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영화관에서 관람한 밀리터리 영화인데 개성이 아주 뚜렷합니다. 이야기의 지향점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닮아있는 것 같지만, 전반적인 내러티브의 색채는 <1917>처럼 단순하고 우직합니다. 영국 감독의 작품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미국식 영웅주의와 우월주의는 최대한 배제한채 전장을 배경으로 생존을 위한 두 남자의 탈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존 킨리가 아흐메드의 도움으로 미국에 무사 귀환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그린 전반부는 손에 땀을 쥘만큼 긴박하고 처절하며 뭉클함마저 듭니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진 아흐메드를 구출하기 위한 존 킨리의 여정을 역으로 그리고있는데 생존과 더불어 약속(The covenant)의 이행이라는 두 남자의 목적을 위해 영화는 쉬지않고 달음박질합니다. 그 가운데 흐르는 정서는 스필버그 영화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보편적이고 섬세한 휴머니즘보다, 사나이 간 우정과 의리를 간지나게 부풀리는 과거 홍콩 누아르 영화에서 느낄 수 있을 법한 비장미에 가깝습니다.
앞서 말했듯 상당히 심플한 이야기이지만 밀리터리물로서 장르적 재미를 확실히 제공하기 위해 공들인 흔적이 영화 전반에서 느껴집니다. 특히 쇼트의 연결이 물 흐르듯 매끄럽고 촬영과 편집에서 가이 리치의 장기가 돋보이는 장면들도 눈에 띕니다. 기술적 완성도가 여러모로 준수합니다. 다만 속도감 있는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의 호흡이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고 슬로 모션의 뜬금 없는 사용이 다소 거슬립니다. 중반부 존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여러 동기와 상황을 지나치게 대사에 의존하여 설명하는 편의적 연출 또한 아쉽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연출 의도가 확고하더라도 실화라는 테두리 안에서 결국 약속의 최종 목적지는 미국땅이라는 점을 놓고봤을 때 미국식 영웅 서사의 한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고 봅니다.
끝으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에게는 미군과 탈레반의 치열하고 살벌한 전투를 이 영화와는 또다른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담아낸 2020년 개봉작 <아웃포스트> 또한 추천 드리며 후기를 마무리합니다.
☆<더 커버넌트> 별점 및 한줄평:
●●●(3/5) 곁눈질 않고 오직 생존과 약속의 이행을 위해 2인 3각으로 비장하게 전진하는 상남자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