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보고 온, 조커: 폴리 아 되 보고 난 후기를 까먹기 전에 폰으로 몇자 적겠습니다.
시작부터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그의 기형적인 몸짓과 빼빼 마른 체격까지 완벽히 연기해내는 모습은 정말 대단했죠. 전작에서 다소 구분이 어려웠던 아서의 상상과 현실이 이번 영화에서는 뮤지컬 같은 연출로 명확히 구분되면서, 전작 이상의 섬세한 연출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초반부는 조커를 원하는 대중들과, 아서를 그저 불쌍한 사람으로 보고 치료하려는 변호사의 대립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서는 자신이 그저 운이 나쁜 불쌍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며,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 대중들에게 우상화된 것에 대해 괴로워합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사회에 큰 메시지를 전달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더욱 우울해지죠.
하지만, 이야기는 할리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할리는 산을 쌓을꺼다 라며 혼돈의 세상 그리고 그의 광증을 신격화하는 인물로 나오죠. 하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그 방법에 대해선 조커가 이를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이는 후반에 나오는 조커의 후계자격 인물을 암시하는 듯 합니다.
아서의 광기는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서 터져 나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행복한 연인으로 살고 있다는 망상적인 환상이 무너질 때 아서의 광기가 폭발합니다. 이때 우발적인 행동인 조커로 변모하는 과정이 할리의 조종 아래 그려집니다.
(할리는 본인의 대학원 전공인 정신과의 지식을 사용하여 아서를 조종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중들과 할리는 살인이라는 자극적인 요소에 열광하지만, 그들은 조커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통쾌함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아서는 대중이 원하는 조커를 연기하게 됩니다. 조커 분장을 한 아서는 굽은 등이 펴지며 "사실 조커는 나야(The Joker is me)"라는 뮤지컬 장면에서 그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속이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후, 아서의 상상으로 할리와 함께 TV 쇼에 출연하는데, 할리가 아서가 아닌 대중과 메시지를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조커라는 캐릭터의 신드롬을 이용하려는 존재라는 걸 무의식중에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아서를 쏘는 장면 또한 상상(무의식)에 나타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서는 이 사실을 부정하며, 자신을 변호하려던 변호사까지 해고하면서 조커를 숭배하는 세력과 할리를 선택했었죠.
(하지만 할리는 게임을 TV연결할때 사용되는 3번채널로 아서의 재판을 보며 게임처럼 아서를 조종한다는 암시가 나옵니다.)
후반부에서는 아서가 재판장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범죄가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리곤 할리를 쳐다봅니다. 하지만 할리에게 아서는 그저 조커라는 상징을 조종할수 있게하는 게임기에 불과했으며, 끝내 그녀는 아서를 떠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싸이코패스 죄수가 아서를 살해하며 조커식 해결 방식으로 마무리되는데, 이때 그가 자신의 입을 찢으며 히스 레저의 조커처럼 변하는 장면은 섬뜩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중이 원하던 조커가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결국, 아서라는 불쌍한 인물에서 시작된 조커라는 캐릭터가 대중과 미디어에 의해 재해석되고 신격화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서 자신은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사라졌지만, 그가 만들어낸 조커는 대중이 원했던 상징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에서 아서는 조커가 되기를 포기하고, 조커가 하나의 상징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대중이 원했던 조커가 진정한 조커였을까요? 아니면 그저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했던 것일까요?
p.s. 아서의 상상인 뮤지컬은 거이 대부분 현실에서 재해석 되었습니다. 중간에 나온 결혼식 장면 또한 아마 후반의 죄수가 연기하는 조커와 할리의 결혼으로 떡밥이 풀릴 것 같습니다.
무코님의 글을 보고나니 영화 포스터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