렌스와 함께 을 보러 간 오피. (아하? 이래서 아무것도 없는 사막을 좋아하는 거구만?!!!) 
동생 프랭크가 자기는 공산당원인 웨이트리스와 결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당원가입/결혼에 대해 이건 과연 실수인가 vs 행복인가란 질문을 던져보다가...

하늘을 보며 엄청난 인력, 즉 모든 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hole)을 상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암전과 함께 다음에 가볼 사막은 로스 앨러모스라 말하는 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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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실수 vs 행복 : 무거운 우라늄의 핵분열과 블랙홀(hole)

오피는 진의 손을 놓쳐버릴 정도로... 

인간보다는 의 섭리와도 같은 과학에 더욱 강렬한 이끌림과 사랑을 느낍니다. 

핵분열이 성공했다는 뉴스는 오피의 길을 다른 방향으로 몰아가는군요. 

원자(atom)는 자기자신을 쪼갬으로써 오히려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하고, 

그 연쇄반응으로 어마무시한 폭탄을 만들수 있으며, 

또한 이 소식을 접한 과학자라면 누구나 이 사실을 깨닫게 되는 상황~!!! 

 

"No more flower!" 

 

이제 오피는 더이상 그녀와 함께 할 수 없을 듯 합니다. 

게다가 F.A.E.C.T 모임에 참석하며 교내의 노조활동을 적극 찬성하던 오피는...

만약 이를 계속하면 과학자로서의 중요한 과업에 참여할 수 없음을 슬슬 깨닫게 되지요.

그리고 블랙홀의 논문발표와 동시에 들려오는 히틀러의 침공소식!!!

마치 무거운 우라늄과도 같은 거물급의 과학자인 그는

아마 을 줄 수 있는, 즉 그녀의 인생에 을 가져다주는 평범한 남자가 되기는 힘들 겁니다. 

 

 

8. 인간 vs 일 :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핵심(atom)은?

너무나도 다른 진 태틀록에 이끌렸지만, 뭔가 계속 어긋나던 오피는 

과학자로서 일을 하려면 공산주의와 손절해야하는 순간에,

공산주의로 인해 전전남편을 잃고 그 사상에서 떠나게 된 키티에게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인력에 관한 입자/빈 공간 같은 물리학적 쌉?소리로 손을 끌어당기며 유부녀를 꼬드기다닛!! 와아......) 

진과는 뉴멕시코 사막에 같이 간 장면이 없으나,

키티와는 계속 여기서 데이트를 한 걸로 보아... 

아내와 함께하는 삶은 마치 광활하게 비어있는 불모지의 공간에서... 

과감하게 과학자로서의 대의명분의 길을 달리겠다는 걸 의미하는 듯 싶네요. 
(하긴 유부녀였는데 애부터 만들고 쾌속이혼-결혼했던 두사람이니...)


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뉴멕시코 땅의 사막이란 공간에서, 

노조찬성이라는 현실/정치적 신념보다는...

우주의 힘과 핵분열이라는 이상의 실현을 인생의 중심(원자핵)에 두고, 

유대인을 핍박하는 나치에게 대항한다는 대의명분(전자)들이 휘감고 있는... 

즉, 과학자로서 성취(원자)를 이루는 삶이야 말로 그가 진정으로 이끌림을 느낀 길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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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육아 vs 대의 : 일반적인 vs 특별한 삶의 방향(direction)

현실보다 이상을 향한 특별한 길을 택한 그는 과학계의 거물로서 스트로스를 눌러야하는 자리에 초대됩니다. 

동위원소 수출 건에서 샌드위치 같은 너무나 평범한 것들을 들먹이며 일반인에게 모욕감을 선사하는 오피.
전에 아인슈타인을 만났을 때 미움의 씨앗을 심었다면, 
여기선 훗날 보복을 결심하게 만든 을 틔우게 됩니다. 

마치 아이가 울어대는 일반인의 현실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고, 

공산주의 당원인 슈발리에에게 애를 맡겨버린 채, 

아내와 함께 광활한 뉴멕시코 사막을 달려나가는 것과 비슷하군요. 

 

평범한 햄버거 가게도 열지 못할 듯한 그는 그로브스 장군을 만나자마자, 

미국에 처음 양자역학을 들여온 특별한 사람으로서 

마치 확인하기 어려운 두 속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양자역학이 곧 자기자신인 것 마냥,

지금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상대인 독일측 상황을 한꺼번에 직관적으로 이해하며 풀어냅니다. 

그리고 블랙홀처럼 수많은 과학자들을 자신의 앞으로 마구 끌어당기는 오피.....

 

 

10. 군인들의 보안 vs 과학자들의 소통 : 나에게 어울리는 위치(position)란? 

그로브스 장군 휘하의 군에서 관리하는 이 맨하탄 프로젝트는 보안상 구획화(compartment)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피가 처음 칠판에 그리는 건 철도를 통해 한 곳으로 미국의 모든 자원들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분열적인 이 과학자들을 한데 모아 총력을 집중시키는, 즉 일의 효율성(efficiency)을 추구하지요. 

현장에서 군복을 입고 이론(T), 실험(E), 채굴(M), 무기(O) 부서를 구획하던 오피는

유대인 친구인 과학자 라비의 진심어린 잔소리 덕분에

군복을 벗고 모자와 파이프담배를 다시금 입에 문 채, 

과학자들과의 소통을 진두지휘해나가는 총 감독(director)이 되는군요.

드디어 그에게 딱 어울리는 옷을 찾아입은 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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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대기의 점화 vs 숲에서의 힐링 : 가능성 0으로 수렴(convergence)

맨하탄 프로젝트의 총 감독으로서 끊임없이 과학자들과 어울리며 소통을 해나가던 오피는 

자칫 폭탄 때문에 대기가 점화해 세상이 끝장날 수 있다는 가설을 보곤, 

구세대 과학자로 치부했던 아인슈타인에게까지 찾아가 조언을 구합니다. 

해당 문제는 지구의 공기가 소멸된다는 것인데, 

나치에게서 탈출한 괴델이 힐링삼아 바람을 쐬던 곳이 나무숲이란 건 묘하게 서로 연결되는 듯 하네요. 

(엘리멘탈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기에 자꾸 떠오르는 공기+나무의 중요성! :D 아아~과학원리 2탄 언제 올리징;;) 

게다가 폭발의 연쇄반응으로 대기가 점화할 가능성과 

나치의 광기 폭발에 의해 괴델이 독살될 가능성은 

모두 확률이 지극히 낮아서 0에 수렴하지만, 완전히 0은 아니란 점 또한 비슷해 보입니다. 

 

 

12. 애국자 vs 간첩 : 확답할 수 없는 확률(probability) 게임

청문회에서 스트로스가 장관직 임용에서 탈락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보좌관의 이야기와,

오피에게 러시아에 전할 정보가 있으면 말해달라는 슈발리에의 제의 역시 확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건 마치 오피가 공산주의자/간첩이었을 확률은 0에 가깝지만,

완전히 0은 아니란 이야기로도 느껴지더군요.

양자역학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었을지 살았을지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정해지 않았다는 이론이기도 한데요.(불확정성)
그가 진짜로 어떠한 사람인지 엄청 헷갈릴 정도로 모호하게 연출했더라구요.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라는 아인슈타인의 비판처럼, 

양자역학은 확답을 내리지 않는 확률적 이론이란 점에서 착안한 것도 같기도...


그 뒤로 흑백화면의 핵융합 청문회에서는 

"증언할 과학자가 누군지 알아봐!" 란 스트로스의 신경질이 이어집니다. 

냉전으로 인해 흑vs백, 선vs악, 좌vs우를 확실하게 나누던 매카시즘이 만연했던 당시, 

한쪽 편을 들어야하는 이분법을 깨트리고 과학적 사실로서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이들, 

즉 뉴멕시코의 로스 앨러모스가 아닌 시카고에 있던 제3의 과학자(핵의 실사용 반대주의자)들의 존재를

은근슬쩍 떡밥으로 깔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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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부터 오피의 청문회는 아래에서부터 하나하나 융합해나가며 그를 옭아매기 시작하지요.  

++오펜하이머3_세로b.jpg

 


연쇄반응 전체리뷰는 우라늄-235, 우라늄-238, 플루토늄-239의 질량에 착안해서 

숫자를 23개로 (약간 어거지로) 맞춰봤는데요.

글이 너무 길어져 연쇄반응이 오피의 임계질량, 즉 통제력(Control)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폭발하는 이야기 고리 11개는 다음편으로 넘길게요~ 

(To be continued...)

 

오펜하이머pp1.png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nashira/16


profile Nashira

밀리터리, 역사장르와 아드레날린+광활한 풍경+저음 사운드를 사랑하며,

건축+도시, 음악영화에 관한 글을 쓰곤합니다. 

https://brunch.co.kr/@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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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무코님 2023.08.20 05:55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미처 몰랐는데 갖가지 상징이 많이 녹아들어있었네요. 다시 한 번 영화를 곱씹어보게 되는군요.
  • @무코님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8.20 12:46

    오펜하이머의 인간관계가 마치 대표적인 과학 개념을 상징하는 것 같더라구요.
    시적으로 스토리를 풀어낸 거 같은데, 막상 해석해보니 물리학이 뿅뿅 튀어나오는...ㅋㅋㅋㅋ

  • profile
    다크스타 2023.08.20 08:27
    와 엄청난 문장력이시네요. 읽으면서 감탄했습니다👍
  • @다크스타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8.20 12:48
    오~ 다행입니다. 길이가 넘 길어서 혹시 글이 눈에 잘 안들어오면 어쩌려나 걱정했었어요. ㅎㅎ
  • 언더덧 2023.08.20 08:57
    글 잘 읽었습니다 🤩👍
  • @언더덧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8.20 12:48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

  • profile
    Sierra 2023.08.20 17:58
    논문을 쓰시는군요.😮👍
  • @Sier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8.20 18:48
    이게 다 놀란감독님 탓입니다! ㅋㅋㅋ 
    청문회에 소환해야돼요! 
  • @Nashi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Sierra 2023.08.20 21:20
    벌을 주려는게 아니라 몰아내시려는 거군요😵‍💫😫
  • @Sier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8.20 21:58
    아앗?! 아... 아닙니다. 실은 전 그저 악수하고 메달을 걸어드리고픈...ㅋㅋㅋ
  • @Nashi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Sierra 2023.08.20 22:22
    ㅋㅋ 센스 넘치시네요.😆👍
    주말 마무리 잘하세요.
  • 히폴리타 2023.08.22 09:10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 @히폴리타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8.25 09:32
    아앗... 제가 댓글 뜻을 이해를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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