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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실화라고 하다 동화라고 설명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쇳덩이가 날아다니고 유리가 노래하던 시절이라 표현하지만, 비행기와 아이폰은 이미 존재하는 것들. 사람들은 실화라고 하면 진짜야? 라면서 진실을 확인하려 들지만 동화라고 하면 진실을 가리려는 노력 대신 일단 들어 보려는 자세를 취한다. 

 

- 극 중에서 끊임없이 언급되는 것이 증명이라는 것인데, 이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믿음이다. 극중에서는 과학과 이야기, 진짜와 가짜, 머리와 가슴, 청자와 화자, 증명과 존재, 확인과 믿음 두 방향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과학과 청자, 증명, 확인이 같은 쪽 이야기와 화자, 존재, 믿음이 같은 쪽의 결로 느껴졌는데 처음 만났을 때 알리테아와 지니가 각각의 입장에 선 느낌이었다.

 

- 지니의 등장 이후 티비 속 아인슈타인을 알리테아가 위대한 마법사라는 식으로 표현했던 것 같은데, 마법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을 부리는 게 마법사이기 때문에 과학을 모를 지니에게 과학자를 마법사로 설명한 게 아닌가 싶다.

 

- 유능한 마법사로 표현된 솔로몬도 시바 여왕의 미션을 증명해 냈고, 지니가 사랑한 천재소녀 제피르가 증명한 게 보이지 않는 힘인 것도, 그가 만든 언어가 매쓰매티카인 것도 같은 결처럼 보였다. 전세계의 이야기를 발굴해서 연구하고 강의하는 알리테아도 처음엔 같은 입장이었을거고. 

 

- 지니가 등장할 때 눈을 감고 하나둘셋을 세며 사라지길 바랐던 알리테아는 결말에선 하나둘셋을 세며 그가 나타나기를 바란다. 증명의 존재가 믿음을 가지며 생긴 변화. 서사학자로 이야기를 연구하며 시대가 흐르면 이야기는 일종의 비유가 될 거라 말한 알리테아는 지니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사실성을 더하려다 결국은 태워 사라진 엔조와는 정반대의 결과. 

 

- 엔조에 대해 얘기할 때 알리테아는 두통이 있으면 나타나지 않고 천식이 심할 땐 함께 있어줬다고 표현했던 것 같은데, 이것도 지니의 이야기랑 연결되는 것 같았다. 정령들이 모이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는 곧 호흡과도 같다고. 이야기는 인간을 숨쉬게 해주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듯 했다.

 

- 지니가 담긴 골동품 병을 발견했을 때도 이게 진짜인지를 유리장인이 남핀 핏자국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진품에 있어야 할 핏자국이 없음에도 가짜 골동품병을 고른다. 진짜는 증명하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가짜는 그럴 수 없는 것, 곧 알리테아가 가짜인 이야기의 세계를 택한다는 복선처럼 보였다. 

 

- 지니의 이야기는 증명하는 자에게 미혹된 시바, 사랑하는 남자와 임신을 했지만 남자와 아이를 잃고 영원히 혼자가 된 걸텐, 뛰어난 천재라 보이지 않는 힘까지 증명해냈지만 결국 지니의 구속에서 자유로워진 제피르 순으로 이어지는데 이건 알리테아가 이야기한 자신의 삶과 흡사하다. 상상속 친구 엔조를 사실적으로 그리려다 결국 잃은 알리테아, 남편과 사랑하고 결혼한 후 임신을 했지만 아이도 남편도 잃고 고독하게 사는 알리테아, 뛰어난 천재에 불가능한 존재인 지니까지 확인하게 되지만 그를 사랑하고 구속하다 결국 자유로이 놓아주는 알리테아처럼 보였다. 

 

- 지니가 사랑한 여자도 셋, 지니가 병에 갇힌 것도 셋, 지니가 들어줘야 하는 소원도 셋인데 알리테아가 지니를 처음 만난 튀르키예 숙소도 333호다. 

 

- 영화 도입부엔 비행기에서 다리를 떠는 알리테아를 보여주고 지니의 이야기가 끝난 후엔 알리테아가 침을 삼키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 같다. 지니의 이야기 속 첫 주인공인 시바는 침을 꼴깍 삼키고 마지막 주인공인 제피르는 다리를 떠는데 행위의 순서가 정반대다. 침을 삼키는 건 갈망의 순간 혹은 원하는 욕구를 깨닫는 것, 다리를 떠는 건 불안의 순간 혹은 원하는 욕구를 깨닫지 못하거나 풀 방법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청자인 알리테아는 진짜 욕구를 알지 못하다 지니를 통해 깨달았지만, 화자인 지니는 원하는 게 뭔지 알았지만 이를 풀 방법을 알지 못하게 된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자와 청자의 입장이 뒤바뀐 느낌이랄까.

 

- 처음엔 청자의 입장에서 지니를 믿지 않고 확인하고 증명하려 들던 알리테아가 그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한 건 지니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게 되는 화자가 되면서라 생각했다. 자신의 상상 속 친구 이야기를 하는데도 이를 지니가 그대로 믿어준 경험이 태도가 변한 계기가 되진 않았나 싶다. 아무도 안 믿을 이야기를 믿어주는데 그가 하는 이야기를 못 믿을 이유가.

 

- 알리테아를 사랑하며 지니가 점점 소멸한 건, 사랑은 대가 없는 선물이기 때문. 소원의 대가가 사랑이라 지니는 알리테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소원을 들어주는 능력을 빼앗기는 반대급부가 발생한 걸로 보였다. 

 

- 결국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 세상을 변화시킨대도 이야기는 사람들을 숨쉬고 살게 해주는 존재고, 이야기를 진짜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야기는 비유로 사라지지 않고 존재할 거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이야기의 본질은 사랑이니 사랑도 증명하고 확인하려 하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하고 믿게 될 거라 전하는 것 같았고. 

 

- 근데 2회차하고 오니 계속 초반 실화라며 동화라 하는 것, 병이 가짜인 것, 초반에 언급된 교훈극?의 특징대로 영화가 진행된 것, 도입부 상상력이 너무 좋아졌다는 대사 등이 걸린다. 역사적 사실이 이야기 속에서는 각색되거나 지니 스토리가 알리테아 본인 이야기랑 비슷한 것도 그렇고. 초반 대사가 이정표 같은 느낌인데 알리테아의 실화로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냥 기억나는 대로 적어본 거라 틀린 것도 많고 순서도 뒤죽박죽인데 더 까먹기 전에 메모용으로 남겨 봅니다. gv로 봤으면 좋았을텐데 싶어 못 간 걸 후회하는 영화였어요.ㅎㅎ

 

 


profile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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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evergreen 2023.01.06 23:54
    처음 볼 때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봤더니 내용을 다 흘려버린 것 같아 정신 차리고 다시 봐야지 했었는데 덕분에 관람 포인트도 나름 생각하게 되고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정성 후기 감사합니다!
  • 라떼컵 2023.01.07 21:37
    저 방금 보고왔는데 지니의 이야기와 주인공의 삶이 겹치는부분은 생각도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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