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크나이트의 용아맥 재개봉 여부 관련 글들을 보다보니 올 초 해외에서 봤던 다크나이트 필름 아이맥스 감상 후기를 공유할 타이밍인 것 같아 올려봅니다.
제가 있는 런던의 BFI IMAX관에서는 오펜하이머 개봉을 앞두고 놀란 주요 필모들을 모두 필름 버전으로 상영하는 특별전을 수 개월 간 했었는데, 이 기회에 아이맥스 극장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인셉션과 다크나이트를 그것도 필름 버전으로 챙겨볼 수 있었습니다.
명작이기도 하고 지금의 아이맥스 시장을 있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보니 평일인데도 완전 매진이 되었고, 15년 전의 오래된 영화인데도 관객들이 여전히 기대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다크나이트다 싶었습니다. 사실 이날 전날에 <플래시> 영화도 같은 장소에서 봤었는데 오히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현지인들이 빼곡히 들어찬 거대한 영화관에 같이 앉아있다보니.. 런던에서 가장 큰 스크린에서 다크나이트를 70mm 필름으로 본다는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흥분과 기대감이 피부에 전해지더군요.
학창 시절 다크나이트 영화 대본으로 영어 공부를 했을만큼 많이도 본 영화지만,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맥스로 보니 역시나 몰입감이 정말 뛰어난 작품이구나 싶었습니다. 거대한 화면비는 또렷하면서도 시원시원했고, 극 중 홍콩 시퀀스에 나오는 소나 탐지 기술이나 피처폰 디자인 등에서 이제는 다크나이트도 역시 옛날 영화긴 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다시 봐도 한 순간도 집중을 안할 수 없고 또 모든 연출과 연기가 신선하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불변의 고전 중 하나로 자리잡았는가 하는 점이 와닿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플래시>를 먼저 보고 곧이어 다크나이트를 보니까, 서로의 차이가 너무나 대비되면서 왜 다크나이트가 그렇게 특별한 슈퍼히어로 영화인 동시에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지가 더 잘 체감되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과 히스 레저의 조커라는 거대하고도 상징적인 두 대립적 파워 간의 흥미진진한 관계, 레이첼에 대한 브루스 웨인의 인간적 면모들과 하비 덴트의 변화 과정, 그리고 다른 수많은 히어로 영화들의 흔한 상향식 영웅 서사들과는 달리 '배트맨'이 '다크나이트'로 하강하는 듯한 과정을 보여주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 되어가는 좁은 길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는 차별화된 줄거리.
영화가 끝난 뒤 사람들이 박수치는 것을 듣고 나오면서 (같은 영화관에서 몇 달 뒤 오펜하이머를 봤을 때보다 더 많은 박수 소리가 다크나이트에서 나왔습니다) 영화가 주는 기쁨과 행복을 잠시나마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오펜하이머도 정말 그랬고, 이제 또 개봉을 앞둔 리들리 스콧의 나폴레옹은 아이맥스에서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