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저는 만화 <슬램덩크>의 명성'만' 들어왔고, 주인공 이름 석자 정도 아는 것 빼고 아예 모르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됐는데(그 흔한 사전 정보조차 보지 않았습니다)... 몇일 전에 본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과 더불어서 새해부터 엄청난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네요.
개인적으로 가급적 일본 애니메이션은 취향에 맞는(혹은 맞아보이는) 작품만 찾아보는지라 내 취향에 안 맞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근데 이게 웬걸? 같은 애니메이션 장르는 물론 웬만한 실사 영화 저리 가라할 정도로 시종일관 점잖고 진지한 분위기로 가더라고요. 한마디로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 아예 없어서 저같이 이런 걱정 하셨던 분들이라면 그런건 날려버리셔도 됩니다.
그리고 철저히 슬램덩크를 아예 모르는 입장에서 설명드리자면, 최강의 라이벌 팀과의 경기와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과거가 번갈아가며 펼쳐집니다. 저는 여기서 가장 맘에 들었던게 바로 연출이었는데요. 여기서 주인공의 과거를 극적으로 보여줄법 하지만 최소한의 장면과 설명만 보여주며 절제에 절제를 거듭합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아주 제대로 관객을 압도하며 몰아붙이는데 이렇게 관객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게 이정재 감독의 <헌트> 처럼 감독 입봉작으로서 굉장한 성취라고 하고 싶네요.
작년 연말 카타르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며 느꼈던 아니 그 이상의 감정을 이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슬램덩크를 몰랐던 걸 넘어 아예 관심조차 없었던 저조차도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