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철도영화제가 소소아트시네마와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24.09.26(목)~10.01(화)
금요일에 이창동 감독 마스터클래스가 열려 얼른 예매하고 박하사탕을 관람했습니다.
1시부터 초록물고기 3시30분부터 박하사탕 7시 30분부터 연연풍진
이렇게 상영이 되었는데 철도영화제 답게 전부 기차와 관련있는 영화입니다.
참고로 "연연풍진"은 이창동감독님이 영화제에 추천한 영화라고 말씀해주셔서
gv 끝나고 바로 티켓팅해서 영화 한편 더 보고 왔습니다.
1 철도영화제 답게 철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최초의 영화필름에는 철도가 담겨져있다.
-열차가 여러개 이어져있는것과 필름의 시퀀스가 한칸씩 이어져 있는 특유의 모습이 서로 비슷하다
-본인의 젊은시절 철도는 감성적이었고 지금과는 다른 낭만이 있었다.
그 시절엔 열차가 지나가면 창 밖에서 손 흔들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초록물고기는 한 젊은이가 군대에 다녀와 열차에서 내리니
고향풍경이 바뀌었다는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박하사탕 촬영시절 철도청에 도움을 많이 받아 철도영화제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는데
대전철도영화제가 현재 코레일과 관계없어서 놀랐다.
-박하사탕을 만들때 시간의 흐름과 연속성을 나타낼수 있는 소재가 뭐가있을까 고민했는데
열차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2 초록물고기 , 박하사탕 관련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초록물고기는 신도시라는 무대를 공간의 변화로 설정했고
박하사탕은 시간의 흐름을 역행하는 방법으로 시간의 변화를 설정했다.
-보통 이야기는 기 승 전 결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박하사탕은 반대로 시도해봤다.
이런 시도는 레퍼런스가 없어 무척 어려웠고 고민이 많았다.
1년뒤 메멘토가 개봉했고 비슷한 맥락이긴 하지만 박하사탕과는 차이가 있다.
기승전결을 반대로 시도해봤지만 감정의 분출이 잘 이어져 다행이었다.
-면도하다가 문득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늙지 않았네,, 돌아가고싶다. 라는 생각이
박하사탕의 시작점이었다.
3 이창동의 영화는 문학적이다 라는 비평에 대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 영화가 가지는 여러가지 특성중 단순히 하나의 신념, 의미가 부여된 영화들은
사실 큰 감동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의는 이긴다 라는 하나의 테마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나오면
사고의 깊이나 정서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여러 생각을 자유롭게 하게 하고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에 초점을 두다보니
오히려 리얼리즘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 뒤 관객들 질문 몇 개 답변 주시고 시간관계상 마무리 하셨습니다.
7시 30분 영화상영 시작인데 25분까지 관객 한분 한분 다 사인해주시고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오늘이 올해 중 최고의 하루였습니다.
+++ 추가
오정미 작가님께서 "박하사탕의 마지막 장면(설경구가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에서
마치 자신의 미래를 다 알고있다는듯한 표정이 뭔가 영적인 느낌을 받았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지나가는 구름만 보면서도 눈시울 붉히던 이런 문학적인 소년이
어찌 자기자신까지 갉아먹는 괴물이 되었을꼬...'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는 이런점이 참 좋아요.
관객들이 각자의 살아온 방식으로 각기 다르게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점을 잘 아시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