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보통 스토리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관객이 기대하고 또 감상하게 되는 면도 그런 것이겠고 많은 영화들이 집중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과감한 이미지와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연출을 추구하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선택이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수준의 차이가 있다기보단 종류의 차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서사가 빈약한-영화의 입장을 굳이 대변하자면 ‘비중을 적게 준’ 혹은 ‘노력에 비해 결과가 작아 보이는’-영화를 보게 되면 그 쪽으로는 아예 마음을 놓게 됩니다. 부족하게 보이는 부분에 굳이 관심을 둘 동기를 못 찾게 되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감상하기가 편해집니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것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작업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영화라도 나름 자신 있게 보여 주는 부분 하나만큼은 있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을 갖고 있거든요. 그것이 실제로 대다수 관객들에게 얼마만큼이나 와닿게 될 것인가는 별개의 것이겠지만요.
물론 우리가 어떤 영화에 대해 박한 평을 내릴 때의 그 기준이 되는, 상대적으로 더 완벽한 영화를 생각해 본다면 이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그런 완벽한 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자신 있게 보여 주는 시청각적 이미지 하나에 매료된 저와 같은 사람들이 지금껏 그런 호(혹은 호에 가까운) 평을 남겨 온 것이겠죠. 재미있는 점은, 위에서 언급했던 흔히 말하는 망작이라는 영화들을 감상하는 제 방식이 이번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4살짜리 어린 아이가 TV 화면에 나오는 알록달록한 화면을 쳐다보고 있는 것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인 '모나'가 채널을 돌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광고 화면에 넋이 빠져 있는 것처럼 말이죠.
임시저장 해 둔 것이 있었네요. 뒤늦게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