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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발견]은 그동안 제가 감명 깊게 보았던 작품들 중에 화제가 크게 되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추천하기 위한 코너입니다. 첫번째로 소개해드릴 영화는 2021년 말에 국내 개봉한 영국 영화 <노웨어 스페셜>인데요. 며칠전에 최근 개봉한 영국 영화 <애프터썬> 리뷰를 쓰다가 생각나서 여러분들께 추천하고자 합니다.

 

-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청소부 아버지가 남은 시간동안 자신의 어린 아들을 입양해줄 부모를 찾아나서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봐서는 관객을 울게 만들려고 작정한 영화 같은데, 그런 영화가 맞으면서도 또 아닙니다. 이 영화에는 신파적인 연출이나 정서가 전혀 없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슬픔을 대놓고 강요하는 영화(예를 들면 "7번방의 선물")들을 상당히 좋아하지 않는데요. 이 영화는 이별의 슬픔 그 자체가 아닌, 남겨질 아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고민하며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여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 눈물기를 쏙 빼고, 그렇다고 애써 쿨한 척이나 밝은 척도 하지 않고 '당신이 이 상황이라면 어떤 집에 아이를 보내는게 최선일까?'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질문을 관객과 나눌 뿐입니다.

 

- 아빠가 아이를 위해 해야할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자신을 대신할 가장 좋은 부모를 골라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죽음 또한 납득시켜야 하니까요. 입양 기관의 주선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부지런히 지원자들을 만나러 다니지만 과연 누가 합당할지, 어떻게 하는게 맞는건지 쉽게 답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또한 아빠는 아이가 곧 맞게 될 아빠의 죽음과 새로운 가족의 등장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시켜주려 애씁니다. 이제 네살 짜리 아이의 눈에는 이러한 아빠의 고민들이 보일리가 없죠. 영화는 그저 이들 부자의 얼마 남지않은 일상을 차분한 톤으로 응시할 뿐입니다. 어쩌면 극중에서 한번쯤은 폭발할 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의 표현들을 냉정하리만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절제된 눈빛과 아빠를 바라보는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빛이 교차되어 관객의 마음 속에 더 큰 슬픔의 파고를 일으키는지도 모릅니다.

 

- 저는 이 영화 개봉 당시 혼자(혼영+대관) 관람했는데요. 처음엔 멍하니 스크린만 쳐다봤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서서히 차오르더니 엔딩과 동시에 극장이 떠나가라 폭풍 오열했습니다. 영화는 끝까지 부자의 이별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빠의 바람대로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결말(혹은 시작)을 요란하지 않게 맞이할 뿐입니다. 신파적인 소재를 가진 이야기가 어떻게 끝을 맺어야 관객을 울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굉장히 심적으로 지쳐있던 날이었는데 펑펑 울고나서(어쩌면 울면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 문을 나섰던 기억이 나네요.

 

- 이 영화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남자에게 남은 시간과 남겨진 누군가에 대한 애달픈 심정을 잠잠히 묘사한다는 점에서 일단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합니다. 아울러 사랑하는 자녀와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동행과 그 가운데 아빠에게 드리운 그늘을 아직은 깊이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되, 그들의 전후 사연이 서사적으로 함축 및 생략되었다는 점에서는 서두에 말씀드린 <애프터썬>과 결을 같이 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피고용자 계급이면서 저소득층인 한 남자를 중심에 놓고 입양 제도의 명암과 사회 문제를 다소 직접적인 어조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호흡도 느껴집니다.

 

-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극화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어느날 신문기사에서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의 아이를 맡아줄 부모를 구한다는 광고를 본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이 이를 모티브로 각본을 썼다고 합니다.

 

- 아빠 역을 맡은 배우는 영국 출신의 제임스 노턴입니다. <작은 아씨들>, <미스터 존스>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로 거론되었다고도 하네요. 감정을 분출하지 않으면서도 아빠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이 오롯이 전해지게 하는데는 제임스 노턴의 역량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고 봅니다.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는 자기 역할만 빛나게 만드는게 아니라 상대역을 돋보이게 만들 줄 아는 배우인데, 아직 연기적 표현이 미숙할 수 있는 어린 아역 배우의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역량을 지닌 배우입니다. 그로인해 부자의 연기 케미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지난해 아카데미에서 외면 받은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 작년에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많기도 했거니와 작품상 수상작인 <코다>라는 가족 드라마의 화제성이 컸던 터라 소리 없이 묻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제임스 노턴은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 여담이지만 최근 <애프터썬>과 <더 웨일>을 배급한 그린나래가 수입/배급 했습니다. 명성에 걸맞게(?) 국내 개봉 당시 화제가 크게 되지 않았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증정 포스터가 꽤 여러 버전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삶이 불현듯 무겁고 출구도 잘 보이지 않는데다 세상에 나 혼자 존재하는 것 처럼 느껴질 때, 이 영화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여러분에게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며 소소하지만 따스한 위로를 건네줄 영화입니다. 어쩌면 눈물 한 방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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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 & 한두줄평

●●●○ 나 없는 네 인생을 위하여. 요란하지 않아서 더 슬픈 이별 준비, 그리고 엔딩.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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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evergreen 2023.03.09 07:22
    너무 좋아서 다섯 번 정도 봤는데 끝물에 몰아 봐서인지 대관이 많았던 기억이 나네요.
  • @evergreen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9 07:27
    이 영화 찐팬이시네요!ㅎㅎ 전 개봉일 저녁에 봤는데도 대관이었어요ㅜ
  • profile
    무비코 2023.03.09 09:44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 역할을 제임스 노턴이 덤덤하게 했던 연기가 참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써주신 글을 보니 그때 그 감흥이 다시 떠오르네요~
  • @무비코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9 09:51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보셨다니 저도 반갑네요ㅎㅎ
  • KkKkKK 2023.03.09 09:57
    얼마전에 왓챠 추천작으로 떠서 조만간 보려고 담아뒀는데 마침 추천해주시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 @KkKkKK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3.03.09 10:00
    저도 감사합니다! 보시고 감상 나눠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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