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부터 너무 마음에 들고,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 주인공도 좋아하는 배우인 마이클 패스벤더라서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고 고민 없이 극장으로 가서 봤습니다.
스릴러 장르지만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감각적인 분위기인데 그 점이 취향이었네요. 내내 엄청나게 긴박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재미를 느낄만한 장면이 많습니다. 요가도 틈틈이 하고, 워치도 잘 활용하고, 수많은 이름을 사용하지만 본명은 알 수 없고. 피범벅 스릴러가 아니고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교묘한 스릴러라서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초반부터 나레이션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공감하지 마라, 공감은 나약함이다. 나약함은 약점이다."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네요. 저 대사를 반복해서 읊조리는 킬러의 모습이 오히려 일종의 다짐 같기도 해서 반대로 인간적인 면이 조금이나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호지스는 잔인하게 죽였지만 가족의 보험금 수령을 위해서 사고사로 해달라는 돌로레스의 요청을 들어준 장면도 그렇구요. 여자친구도 끔찍이 챙기고. 영화 전체적으로도 그런 킬러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느라 재밌었습니다.
주연뿐 아니라 조연으로 나온 틸다 스윈튼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면봉 같은 여자라는 말이 나왔는데 틸다 스윈튼을 보자마자 너무 잘 어울려서 재밌었어요. 신 스틸러라고 불릴 만큼 연기도 잘했고 장면들도 다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더 메뉴>와 유사한 느낌도 들더라구요. 챕터 형식의 구성과 피카레스크 물의 결합, 잔인함과 고요함, 침묵의 조화가 느껴지는 게 둘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ㅎㅎ
영화 연출도 감각적이고, 음악도 좋고, 배우들의 연기도 마음에 들었고,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영화였습니다. 스릴러지만 너무 잔인하지 않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타일리시한 작품이라는 점이 딱 제 취향이었네요! 추천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