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청드린 적은 없지만 이틀전에 관리자님이 컬럼 작성권한을 주셔서 엉겁결에 뭐라도 써야 할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3차 이후에 후기를 적어 봅니다. 

영화를 즐겁게 보시는데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나위 없겠습니다 ^^


45년전 무명의 호주인 영화감독 조지밀러는 이제 막 고향 멜버른의 대학 영화학과를 졸업한지 얼마안된 신예였다. 그는 70년대초 불어닥쳤던 오일쇼크의 세기말적 전조증상을 목격하고는 그 이미지를 따와서는

 

섹시미가 있었지만 호주의 연극학교 졸업생인 역시 무명이었던 초짜배우 멜깁슨을 주연으로 달랑 21호주달러를 주고 캐스팅하여(아무리 물가가 45년전이라곤 하지만 좀 더 쓰시지 그랬어요 감독님 ㅋㅋㅋ) 30여명의 크루만으로 '세기말적으로 미친갱단들이 도로위를 설치고 다니는' 영화를 하나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매드맥스 시리즈는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첫번째 매드맥스를 연출하고는 두번다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곤 하지만, 역시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로부터 45년이 흐른뒤 자신이 시리즈신작을 들고 전세계를 순회하며 인터뷰까지 할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이처럼, 솔직히 헐리우드주류에서 한참을 벗어나서 영어권 변방의 그저그런 3류 갱스터영화로 취급받던(그렇지만 나름 독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이 유서깊은 시리즈물이 감독 스스로조차도 여기까지 오게 될줄을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한가지 만은 분명하다.

감독의 인생을 말그대로 관통하여 그가 평생동안 스스로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이 세대를 초월하여 그리고 너무도 시의적절하게 펜데믹이 휩쓸고 지나간 '황량한' 우리들 가슴을 파고들던 적은 이제까지 없었다는 점이다.

 

"무너지는 세상의 잔인함에 우리는 무엇으로 맞서야 하는가"

- History man

 

동양의 세계관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윤회' 이다.

이것은 종교로서 실체를 가지게 된 불교신앙이전의 고대 사상으로 모든 만물을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존재로 보는 우주의 본질에 대한 시각인 것이다. 그들에게 생은 곧 사요 사는 곧 생이다.

 

반면에 서양에서의 세상은 순환하는 동심원이 아닌 처음과 끝이 정해진 일직선의 존재이다.

그들에게 생과 사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이며 세상의 끝은 정해져 있고 그 끝은 언제고 필히 오고야 마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세상의 끝은 또다른 시작이 아닌 종말 그 자체인것이다.

 

매드맥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양문화를 통해 접하는 다양한 아포칼립스적인 세계들이 모두 다 그렇다.

그렇기에 그런 세계를 바라보고 있자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 따위는 있을 수가 없다. 속죄와 심판의 징벌만이 있을 뿐이다.

 

다중우주와 광속, 시간여행 같은 변칙들이 있긴 하지만 종국엔 '시작과 끝' 이라는 족쇄를 헤어나오지는 못한다. 거기에는 오로지 미쳐가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미쳐가는 사람들만이 있을 뿐이다.

 

퓨리오사 매드맥스사가의 오프닝에 등장하여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History man은 감독의 내면의 화자인 동시에 세계멸망의 과정을 목도하고 이를 마치 구전으로 전해지던 성경이전의 신화를 구술하듯이 관객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이다.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심에 빛이 생겨났다' 식의 이러한 신화의 구전은

영화가 시작되면서 퓨리오사가 에덴동산(풍요의 고향, 녹색의 땅)의 선악과(빨간 사과)를 따는 장면에서 흑백배경에 빨간색 열매를 대조시키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20240526_123926.png.jpg

 

이러한 구도는 영화말미에 40일 황무지 전장의 짙은 검은색연기를 배경으로 복수의 화신이 되어 길을 떠나는 퓨리오사를 가리켜 "묵시록에 나오는 다섯번째 암흑의 천사(The Darkes of Angels)" 라고 지칭하는 장면에서 또다시 그 모습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비록 그 장면이 '지옥보다 더 깊은 죽음의 구덩이에서 살아 돌아온' 퓨리오사에게는 잃어버렸던 고향을 되찾겠다는 새로운 희망의 또다른 모습일지언정, 

 

감독이 차용한 바이블의 묵시론적 세계관 또한 세상의 종말을 직선의 구도로 설파하듯이

 

단언컨데 그것은 세상의 종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것이다.

 

다섯째 천사가 자기병을 짐승의 자리에 쏟아 부으매 그의 왕국이 어둠으로 가득하고 그들이 고통으로 인하여 자기혀를 깨뭄에도 하느님을 모독하고 자기행실을 회개하지 아니하더라

묵시록  16:10

 

그러나 한편으로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이 미치광이 같은 영화를 보면서 헐리우드의 그 흔하디 흔한 클리세의 흔적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퓨리오사와 맥스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황야의 죽음의 마차에 매달려 어떻게 해서든지 그 고삐를 쥐어틀고자 온 힘을 다해 생존의 사투, 구원(Redemption)의 사투를 벌이는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이다.

 

Where we must go ....

we who wander this Wasteland

in search of our better selves ?

- The First History man

What are you looking for? what do you want?

Home...,   Redemption...

- Max and Furiosa

 

전작인 분노의 도로 에서 2시간이 넘는 장편에 대사라고는 달랑 60여줄을 쓰고는 '액션이야 말로 영화의 진수' 라고 외치는 조지 밀러 감독은 전세계가 배경이 아닌 바로 자신의 고향 호주 사막 한가운데에 이처럼 미친놈만이 살아남는 혼돈의 아포칼립스 소세계를 창조하고는 (차량추격전에 드럼과 전자기타밴드 대동이라니)  

 

역설적이게도 가장 제정신을 가진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그 혹은 그녀가 살아남는 여정을 자신이 신봉하는 액션이라는 장치를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서 감독은 자신에게, 세상사람들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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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rld is Fire and Blood, 

It's hard to know who is more crazy. Me or Everyone else

- Max

맥스는 스스로의 곤경에 처한 상황과 혼돈스러움을 인지하고 자신의 트라우마와 도덕적인 상처를 느끼는 캐릭터이다. 그가 결코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가 바로 이것이다.

- 조지 밀러 감독

              (제목은 매드 맥스라 해놓고 이건 뭔 소리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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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nt'um Back !

- Furiosa

퓨리오사는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엄마와의 약속을 평생을 걸쳐 지키려는 매우 단호하고 의지적이며 때론 냉혹한 면을 가진 캐릭터이다

- 조지 밀러 감독

 

 

과연 퓨리오사는 무너진 이 황량한 세상속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 그리고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과연 맥스는 그가 V8인터셉터를 타고 악당들을 쫒던 정의로운 길(Righteous way)을 다시 달릴수 있을까?

 

어쩌면 그것은 영화속 세상처럼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복잡하고 비인간적인 냉혹한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우리들 스스로의 '구원의 여정' 일지도 모르겠다.

 

(아래엔 엔딩장면 해석글 입니다)

엔딩장면 해석

https://muko.kr/7023363

 

 

영화를 재밌게 보는 방법 "영재방" 시리즈는 계속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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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Maverick

탑친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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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샤일로 2024.05.26 13:08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샤일로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Maverick 2024.05.26 16:15
    영화 재밌게 보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 묵호 2024.05.27 07:29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ㅎㅎ
  • @묵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Maverick 2024.05.27 07:46
    엉겁결에 쓴 컬럼이라 많이 부족하죠, 감사합니다 ^^
  • @Maverick님에게 보내는 답글
    묵호 2024.05.27 10:22
    퓨리오사 보고 나왔습니다~! 리뷰에 있는 내용이 잘 나와서 보다 깊게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묵호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Maverick 2024.05.27 10:35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없이 최대한 간략하게 만들어 봤는데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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