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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편은 저의 이과력/덕력?이 너무 과해서 의사소통이 망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이번엔 최대한 제 문과력을 끌어와서 한번 끝말잇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전 글을 청문회 측면에서 재구성한 거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 

https://muko.kr/column/3459223

https://muko.kr/column/3486131

 

전 이 영화가 거대한 하나의 회귀형 플롯이라 생각하는데요. 

생명체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로 시작해서 로 끝나기도 하지만,

가장 괴로웠던 청년 시절을 상상하기 직전, 

도입부 청문회장에서 검사 롭은 "그때가 더 행복했나?"(Happier?)란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블랙홀을 상상하기 직전, 오피의 동생은 공산당의 입당+평범한 재키와의 결혼을 앞두고

이건 "실수인가? vs 행복인가?" (Mistake vs Happy)에 대해 오피와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그 뒤에 오피는 진을 버리고 키티와 결혼해,

공산주의와 연을 끊고 맨하탄 프로젝트에 뛰어들게 됩니다. 

엔딩에서는 모든 고통을 받고 난 뒤의 말년 시절을 상상하며,

오피의 동생이 "형 행복이 곧 내 행복~!" (You're Happy. I'm Happy)이라며... 

오피가 했던 똑같은 말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요. 

 

어쩌면 이 영화는 오피에게 핵폭탄을 만든 게 실수인지, 행복인지?! 

그리고 이걸 만든 삶이 행복했는지를 묻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문득 성경 속 창세기 도입부에서 "하나님의 영이 수면(water) 위를 운행하시니..."와 

천지창조가 다 끝난 후, "보시기에 좋았더라"(Happy~) 란 구절이 떠오르더군요. 

 

전 리뷰쓸 때 줄거리 순서를 항상 헷갈려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마치 끝말잇기나 십자말풀이, 스도쿠게임처럼 떡밥이 많아서... 

퍼즐을 이리저리 맞추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한 단락의 마지막 상징적인 이미지가 다음 단락의 도입부가 되는 게, 

마치 영화 전체가 촘촘하게 잘 짜여진 연쇄적인 사슬(chain reaction) 같은 구조더라구요. 

 

다만, 이 끝말잇기라는 것은 게임할 때는 즐겁지만, 

만약 말꼬투리를 잡히기 시작한다면? 

이건 완전 사람 열폭시키는 상황이 됩니다. 

영화는 첫번째 반환점(black hole)을 돌고 난 뒤,

그 이전까지 오피가 가진 여러 모순점을 펼쳐보이며 

마치 끝말잇기와도 같았던 그 부분들을 다시금 고구마 줄거리 엮듯이 마구 꼬아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오피의 청문회가 핵분열이라고 나왔지만, 

중반부턴 모든 떡밥을 융합해나가면서...

말꼬투리를 잡는 것 같은 대환장쇼가 펼쳐지는데요. 

스트로스의 청문회는 오히려 핵분열하듯 제3세력으로 인해 하나하나 진실이 까발려집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끝말...이 아닌 키워드 잇기식으로

오피를 묶어서 괴롭히고 있는 그 연결고리(chain)를 한번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오펜하이머5_세로a.jpg

 


[독사과 : 물리학, 계]

0. 핵분열 vs 핵융합 ▶ (바깥)실험 vs (내면)이론  ≈14. 선물 

을 멍~하니 바라보던 청년 오피와 불길에서 오피의 고통을 암시하는 자막이 나옵니다. 

과거를 들쑤시면서 오피의 내면 속을 분열시키는 청문회가 나오고, 

미래의 바깥 세상에서는 그를 괴롭히고 흑vs백 냉전으로 결속시킨 스트로스의 청문회가 나오는군요. 

▶ 끝말잇기

뒤이어 세상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힘들었던 실험실의 청년 오피... 

그리고 내면에서는 이론물리학적 세계를 꾸고 있는 오피를 대비해서 보여줍니다. 

◀ 말꼬투리

영화의 엔딩에서는 세상으로부터의 괴롭힘이 끝나고 메달을 받는 늙은 오피

그리고 내면에서는 자기가 결국 지구의 종말을 이끌었단 걸 상상하며 눈을 감는 장면이 

도입부와 수미상관으로 대비됩니다. 

 

++오펜하이머6_연쇄1.jpg

 

1. (바깥)실험 vs (내면)이론 ▶ 핍박 vs 인정 ≈13. 평화 vs 종말

▶ 끝말잇기

바깥의 실험실에서 교수에게 핍박을 받던 오피는 독사과를 교수에게 건내주고,

그게 교수(독일)가 아닌 보어(일본)에게 갈 뻔하지만 막아냅니다. 

내면에서 끓어오르고 있던 그의 이론적 사고는 닐스 보어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지요. 

◀ 말꼬투리

이건 나중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보어로부터, 

이 이론과학의 열매란 독사과 같은 선물을 과연 바깥세상에 주는 게 맞을까? 라며...

반문을 던지는 장면과 이어집니다.

결국 오피가 청년시절의 실험실 때처럼 세상으로부터 핍박을 받게 되는 것과도 연결되구요. 

 


[커뮤니티 : 중력장]

2. 핍박 vs 인정 ▶ 평범함 vs 비범함 ≈12. 확률

▶ 끝말잇기

그는 이제 어디서나 인정받는 굉장한 재수탱이+천재+유대인+미국의 카우보이입니다. 

라비와는 같은 유대인이지만 전통을 지키지 않는 측면에서 갈리고, 

하이젠베르크는 같은 천재지만 독일인 vs 유대계 미국인이란 것에서 갈리며, 

양자역학을 인정 안하는 아인슈타인과는 과학적 세대(time)에서 갈리지요. 

여튼 다들 비범한 인물로 오피가 인정은 합니다만, 

나중에 대척점에 놓여서 오피가 인정을 안하고 무시하게 되는 인물은 바로... 

평범한(common people) 스트로스입니다. 

단, 첫만남 때 스트로스에게 던진 ‘비천한(lowly)이란 표현은 오히려 동질감을 드러내려한 걸 겁니다.  

비하하려는 발언이 아니었으나 오해를 불러일으켰죠. 

◀ 말꼬투리

이건 나중에 평범한 인물인 스트로스의 자격지심(complex)을 건드린 씨앗이 되면서,

오피를 비범한 과학자에서 평범한 인간이 되도록 끌어내리게 만듭니다. 

 

++오펜하이머6_연쇄2.jpg

 

3. 평범함 vs 비범함 ▶ 나치/파시즘 vs 커뮤니즘 11. 간첩 vs 애국자

▶ 끝말잇기

미국으로 돌아온 오피는 자기와 대척점에 있는 것에 끌리기 시작합니다. 

실험실을 때려쳤던 그는 실험물리학을 하는 로렌스와 가까이할 뿐더러...

자신의 이론적인 학문에 답답함을 느끼고, 

사회실험의 일종인 공산주의(Communism)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스트로스처럼 평범한 사람들(common people)을 위한 세상을 꿈꾸던 것이지요. 

그리고 파시즘에 반발하던 그는 공산당을 통해 스페인 내전의 공화파를 돕습니다. 

◀ 말꼬투리

이건 나중에 오피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공산주의 활동 이력 때문에 간첩이 아니냐며

그의 발목을 잡는 을 열게 됩니다. 

 


[무게 : 질량과 중력]

4. 나치/파시즘 vs 커뮤니즘 ▶ 학문 vs 정치 ≈10. 위치

▶ 끝말잇기

점차 공산주의자를 가까이하면서 그는 현실 정치의 영향력을 갖게 됩니다. 

학생들을 학문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조활동을 적극 밀어주는 걸 보고, 
자신의 위치무게를 모른다며 로렌스가 빡치지요. 

◀ 말꼬투리

이건 나중에 오피가 원자력 자문위 활동을 할 때도 문제가 됩니다. 

수소폭탄 자체에 대해 학문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대기점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반대하게 되거든요.
수소폭탄 옮길 땐 소 달구지가 필요할 거란 소리에 로렌스는 또다시 발끈~!

 

++오펜하이머6_연쇄3.jpg

     

5. 학문 vs 정치 ▶ 재산 vs 자산 9. 군인 vs 과학

▶ 끝말잇기

학문적 호기심에 공산주의를 원서로 익혀나갔던 오피. 

집안이 부유했던 그는 공유자산(property) 사유재산(owner-ship)으로 오역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짚어낸 진의 이념적 자기확신에 지적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하지요. 

◀ 말꼬투리

이건 나중에 오피의 핵에 대한 태도와 관련있습니다. 

핵은 미국만의 재산이 아닌 전 지구를 위해 정보를 공유해야할 세계의 자산이란 생각을 갖게 되거든요.

때문에 핵무기 규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소통하자고 주장하다가 불온한 사상을 가졌다며... 

군인들을 으로 돌리게 됩니다. 

 


[인력 : 사랑과 연민] 

6. 재산 vs 자산 ▶ 키티 vs 진 ≈8. 방향

▶ 끝말잇기

키티는 나중에 본인만의 아내(재산)가 되지만, 진은 애인(자산)으로 남습니다. 

슬슬 오피는 인간적으로 끌렸던 것들을 다시 밀어내기 시작하는데요. 

미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려는 상황에서, 

과학자로서의 삶의 방향을 추구하던 오피는...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보다는 

공산주의로 인해 전남편을 잃고 떠나게 된 키티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낍니다. 

다시금 방향전환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 말꼬투리

아시다시피 당시에 진을 버렸지만 문을 닫아두지 않은 그는...

나중에 공산당원인 진과의 불륜으로 인해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합니다. 

원자폭탄의 개발정보라는 미국의 자산을 넘긴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지요. 

 

++오펜하이머6_연쇄4.jpg

 

★섹스/별 ▶ 인간 vs 일 ▶ 프로젝트/사막★

개인적으론 섹스신과 블랙홀 장면이 영화의 1차 분기점이라 느꼈습니다. 

진과 오피는 서로에게 빈 공간(room)이 있다는 대화 후,

남성과 여성으로서 서로의 지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을 탐했는데요. 

파괴자란 신화를 읊으며 생명을 창조하는 인간적 행위를 

위 hole(입)과 아래 hole(성기)을 통해 나누던 둘은 

오피가 하늘의 블랙 hole(별)을 상상한 뒤로 헤어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오피는 모순에 대한 인간적/육체적인 이끌림보다는

불모지에서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신화적/지적인 과학자로서의 결단을 내리고, 

입자(별) 빈공간(사막)으로 이루어진 원자(atom)를 다루는 삶을 살게 되지요. 

 


[방향] ≈ 인간성에 대한 분열!

7. 키티 vs 진 ▶ 대의 vs 현실

▶ 끝말잇기 

블랙홀 논문과 동시에 터진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 소식! 

애를 딴 데 맡겨버릴 정도로 그의 관심사는 이제 현실보다는 오롯이 대의명분

즉 우라늄처럼 질량이 무거운 원자/핵에 인생의 방향을 두게 됩니다.

그리고 키티와 함께 대의를 품고 저돌적으로 불모지의 빈 땅을 달려나가는군요. 

◀ 말꼬투리

하지만 나중에 진과 불륜을 이어간 그는 프로젝트라는 대의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의심를 받습니다. 

결국 아내 키티 앞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끌리지 말아야할 것에 끌렸다며 치욕을 당하지요. 

(두구두구... 분열 시작!)

 

++오펜하이머6_연쇄5.jpg

 

8. 대의 vs 현실 ▶ 소통 vs 보안 ≈6. 인력

▶ 끝말잇기

보안을 중요시 하는 군의 요구와 달리, 

오피는 대의를 위해 즉, (work)의 효율성(efficiency)을 위해 소통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과학자들을 한데 불러모으게 됩니다. 

◀ 말꼬투리

나중에 오피가 육아를 맡겼던 슈발리에는 오피에게 넌 이기적인게 아니라고,  

저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너에겐 그 이 더 중요하다며 그를 이해해주는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슈발리에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와 관련된 보안 부문에서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위치] ≈ 활동/업적에 대한 분열!

9. 소통 vs 보안 ▶ 과학자 vs 군인 ≈5. 학문 vs 정치

▶ 끝말잇기

잠시 군복을 입고 구획화를 그리던 그는 라비의 잔소리(소통)를 듣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모자+파이프담배를 물게 됩니다.

그리고 과학자들과 어울리며 소통(상호작용)하는 위치,

즉 총 감독(director)로서 프로젝트 방향을 본격적으로 진두지휘해 나가지요. 

◀ 말꼬투리

하지만 나중에 소통을 너무 중요시한 그는 온갖 지인들을 다 끌어모았다가, 

푹스 같은 찐간첩 과학자까지 프로젝트에 들어오고... 

보안 측면에서 진, 슈발리에, 로마니츠, 동생과의 소통으로 인해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특히 무게감 있는 위치에서 정치적으로 어울리지 말아야할 사람들과 어울렸다며...

니콜스 중령, 패시대령 같은 군인들에게 역풍을 세게 맞게 되지요. 

 

++오펜하이머6_연쇄6.jpg

 

10. 지휘자 vs 군인 ▶ 대기점화 vs 나무숲 ≈4. 무게

▶ 끝말잇기

과학자이자 지휘자로서 소통을 해나가던 그는 연쇄반응으로 인한 대기점화 가능성을 알게되자, 

불안에 휩싸이면서 구세대로 치부했던 아인슈타인에게까지 찾아가 소통하며... 

명확한 답을 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치에 의해 독살당할 가능성 때문에 나무숲에서 바람을 쐬며 힐링하던 괴델을 마주치지요. 

◀ 말꼬투리

그리고 나중에 원자력 자문위에서 대기점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나무숲과 같은 지구를 생각하는 환경론자가 됩니다. 

자신의 위치/명성의 무게를 활용해 수소폭탄을 열렬히 반대하다가...

보든 같이 2차대전에 참전한 군출신에게 역풍을 맞게 되는군요. 

 

개인적으로 엔딩씬에서 언급한 이 대기점화 장면이 영화의 두번째 변곡점이라 생각하는데요.

확신을 갖고 맨하탄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오피가 여기서부터는 슬슬 분열되기 시작하면서...

그의 모순과 확률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뒷부분은 2편으로 분열시킬게요~ :) 

 

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nashira/21


profile Nashira

밀리터리, 역사장르와 아드레날린+광활한 풍경+저음 사운드를 사랑하며,

건축+도시+환경, 음악영화의 글을 쓰곤합니다. 

https://brunch.co.kr/@nashi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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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gnition 2023.09.13 02:46
    엄청난 정리글이네요! 브런치 시작하셨군요 박사님~
    어째 글의 깊이가 다르다 했더니 박사님이셨어^^
    지난번 운디네 정리글보고 영화보는데 많이 도움됐습니다
    그동안 쓰신 글 브런치로 다 올리시려면 꽤 오래 걸리시겠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기대할게요~
  • @Ignitio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Nashira 2023.09.13 17:10

    엌...아직은 수료 상태라 박사라는 호칭은 좀...ㅋ
    오펜하이머를 물리학/수학적 내용으로 리뷰할까 했었는데
    4차원 소리 들을까봐 살짝 걱정되는군요. ㅋㅋㅋㅋ
    나름 대수학을 배웠을 이공계 동료들한테 이런 해석 어때?라고 실험삼아 설명했더니
    또라이같다고 애들이 비명을 질러서 시무룩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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