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야! #오펜하이머 재밌냐?"고 묻는 경우가 요즘 많은데, 보통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중적인 재미'를 묻는게 대부분이죠.

 

개인적으로  <오펜하이머>는 '보편적인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 생각하고, #놀란 감독의 필모로 한정해도 제가 여태 본 놀란 감독의 영화들보다는, 대중성과 거리를 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재미'를 추구하는 단순한 액션영화라고 해도, 이 '재미'라는 부분이 개인마다 선호하는 취향의 차이가 분명히 있기때문에, 누군가가 저한테 "너 그영화 봤다며? 재밌어?"하고 물으면 단순히 "응! 재밌어!ㅋㅋ" 하지 않고 "넌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데?"라고 반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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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잼" or "노잼"이라는 답변은 주관적인 것에 불과해서, 나중에 "야! 그게 뭐가 재밌어?" or "난 재미만 좋던데?"하는 경우를 몇번 겪다보니 자연스레 안하게 되더군요.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아직 전부 보진 못해서 #미행 #메멘토 #인썸니아 #프레스티지 #테넷.을 못봤어요.

 

그래서 놀란의 전작중 <오펜하이머>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시간'을 소재로 다루는 것을 즐긴다 정도만 아네요.

 

전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놀란의 작품중 세 영화가 생각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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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각몽'과 '몽중몽'에 '시간의 중첩'을 다룬 #인셉션 

 

놀란 감독이 '007 영화'를 연출하게 된다면 이런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MCU <닥터 스트레인지>의 '미러 디멘전' 연출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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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성 이론', '웜홀', '블랙홀'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던 #인터스텔라 

 

다루고 있는 소재들이.. 아마도 이때부터 놀란 감독은 <오펜하이머>를 구상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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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시공간에서 시작된 3가지 플롯이 하나로 엮여가는 '편집의 마술'을 선보이며, 전쟁을 '체감'시켜줬던 #덩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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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쓰고보니.. 제가 감상한 놀란 영화중 <다크 나이트 3부작>을 제외한 전부인데, 놀란 감독님이 거의 모든 본인의 작품에서 시간을 소재로 다뤄서겠죠.

 

<오펜하이머>는 관람전에 역사적 사실을 잘 모르면 사전학습이 필요하다는 얘길 듣긴 했는데, 그냥 봐버렸고.. 그래서일까요? 클라이맥스에서 퍼즐 조각들이 짜맞춰지며 "아! 이게 이렇게 된 이야기구나!"하는 깨달음과 함께 '빅 재미'를 느끼고 n회차를 하고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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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영화는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 두 사람의 청문회를 교차편집하며 보여주는데, '오펜하이머'는 대충은 알아도 '루이스 스트로스'라는 인물은 뉘신지?? 생소하고 무슨 이유로 청문회가 열린지도 모르는 입장에선 "재판인가?" 싶었어요.

 

보통 이런 류의 전기 영화들은 해당 인물이 생소한 관객들도 이해하기 쉽게, 역사적 인물의 생애를 친절하게 '연도 & 장소' 자막까지 띄워주며 '연대기'식으로 서술하는데, 놀란 감독님은 그런 것 없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시공간을 교차하며 서사를 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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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시간대에서 현재에서 수년전 혹은 수십년전 과거로 넘어가는 건 기본에, 심지어 과거에서 더 과거로 롤백하고, 현재인줄 알았던 오펜하이머 청문회가 현재가 아니었고, 오펜하이머 청문회와 같은 시기로 보였던 스트로스 인사 청문회가 알고보니 작중 가장 후반 시간대인..;; 

 

'시간의 마술사' 놀란답게 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직조하는데, 교차편집된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드는 씬들이 동시간대의 일처럼 매끈하게 연결된 연출은 대단했어요.

 

다시 말하면 머리 텅비우고 관람하기 좋은 팝콘 무비는 아니고, 집중하지 않으면 뭐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영화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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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오펜하이머> 이전에 제가 관람했던 전기 영화들은, 역사적 인물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간지나거나 감동적이게 묘사하는 연출이 있었는데, <오펜하이머>는 미국에서 찐따 취급받다가 독일에서 학업적 성취를 이루는 씬을 제외하면 사실상 없었어요.

 

트리니티 실험후에 저 유명한 한마디를 내뱉고, 이후로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영화 개봉전 우려했던 부분인 일본에 피해를 줘서 죄책감을 느낀다기 보다는-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만큼 허망함을 느끼는 연출은 있긴 합니다. - 자신이 인류에게 자멸할 힘을 줬다는 것에 대해 공허함을 느끼는 것에 더 비중을 둔 연출이었어요.

 

작품 전반적으로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에 대한 묘사는 좋지만은 않은데, 자신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타인을 내려다보는 건방진 성격과 <사랑과 전쟁>을 방불케 하는 문란한 사생활 같은 부분들이 그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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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의 건방진 성격 때문에 악역이라기보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토니 스타크.. 아니.. '루이스 스트로스'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유형의 캐릭터고, 작중 '루이스 스트로스'만큼은 아니지만, "저인간들이 나 없는 곳에서 무슨 얘길 하는거지? 왜 내가 물으면 별 일 아니라고 하는거지?"하는 의구심을 저도 종종 가져봤기에 공감이 갔던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뿌린대로 거둔다고.. 권력의 정점에 오르기 직전에 개인적인 원한으로 행한 복수극을 치뤘던 댓가로 그는 몰락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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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상당히 인상 깊었던 인물은 '로저 롭'이었는데, 법정영화 분위기가 물씬나는 클라이맥스에서 신들린듯한 '구강 액션'을 선보이며 분위기를 절정으로 캐리하더군요.

 

이 배우분.. 다른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데, 아마.. <공포의 묘지>라는 그닥 무섭지 않고 시시하게 끝난 공포영화였던 걸로 기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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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분량은 짧았고 실존 인물과 직접 비교하면 다르긴 하지만, 분위기만큼은 아인슈타인 그잡채였던 배우분인데, 연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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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글을 마무리 해볼까 합니다.

 

다른 감독들이라면 전기 영화를 연출하게 될 경우, 시간순으로 주요 사건을 배치하고.. 사전지식이 없는 관객들을 배려해서 시간과 장소를 알려주는 '자막'을 넣고, 관객들이 극이 몰입하도록 배경 스토리와 심리묘사와 서사에 상당한 공을 들일테지만...

 

놀란 감독은 서사보다는 그당시 '오펜하이머'가 처했던 '상황'과 그가 있었던 '장소'를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해서 담아내는데 집중한 것 같았어요.

 

다섯번이나 본 영화라서 영화속 사건이 일어난 시간순으로 머릿속에서 편집되어 저만의 <오펜하이머 특별판-.-;;>이 만들어지는데요 

 

시간순으로 씬들을 나열해보면 3시간이나 되는 상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사는 허접하고, 트리니티 실험 씬도 별거 없고 엔딩에 오펜하이머가 명예회복하고 끝나는.. 영화사 윗분들이 "2시간내로 편집하소!"하며 압박할 허접한 작품이 되네요.

 

이를 '시간의 마술사' 놀란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서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아이맥스로 체감시켜주는, 오직 놀란 본인만이 해낼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고...

 

한 인물의 일대기를 그리기 보다는 의견차이로 서로 충돌하는 두 인물이 각각 ‘핵분열’, ‘핵융합’ 프로젝트의 총괄이었고, 이들이 몰락하게 된 원인은 ‘인간관계’ 때문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부분을 놀란만의 시간 직조 스타일로 풀어낸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놀란은 차기작들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욱 공고히 하지 않을까 싶지만, 전 벌써부터 놀란 감독님의 차기작은 무엇이 될지 기대됩니다.

 


profile Sierra

커뮤 활동은 가볍게..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존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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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evergreen 2023.09.01 00:52
    말 그대로 놀란스러운 전기 영화라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다만 아무 정보 없이 봤던 첫 관람 때는 무코님처럼 스트로스도 모르는데 자꾸 재판같은 청문회가 뒤섞여 나오고 섞인 시간대도 잘 모르겠어서 꽤 헤맸었네요 ㅎㅎ
  • @evergreen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Sierra 2023.09.01 12:28
    놀란다운 일관성은 확실하더군요.

    출발점이 다른 각각의 서사들이 결말로 다가갈수록 간격이 좁혀지며 하나의 종착점으로 귀결되는..

    <오펜하이머>는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가 몰락하는 두 청문회의 결론을 클라이맥스로 설정하고, 빌드업해나가는 것이었죠.
  • profile
    Nashira 2023.09.01 02:55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묘하게 인터스텔라처럼 우주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저도 인물들은 잘 모르지만, 왠지 인생사에 물리학적인 원리를 녹여낸 것 같길래...
    그 어느 과학영화보다 보고나서 머리를 굴려봤습니다. ㅋㅋㅋ
    어쩌면 인간이라는 하나의 작은 우주 속에 담긴 이런저런 모순들을
    청문회라는 베틀로 이리저리 짜낸 영화가 아닐런지...

  • @Nashira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Sierra 2023.09.01 13:26
    두 인물의 대립과 충돌이라던가, 오펜하이머에게 끌리는 여성들.. 핵분열과 핵융합, 원자, 중성자, ‘시공간의 왜곡’처럼 느껴지는 시간 순서가 뒤틀린 편집 등등… 물리학적으로 해석해도 될만한 요소들도 많다고 생각하고, <오펜하이머> 영화답게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것 같아요.

    인생철학(?)적으로 해석하면, “주변에 적을 만들지 마라!”가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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