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올여름 개봉작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연출의 작품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스파이더버스>라고 생각하는데, 여름철 상업영화로서 주제와 분위기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단연 독보적이고 과감하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상업영화들은 대중성과 절충한 소재를 선정하고 연출하는데, 많은 예산이 들어가다보니 제작과정에 윗분들이 개입하기도 하죠.
그러다보니 올여름 텐트폴 영화중에서 <비공식작전>처럼 어디선가 봤던 기시감이 느껴지는 결과물이 나오거나, <더 문>처럼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은 정통 SF를 시도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물은 '스페이스 오페라'적인 연출에 CJ와 설경구 배우님의 조합에서 예상되는 'CJ식 신파'로 범벅된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오늘 CGV 대구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작품의 톤이 예상보다 훨씬 무거웠고, 다른 텐트폴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연출이 느껴졌어요.
뭐랄까? '넷플릭스' 콘텐츠처럼 스튜디오에서 제작비만 대주고 '창작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부여한듯 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규모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CJ 신파극이나 JK 필름 영화들에서 볼 수 있는 막장 드라마 뺨치는 인물 관계도나 신파가 없었고, 재난 씬도 영화에 제대로 등장하는 건 중반에 딱! 한번 뿐이었어요.
윗분들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인지,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에서 흔히 다루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돈벌이가 될만한 '권선징악 영웅활극 액션!'을 보여주지 않고,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 군상'에 포커스를 집중하는데, '김영탁' 역으로 분한 이병헌님의 연기는 어리버리한 첫등장부터 광기와 생존본능에 사로잡힌 라스트 씬까지 단연! 압도적이었습니다.
극중 '김영탁' 아니.. '모세범'도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었고, 입주민이 아니었기에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고, 부녀회장의 등살에 떠밀려 주민대표가 됐을 뿐이고.. 그저 살고 싶었던 것 뿐이었죠.
본명이 '모세범'인데, 제가 종교가 없어서 잘은 모릅니다만, 작중 그의 행보로 미루어볼때 성경의 '모세'에서 이름을 따온게 아닌가 합니다.
이병헌님외의 배우분들중에선 부녀회장 역을 맡은 김선영님의 연기가 돋보였는데, 작중 대사에서 <드림팰리스>를 디스하는 등.. 은근히 캐릭터가 <드림팰리스>와 겹쳐서, 한편으로 이작품이 <드림팰리스 2>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 혹시.. 의도된 캐스팅일까요? -
그리고 분량이 짧았던 이분.. "아! 어디서 봤는데? 안면이 있는데.. 누구지?"하며 봤는데, 엔딩 크레딧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박지후님이란 걸 알게 됐어요.
그때보다는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젖살이 빠지면서 미성년자의 느낌을 벗어난 성숙미를 물씬 풍겨서 못 알아봤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최후가 참.. 푸세식 변소.. 아니.. 음.. 음!! 💩통에 빠져서 죽는 건 좀.. 그것도 낭떠러지에서 "ㄲㅑ~~~"하며 십수미터 아래의 💩무더기로 떨어져 💩에 파묻혀 죽는 건.. 좀 심했다 싶네요.😫😭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박서준님과 박보영님이었는데, 결코 악역이라고만 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이병헌님의 캐릭터와 리얼한 연기를 보여줬던 김선영님의 캐릭터에 비해, 너무 평면적인 스테레오 타입의 전형을 따르더군요.
올여름 텐트폴 영화 빅4 중에서 가장 과감한 도전을 한 이영화!
완성도는 빼어나고 몰입도는 훌륭하지만,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보다도 대중성과는 거리를 둔 연출덕에 흥행이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혹시라도 만에 하나의 확률로 속편을 만들게 된다면.. - 안 만들 것 같지만.. - 속편에선 등장인물들 다 교체하고 <매드맥스>,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추가) 알고보니 웹툰 원작의 유니버스 작품이라, 제 희망사항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고, 엔딩에서 오랜 시간이 흐른 후를 배경으로 마동석님의 액션활극이라니! 시원한 카운터 펀치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