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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이 넘도록 은퇴를 번복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아마 그의 최고 문제작이 될 듯하다. 난해하다는 평가부터, 최고라는 극찬까지 사람들의 해석도 제각각이다. 심지어는 미야자키 하야오 본인도 시사회에서 "나도 무슨 얘긴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언급을 했다. 그만큼 이 애니메이션은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숨겨진 뜻을 해석하려 들지 않고 그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애니메이션처럼 동화를 보는 기분으로 따라가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세계물일 뿐이다. 그래도 역시, 이야기는 통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싶어지는 것들 투성이다. 특히 가장 중심인물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알아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스튜디오지브리, 나아가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상징하는 이야기들로 꽉 차있고 그 안에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에 대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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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는 여장부였지만 결핵으로 평생 병원신세를 져야 했던 어머니와, 군수공장으로 비행기를 만들었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대부분 애니메이션에는 그래서 마더 콤플렉스, 강인한 여성상, 20세기 초 전투기에 대한 로망 등이 가득하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주인공 마히토는 엄마가 있던 병원이 불타 엄마가 돌아가시고, 도쿄대공습을 피해 시골 공장 근처로 이사 간다. 이 애니메이션은 그곳에서 몇 년을 보내는 도중, 집 근처 신비한 탑과 집 근처에 사는 왜가리에 대한 이야기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렇게 도쿄대공습을 피해 공장 근처 시골집으로 이사 가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시골집으로 가서 이상한 세계로 가는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 때문이다. 첨언하자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실제 어머니는 병원이 불타 일찍 돌아가시진 않았고 오래 사셨다.

 

군수공장으로 비행기를 만드는 아버지가 그대로 나오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애니메이션은 2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최대한 전쟁에 대한 언급이나 일본의 피해를 강조하진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자해를 했는데도 다른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 철석같이 믿는 아빠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하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가져와 집안에 늘어놓는 비행기의 유리덮개들은 줄지어있는 유리관 같은 모습이다. 이렇듯 자국민들도 죽음으로 내몬 전쟁의 실체를 은근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실제로 종종 일본의 제국주의가 타국에 남긴 상처를 비판했고, 군수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를 전쟁부역자라 부르며 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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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친구
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시대적 상황이 상황인지라 드러나는 정도일 뿐이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그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사람,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승이었던 타카하타 이사오와 지브리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이자 대표이사인 스즈키 토시오에 대한 이야기다. 스즈키 토시오가 개봉 전 했던 인터뷰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왜가리는 스즈키 토시오 본인이다. 자신과 했던 대화들이 그대로 애니메이션에 녹아있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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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와 스즈키 토시오는 애증의 관계다.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쥬>의 기자였던 스즈키 토시오가 미야자키 하야오 특집기사를 내려고 찾아갔을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무시하며 문전박대한 일은 유명하다. 마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끈질기게 마히토를 찾아오는 왜가리와 흡사하다. 왜가리가 이상한 유언비어를 떠들고 다녀서 죽이고 싶어 하는 것도 비슷하다. 스즈키 토시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이 만든 <게드전기> 홍보를 할 때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이야기'로 홍보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분노한 적이 있다. 여러 루머와 안 좋은 일들에도 불구하고 스즈키 토시오가 지브리 초창기 작품들을 히트시킨 프로듀서임에는 분명하므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생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걸 알고 애니메이션 속 마히토와 왜가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자기 길을 가려는 감독'과, '감독을 속이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고 이용해먹기도 하는 프로듀서'의 밀당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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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애니메이션 속 큰할아버지는 타카하타 이사오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토에이 동화'입사 선배로, 애니메이션에서 영화적인 내러티브와 훌륭한 미장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감독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으로는 <반딧불이의 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추억은 방울방울>, <이웃집 야마다 군>, <가구야 공주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내러티브가 잘 잡힌 미야자키 하야오의 20세기 작품들은 전부 타카하타 이사오가 조언을 하거나 참여한 작품이다. 그만큼 그는 애니메이션의 이야기와 구성 미장센 등의 균형을 잘 맞추는 사람이었다. 그는 <원령공주>부터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 이후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오로지 자기 멋대로 내달리는 작가주의적 작품이 되는 건 그래서다. 이것을 알고 애니메이션 속 큰할아버지의 대사나 행동을 잘 살펴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를 얼마나 존경했었고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타카하타 이사오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제작 도중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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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는 나오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탑 안의 세상에서 만나게 되는 키리코는 그의 그림스승이었던 천재 작화감독 오오츠카 야스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브리의 채색 담당인 야스다 미치요라는 이야기도 있다)키리코는 불꽃이 나오는 막대기로 선을 그리며, 그를 위험으로부터 지켜준다. 오오츠카 야스오도 단순한 그림 스승이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험난한 애니메이터 인생을 이끌어준 선배이기도 하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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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
숲으로 들어가 사라진 마히토의 새엄마 나츠코를 찾기 위해, 마히토는 탑으로 들어간다. 불에 타 죽은 마히토의 엄마가 살아있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계속하는 왜가리를 따라서. 그 탑은 원래 우주에서 떨어진 물건으로, 아주 이상한 것이라고 한다. 큰 할아버지는 그 밖에다 건물을 만든 것이라고. 탑의 속 안으로 빨려 들어간 마히토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기이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젊은 시절의 엄마와 하녀 키리코도 만난다. 탑 속의 세상 역시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스즈키 토시오와 타카하타 이사오의 인연을 담고 있는 만큼 이 세계가 <애니메이션의 세계> 그 자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마주하는 황금문에는 '나를 배운 자는 죽는다'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거대한 무덤이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는 상업미술 업계 중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같은 사람을 수없이 반복해서 그려야 하는 일,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이해하고 관객에게 이해시키도록 변형해서 멋있게 만드는 일, 내 그림이 아닌 그림을 수천 장씩 그려야 하는 고통, 그것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중노동이다. 심지어 박봉. 나 역시 디자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하므로 그 고통을 어느 정도는 안다. 

 

내가 대학생 때, 같이 날밤새며 과제를 해 추레한 모습으로 과실을 나서는데 원서를 내러 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난 친구들과 이렇게 소리쳤다. "여긴 지옥이야! 도망가려면 지금이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황금문의 문구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어리둥절하는 마히토는 펠리컨들에게 떠밀려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가지고 온 유일한 무기인 활은 다 망가져버렸다. 그래, 그렇게 멋모르고 이 업계에 들어오게 되는 거야. 게다가 그 망가진 활처럼, 네가 기존에 배운 건 다 쓸모없거든. 다시 배워. 애니메이션을 배운다고? 넌 이제 죽었다.

 

젊은 키리코는 '와라와라'라고 하는 생명을 돌보고 있다. 이 세계에서 그가 하는 일은 무덤을 지키는 것과, 와라와라에게 먹을 것을 팔아 그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을 돕는 일이다. 애니메이션은 그런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게 생명을 주어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반복된 그림 몇 장을 그렸을 뿐인데, 그 그림은 살아서 움직이고 뛰어다닌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스승인 오오츠카 야스오도 '살아 움직이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진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생명을 창조하는 것만큼 숭고한 일이다. 비록 그 일을 배운 너는 죽겠지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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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세계에도 위험한 존재가 있다. 펠리컨들과 앵무새들이다. 그들은 모두 무언가를 먹어치우는데 몰두한다. 펠리컨은 먹을 것이 없다고 해서 생명인 와라와라를 먹어치운다. 앵무새들은 뜨거운 숨을 훅훅거리며 사람을 잡아먹는다. 펠리컨은 갈라파고스화된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를 상징한다. 후대 양성의 실패, 보수적인 정치환경, 국내 내수만으로도 돌아가는 경제, 오타쿠 문화의 확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침체되게 만들었다. 와라와라처럼 생명력 있는 애니가 태어나는 것을 갉아먹는다.  80~90년대만 해도 정말 독창적이고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지만, 지금은 예전 황금기 같은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다. 또한 제살을 깎아먹는 업계는 스튜디오 지브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수많은 재능 있는 애니메이터를 키워냈지만, 정작 모회사나 제작사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타카하타 이사오만 감독으로 원하기 때문에 제자들이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는 늙고 죽어가고 있다.

 

앵무새는 남의 말을 따라 하는 존재다. 큰 덩치에 식욕에 침잠되어 훅훅거리는 모양새. 앵무새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토록 혐오하던 오타쿠들과 흡사하다. 앵무새들은 '애니메이션을 배운자'즉 애니메이터들을 먹이로 삼는다. 그들의 삶을 갈아 만든 모에화, 먹잇감에만 관심이 있다. 작업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업계가 똑같은 성적 모에화 대상물만 만들게 한다. 그리고 오타쿠는 대체로 자신이 직접 경험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만든 것에 열광하고 남이 만든 걸 보고 만드는 2차 창작(팬픽)에 열광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오타쿠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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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유산
하지만 이런 위태위태한 세상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균형을 맞추던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큰 할아버지, 타카하타 이사오다. 돌들을 깎아 만든 블럭을 아주 세밀하게 쌓아 만든 균형. 타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은 그런 느낌이다. 큰할아버지는 마히토에게 그 블럭을 물려주고, 이 세계, 애니메이션의 균형을 지키게 하고 싶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멘토로 참여했던 작품들은 망상이나 상상보다는 현실적인 내러티브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한다. 하지만 잉꼬대왕, 오타쿠들의 대왕은 성격이 급해서 그 유산이 전달되는 것을 기다리지 못한다. 결국 블럭을 쪼개버리고, 큰할아버지가 유지하던 세상은 무너져버린다. 다음 세대로 전달되지 못한 유산은 사라져 버린다. 스튜디오 지브리도 결국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 미야자키 고로가 물려받지 못해, 지난 9월 닛폰 테레비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사람들은 타카하타 이사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하지만, 둘은 연출방향 자체가 다르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참여하지 않은 후기작들이 급격히 망상적인 작가주의적 애니메이션으로 가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도 타카하타 이사오가 물려주려고 한 것들을 다 물려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큰 할아버지가 물려주려고 한 블럭들 중, 그 난리통에 한 개만 겨우 가지고 나왔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미야자키 하야오도 이전 세대의 유산을 모두 물려받지 못한 불완전한 세계였던 셈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제 자신의 친구와 스승들이 죽어가고 자신도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마땅한 자신의 후계자가 없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스튜디오 지브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자신의 블럭을 펠리컨과 앵무새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팬들은 또 다음 세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럼,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느꼈던 생명과 감동을 느껴야 할까. 이것에 대한 답은 바로 새엄마 나츠코와의 일화가 말해준다. 마히토는 엄마가 죽고, 엄마의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새엄마로 들어온 나츠코와 데면데면하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새엄마를 엄마로 인정하고 엄마라고 부르는 일은 쉽지 않다. 마히토가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나츠코는 이미 아버지의 아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나츠코가 숲 속 탑 안으로 들어가 산실에 들어가 힘들어하고 있는 장면은, 아직 관객들에게 '진정한 지브리 애니메이션'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근래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아들인 미야자키 고로가 만든 첫 작품 <게드전기>는 엄청난 혹평속에 팬들은 그 작품을 인정조차 하기 싫어한다. 게다가 최근 고로의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이었다. 수작업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선 정말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위에서 말한 애니메이션 업계의 펠리컨들, 여러 사정으로 결국 스튜디오 지브리의 후계자가 될만한 인물은 아버지에 비해 한참이나 부족한 미야자키 고로밖에 없게 되었다. 타카하타 이사오가 사망한 지금 앞으로 미야자키 하야오마저 사망하게 된다면,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름으로 나올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고로가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행보를 보니 3D 쪽으로 가게 될 것 같다. 그것을 지브리의 팬들이 받아줄 것인가? 고로의 애니메이션을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이라 인정할 것인가? 엄마가 죽어서 갑작스레 새엄마가 된 나츠코에게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죽은 엄마를 살릴 수는 없다. 죽음은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새엄마를 받아들여 달라고 말하고 있다. 고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랑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나 '흉내 내는'것을 싫어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성격을 존중한다면 더욱 그렇다. 거기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도 역시 이전 세대의 유산을 다 받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온전하게 애니메이션 세상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노라고 고백한다. 좋든 싫든, 미야자키 하야오는 떠나게 될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는 세상, 그대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자, 그대들이여.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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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 나오는 리뷰들을 보니, 충격적 이게도 이 작품이 일본 제국주의 미화로 알려지는 것 같다. 일단, 지브리의 타카하타 이사오는 일본 공산당 출신으로 제국주의 비판하는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반딧불의의 묘>도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내용을 보면 일본의 제국이 '자국민마저'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비판하는 이야기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공산당원은 아니지만, 공산당지에 만화를 연재한 경력이나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일본의 좌파는 자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한다. 지브리의 두 거장이 그런 성향이니 지브리 전체는 사실 말할 것도 없다. 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역시 도쿄대공습이 나오지만,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거나 무서운 모습보다는 병원이 불타는 모습이 보일 뿐이고, 도쿄대공습이라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전쟁에 대한 피해나 반성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이 애니메이션은 그냥 반전영화가 되어버리므로, 그걸 최대한 피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에 집중한 것이다. 다음 장면은 그것을 더 잘 드러낸다.


마히토가 이사 간 시골 학교의 아이들과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기가 죽을뻔했다는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돌로 자기를 쳐서 자해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한 게 아니라 넘어져서 그랬다고 하지만, 군수공장을 하던 아버지는 아이들이 그랬을 거라며 범인을 찾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아마 마히토도 아버지의 성격을 알고 있으니, 그럴 거라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이 장면은, 도쿄대공습이나 원폭이 일본의 자해와도 같은 원죄이며 제국이 그것을 남탓하고 있고,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변명하지 않는 일본국민을 비유하는 장면이다. 마히토는 아니라곤 하지만 거기서 더 강하게 변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마히토는 상처를 스스로 냈다고 큰할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이런 지브리가 제국주의 미화라니, 그건 좀 억측이라 생각한다. 전작 <바람이 분다>도 일본 내부에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다룬 것에 전쟁미화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오히려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전쟁무기 광인 자신을 비판한 내용이다. 


진짜 제국주의 미화는 일본 제국의 '대동아공영'을 은근하게 깔고 있는 <크리에이터>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슈도 안되었던 점이 사실 더 의아하다.

 

*키리코 캐릭터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오오츠카 야스오이길 바랬으나, 이전 스즈키 토시오의 언급에 의하면 지브리 채색 담당이었던 야스다 미치오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우'라고 부르기도 했던 야스다 미치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바람이 분다>까지 거의 모든 지브리의 작품에 채색을 담당해왔었다. 사실 오오츠카 야스오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 스승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는 맞으나, 지브리가 만들어질 때 합류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같이 일하면 몸이 너무 힘들어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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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인 브런치스토리

https://brunch.co.kr/@casimov/210

 

 


profile 카시모프

별들 사이를 여행하는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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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best 카시모프 2023.11.02 20:45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제가 어릴 때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잡지등을 통해 관련 업계 소식은 알고 있었습니다. 20여년 전에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은퇴한다며 만든 <모노노케 히메>때 특집 기사 같은거도 났었거든요. 타카하타 이사오와의 일은 이미 유명하고.. 지금은 tv나 극장용은 아니지만 교육용 애니메이션 제작일을 하다보니, 공감되는 것이 많아서 이입했습니다 ㅎㅎ
    이 애니가 타카하타 이사오와 스즈키 토시오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은 지난 10월 25일 kbs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고 거기에 나오더군요 ㅎㅎ 한번 보셔요~
    https://news.kbs.co.kr/news/mobile/view/view.do?ncd=7800779
  • best Jeneci 2023.10.27 18:57
    이 해석 또한, 모두의 정답은 아닐수도 있지만 이런 비하인드와 해석이 시원하면서 신기하네요 감사합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토레노 2023.10.27 18:39
    이제야 뭔가틀을알겠네요
  • @토레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18:42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 profile
    최현욱 2023.10.27 18:47
    영화 재밌게 보고 이렇게 정성 가득한 리뷰글 찾아보는 재미로 요즘을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 @최현욱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18:49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이렇게 잘 읽어주시는 덕분에 히내서 또 씁니다 ㅎㅎ
  • 이지선 2023.10.27 18:48
    역시 그냥 단순히 이해할 순 없내요..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 자아 성찰적인 애니를 개봉했내요.. 이러면 더욱 흥행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이지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18:50
    제작비가 엄청난 만큼 흥행이 될까 싶지만, 이 작품이 그만큼 의미있는 작품이니 아마 최고의 스텝들이 참여해서 만들어낸 것이겠죠 ㅎㅎ 스즈키 토시오(거짓말하는 왜가리...)의 말로는, 전 세계를 다지면 손익은 넘을거라 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아톰 2023.10.27 18:54
    시간내서 꼼꼼히 읽어봐야겠네요.
    장문의 시사평가 감사합니다.
  • @아톰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18:55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게 봐서, 왜 재미있는지 얼른 알리고 싶었습니다 ㅎㅎ
    꼼꼼히 읽어주시면 제가 더 감사하지요!
  • best Jeneci 2023.10.27 18:57
    이 해석 또한, 모두의 정답은 아닐수도 있지만 이런 비하인드와 해석이 시원하면서 신기하네요 감사합니다 너무 잘 읽었습니다.
  • @Jeneci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19:01
    사실 정답이 있는 직설적인 얘기라면 그냥 기자회견을 하겠죠 ㅎㅎ
    예술작품은 그걸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녹이고, 거기에 보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을 투영해서 보기 때문에 더 재미있어지는거겠죠 . 저는 만화가 지망생이기도 했고 아예 애니메이션 업계쪽에서 일하고 있어서 와닿는 부분을 이야기했을 뿐입니다 ㅎㅎ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티모시 2023.10.27 18:57
    하단 후계자 언급에서 미야자키 로고라는 오타있습니다. 그리고 그어살이 하야오감독 하고싶은 이야기라는건 알겠는데 왜 직접적으로 말하지않고 비비 꼬았는지 모르겠네요. 시나리오를 쓴 작가 문제같아요. 같이본 가족은 어렵다했는데 전 이야기는 사실 이야기는 단순한데 그 이야기를 이어붙인게 난잡해보였어요.
  • @티모시님에게 보내는 답글
    Jeneci 2023.10.27 18:58
    난잡한 것과 모호한 것의 차이는 시청자의 주관적 판단이니까요
  • @티모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19:06
    오타 검수 감사합니다 ㅎㅎ 고쳤어요 ㅎㅎ
    사실 원령공주때 부터 계속 이런식이긴 하죠. 센과 치히로도 센의 미모로 서사를 다 때우는.. ㅎㅎ
    관객보라고 만드는게 아니라 자기만족적인 감독이라, 어느정도 난잡하고 불친절하긴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도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좋아하는게 신기한 감독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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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스데이 2023.10.27 19:01
    무라카미 다카시의 미술관 같다는 평이 이해가 가더군요. 이번에 제발 아카데미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 @뚱스데이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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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10.27 19:04
    이거 작화감독이 업계최고인 혼다 타케시라... 환상적인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죠 ㅎㅎ
    저도 아카데미 받았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랍니다.
  • profile
    감튀중독 2023.10.27 19:02
    개인적으로 영화만큼 흥미로운 글이었어요. 👍
  • @감튀중독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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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10.27 19:04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0ㅠ
  • profile
    하빈 2023.10.27 22:26
    아...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군요. 이건 정말 애니업계와 미야자키 주변 비하인드를 알아야 영화보면서 맞춰갈 수 있을..ㅎㅎ
    그어살 보며 유독 그의 여러 전작 배경들과 비슷한 것들이 여기저기서 보이던데 이런 의도도 있었던 걸까요ㅋ 정작 제겐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지만요~ㅎ
    그래선지 이세계에서의 모험이 예전만큼 재밌지는 않다는 느낌까지 더해져서 여러모로 제겐 아쉬운 작품이 됐네요.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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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시모프 2023.10.27 22:47
    원래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을 재탕하는걸 유독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걸 생각하면 이번 작품은 일부러 잔뜩 넣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로 자신의 어린시절을 담고 있으므로 '지금까지 만든 내 작품들 영감의 원천은, 어렴풋이 잊어버리지 않고 남아있는 외계에서 떨어진 그 탑속 모험에 대한 잔상이야'같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애니메이션 자체가 스튜디오 지브리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그것들이 잔뜩 들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저같은 팬들은 또 그것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기도 했고요 ㅎㅎ 그런데 그건 양날의 검이라, 감독의 의도와 잘 안맞으면 식상해보일수도 있기는 하죠.
    작품은 어쨋거나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라.. 감독이 불친절하게 만들기도 했고요 ㅎㅎ 사실 전 보면서 아쉬운 부분은 '잉꼬군대들 진짜 그리기 싫었나보다'싶었거든요 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 profile
    BOGO 2023.10.27 22:47
    작중 등장하는 후계자에 대한 해석에 무척이나 공감합니다!
    언제나 언급되는 '포스트 미야자키'에 대한 생각을 감독 스스로가 기어이 답변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더군요.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 @BOGO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7 22:48
    미야자키 고로에 대해서 게드전기 때 진짜 못봐주겠다는 식으로 평하기도 했었지만 최근작은 그래도 평이 좀 좋아졌죠. 원래 애니메이터도 아니었던걸로 아는데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10.28 08:52
    지금까지 계속 전쟁 관련 해석만 봤는데 애니메이션 업계로 해석해보니 더 흥미진진해지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8 12:40
    ㅎㅎ일본 애니, 특히 지브리가 여러모로 힘들죠. 이정도의 작푼을 낼 저력이 있는 곳인데.. 과연 앞으로 어찌될지.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spongebob 2023.10.28 11:07
    이 글을 읽으니 다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spongebob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8 12:40
    저도 아마 n회차 하지않을까 싶어요 ㅎㅎ 최고의칭찬이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profile
    초코무스 2023.10.28 16:24
    많은 배경 지식을 알고 봐야 이해가 가는 영화라니.... 1회차때는 불호였는데 더 잘 이해하려고 후기 읽고 2회차 하니 온통 지브리 후계자 생각만 나고 스토리는 단순하다 생각만 들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대한 정보 몰랐던 부분 많았는데 무코님 덕에 많이 알게되었네요ㅎㅎ
  • @초코무스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8 17:05
    작가주의 성향이 짙지만, 이번거는 갈수록 더 심해지네요 ㅎㅎ '이렇게 만드는데 이래도 나 자꾸 은퇴번복하게 만들래?' 이런 느낌이랄까 ㅎㅎ 제가 어릴때부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대해 알던게 조금 있어서 저는 더 재미있었던거 같아요. 뒤엔 후계자 생각만 나셨다니 그것도 독 같은데.. ㅎㅎ
  • profile
    채팀장 2023.10.29 07:0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채팀장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9 07:07
    감사합니다 🤗
  • 샤하랑 2023.10.29 09:15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샤하랑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9 09:43
    ㅎㅎ 저는 너무 재미있게봐서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 profile
    그윈플렌 2023.10.29 15:59
    하야오 옹의 자전적 이야기에 그의 애니를 오마쥬한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더욱 더 지브리 애니를 깊이감 있게 다룬 영화였군요!! 이토록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다니 좋은 글이네요~

    관련직종에 계셔서 그런지 몰라도 글에 찐~한 땀냄새도 뭍어나는 듯합니다^^ 진정성 있는 글 잘봤습니다~
  • @그윈플렌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9 16:12
    '나는 어릴 적 이런 기억 안날 무의식의 세계에 남긴 모험을 했고 그걸 지금까지 애니로 풀어왔다'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죠. 그런데 거기에 저런 지브리 자체의 업계얘기까지 섞다니, 정말 하야오 옹은 달라도 뭔가 달라요.. ㅎㅎ 찐한 땀냄새라니 ㅎㅎ '배운자'라서 죽을까봐 몸 사리고 있습니다..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dolbyvision 2023.10.29 20:04
    게드전기 급만 아니면 나름 잼있게 보는편인데

    갠적으론 짝사랑물이나 멜로물을 한번 더했으면 어떨까 싶었네요

    이번작은 뭔가 아쉬웠다고 해야 하나

    암튼 해석 잘 봤습니다
  • @dolbyvisio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29 21:13
    해석이 없으면 의문이 가는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들, 너무 많은 이전 작품들의 오마주들, 이전작들같은 화려함들이 좀 덜한 부분 등 안좋은 평가를 받는 부분들은 많지요. 더 심해진 불친절한 내러티브도 한몫 했고요. 아쉽다는 평에도 이해가 갑니다. 풋풋한 사랑얘기 더 할 수 있을까요 ㅎㅎ 이제 은퇴 안한다고 하신만큼, 또 하실거같은데 그땐 아마 자기얘기아닌 다른걸 할지도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소유 2023.10.30 11:02
    역사적으로 보면 잘못 그렸고
    본인의 이야기로만 보면 그나마 이해는가지만
    오시이 마모루가 평한 대로 추억이 지나친 망상극... 
    실패한 900억짜리 라쇼몽 이라 생각합니다.
  • @소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30 11:17

    역사적으로 잘못 그렸다는 이야기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전쟁 미화하는 내용이 전혀 아닌데요. 그시대에 살았던 일본안에 살고있는 소년의 입장으로 굉장히 담백하게 표현했죠. 언급했다시피 반전을 주제로한게 아니라서 극중 내용으로 비유를 들어 표현했고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전 인터뷰들이나 10년전 아베의 헌법개정을 반대하는 담화문도 보면, 자기가 일본에 태어난게 싫을 정도로 전쟁을 벌이는 일본이 싫다는 표현도 한적이 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는 뭐 벼랑위의 포뇨 때부터 엄청나게 깠죠. 오시이 마모루가 까지 않아도, 미야자키 하야오가 모노노케 히메부터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드는건 맞죠. 그런데 오시이 마모루가 그런걸로 까는게 항상 의아하긴 합니다. 본인부터가 엄청 난해하게 만드는걸로 유명하면서 ㅎ.. 망상은 맞습니다. 그 망상을 재미없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재미있게 보는 사람들도 있고요.

    라쇼몽은 하나의 사건을 각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스토리의 영화인데, 이게 왜 900억짜리 라쇼몽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개인적인 시점에서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므로 900억짜리 파벨만스 라던가 900억짜리 보 이즈 어프레이드 라던가가 더 맞지 않나 싶네요 ㅎㅎ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소유 2023.10.30 14:16
    군국주의 비판으로 보셨지만 늙은 페리칸의 유언은 명백한 변명이죠. 일본은 페리칸 수준의 반성도 안했습니다.
    (이 부분이 없었다면 저도 비판은 덜했을겁니다)
    그러니 앵무새들의 행위도 정당화되고요.
    전쟁전 일본은 풍요로웠고 그래서 잘못 그렸다는거고요.

    그어살이 파벨만스가 되지 못하는건 파벨만스는 주인공의 꾸준한 열정과 의지가 투영되어 보이지 않아도 미래가 응원되는 결말이었지요.

    그어살의 주인공은 의지가 거세된 방관자로 끝까지 남아있죠. 이모를 찾고 본인의 악의를 인정하지만 의지가 아닌 회피에 가깝습니다. 이걸 반전이나 평화주의로 보긴 설득력이 약하죠.

    영화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이냐지만 영화는 상징만 가득할 뿐 철학이 없는 생존에만 무게를 가지고 있고 어떻게는 빠진 느낌입니다.

    좋게는 흰 도화지를 던져준거고 비판적으로는 아무것도 없다는 허무에 가깝습니다.
  • @소유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30 14:28

    전체를 군국주의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하시니 펠리칸도 그렇게 보이시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석한 방향에 따르면 그 죽어가는 펠리컨의 변명은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죽어간 일본애니업계의 변명으로 보이고요. 그걸 묻어주는 행위는 그래도 일본 애니를 사랑했던 소년의 감정같은 것이죠. 그리고 애초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극좌파적인 행동을 하는 입장이아니라 좀 모호한 온건좌파에 가까운 사람이죠. 그래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계속해서 내외적으로 일본 제국주의, 아베와같은 우파를 비판하고 극우에게 비난받는 사람입니다. 이전에 '타국에 이런 나쁜행동을 한 나라에서 왜 태어났을까라고 생각한다'는 담화문도 있었죠. 제가 이전에 쓴 글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본의 맨날 은근하게 자기 변명하거나 옹호하는 영화에 대해 전 굉장히 비판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거는 그런 시각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어요. 자조적이었으면 자조적이었고, 자기고백적이었죠.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어린시절 자신에 대한 얘기도 들어가있고요.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영감받은 책의 제목이자 엄마가 전해준 책의 제목을 따와서 만든 것이지, 크게 의미있는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내용도 원작과 다르죠. 그러니까 영어제목을 소년과 왜가리로 짓게 놔둔것 아닐까요.

    제가 파벨만스언급한건, 애초에 라쇼몽을 붙이신게 이해가 안가서 파벨만스가 차라리 비슷하다는걸로 붙인 것이고, 이영화는 파벨만스다 라고 한거도 아닌데 왜 그렇게 답을 다시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제가 900억 들인 파벨만스다 라고 한건 당연히 파벨만스처럼 이해가 잘되게 만든 자전영화는 아니라고 한 말이라는건 아시죠?
     

    제 글을 읽고 쓰시는 글이면 좋겠습니다.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서요.

  • adhflasdhifpasdhfpasdfv 2023.10.30 14:56
    영화에 대한 해석은 자유고 개인의 호불호도 자유지만

    반전주의자 감독이자 일제군국주의 찬양 영화도 아니고 그걸 비판하는 영화를 군국주의자 감독이 만든 일제 찬양물이라고 잘못 해석하고 우기는건 걍 본인 스스로의 무식함을 드러내는것 같네여
  • @adhflasdhifpasdhfpasdfv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30 15:01
    물론 영화가, 특정 씬이나 대사에서 한국인의 시각에서 답답함이 느껴지는건 이해하지만, 그것조차 감독 자신도 자신과 일본을 비판해서 만든 것인데.. 무식함까지는 모르겠지만, 전체를 이해하기보다는 중간중간 하나씩 나오는 것들에 대해 검열을 하던 시대가 떠오릅니다. 일제 찬양물론은 완전 반대해석인것 같은데, 그런 글이 보일 때마다 많이 답답해요. 어느 평론가는 '그것도 해석의 자유'라고 하던데... 그것도 정도가 있죠. 마치 봉준호감독의 '괴물'을 보고 '미국의 무기가 제일 쎄네. 이영화는 미국찬양물'이라고 해석하는거랑 비슷한거 같아요.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adhflasdhifpasdhfpasdfv 2023.10.30 15:07
    모노노히케히메나 붉은돼지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작품보면 주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은유로 간접적으로 풀어내는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타일이져

    일본인 감독이 일제를 배경으로 해놓고서는 일제를 나쁜놈으로 대놓고 안 보여주고 조선인들 수탈도 안보여줘서 이건 군국주의 찬양 영화다라고 말하는 건 걍 무식함 그자체라고 보내여
  • @adhflasdhifpasdhfpasdfv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30 15:22
    그런걸 보여주면 완전 반전작품이 되어서 주제가 희석되어버리죠. 어디까지나 '일본 시골의 당시.분위기'인데 애들이 뭘 알겠어요. 안에 나오는 대사들도, '이건 군국주의 옹호하는 대사다'라고 먼저 해석을 하고 보니까 그렇게 보인다고 생각해요. 아베를 비판하고 전쟁을 비판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일본을 옹호하는걸 만든다고 여기는지.. 전 잘 이해가 안갑니다.

    이건 뭐 넘 은유를 맘껏 쓴 하야오 옹의 탓도 좀 있죠. 똑부러지게 만들지 ㅎㅎ
  • profile
    totoro 2023.10.31 10:57
    흥미로운 해석이네요!
    감독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갔다고 생각은 했지만 인물을 대입해볼 생각은 못했어요ㅎㅎ
    집에 있는 지브리의 천재들 책을 다시 한번 봐야겠네요ㅋㅋ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totoro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0.31 11:01
    아니 좋은 책을 가지고 계시군요 ㅎㅎ 부럽...
    제가 새엄마를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 일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해서 본거 같아요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rofile
    joon3523 2023.11.01 04:25
    이번 리뷰를 읽고 나니 마침내 가서 볼 용기가 생기네요 ㅎㅎ
  • @joon3523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1.01 09:17
    내용은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지만 화면은 정말 예뻐요. 미야자키 하야오가 좋아한다는 인상파 화가 그림처럼 만들었어요 ㅎㅎ 재미있게 보고 오세요~
  • 바디라인 2023.11.02 15:49

    방금 보고온 작품인데 나름 이런류? 영화들의 해석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해석을 할수가 없어 좌절감이 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영화에 대한 리뷰 또한 전혀 보지 않았거든요. 선생님의 깊이 있는 리뷰를 읽으며 탄복하며 영화의 장면들을 복기해 보았습니다. 사전 지식이 없으면 절대 해석이 불가능한 영화인것 같네요. 정말 리뷰 최곱니다 ^^b
    그리고, 제국주의 미화라는 몇몇 덧글을 본채로 영화를 보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거의 못받아서 좀 억측? 아닌가 싶었는데 이 또한 궤를 같이해 주는 글귀를 쓰셨네요.. 다만 영화에서 나온 키미코 배의 돛이 욱일기 느낌이라 그 부분이 좀 걸리긴 했습니다..(기분탓 이겠죠ㅎ)

  • @바디라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카시모프 2023.11.02 20:33
    꽤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제가 뭔가 도움이 된 거같아서 기쁩니다 ㅎㅎ 사실 한가지 뿐이라기보다는 다층적인 면이 있는데, 전 그중에 애니메이션 업계에 집중해서 본거지요. 해석을 즐겨하신다는 분의 칭찬을 들으니 더 기분이좋네요 ㅎㅎ
    키리코의 돛 디자인은 생각이 나진않지만, 옷이 수레바퀴 무늬라서 연관이 있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Westside 2023.11.02 16:49

    이런 사전 정보는 어디에서 알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이미 사전 내용을 다 습득하신 거라면 문화생활을 폭넓게 하고 있으시군요. 전 그저께 아무 사전 정보없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앵무새가 참 이해가 안갔는데.. ^^;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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