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 EO>는 당나귀의 여정을 따라면서 영화내내 순수한 동물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폴란드 영화입니다. 당나귀가 주인공으로 설정된만큼 주인공은 말이 없습니다. 대신 가끔씩 들려오는 주변 사람들의 대사들이 있고 당나귀는 시시각각 바뀌는 주변 상황들에 반응합니다. 어찌보면 다큐멘터리 영화, 때로는 무성 영화 느낌도 납니다.
그런 영화를 심심하지 않게 해주는 촬영, 음악, 연출이 좋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웅장한 자연풍경, 붉은빛 배경의 미장센 등도 감상포인트입니다. 당나귀의 눈빛과 행동 연기가 좋아서 은근 몰입감이 있었고 다소 충격적인 후반부도 인상적입니다.
러닝타임이 짧지만 재밌다거나 지루한 부분이 없다하면 거짓말이고 생각없이 보이는대로 따라가는건 어렵진 않은데 영화를 보고 나면 생각할 점이 은근 많았습니다. 무거운 분위기에 의식의 흐름대로 전개되면서도 다소 난해하고 상징적인 의미들을 파악하데 은근 머리를 써야될 수도 있습니다. 중간에 프랑스의 대배우 한명이 특별출연으로 나오는데 정말 짧게 나와서 개인적으론 분량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당나귀를 통해 인간의 탐욕, 폭력성, 잔인함 등 여러 추악한 면을 보여줌으로써 인간 사회의 모순,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영화였고 평소에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신다면 더 가슴아플듯 합니다. 혹시나 아래 포스터를 보고 가볍고 밝은 분위기의 영화를 생각하셨다면 착각입니다.
별점 : 3.7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