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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전에 이 영화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글을 올렸었는데 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몇몇분들이 신카이 마코토가 취향에 맞다면 비추한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솔직히 신카이 작품들은 직접적인 메시지가 동어반복 되는 느낌이 있고 특유의 오글거리는 감정적 과잉이 있어서 완벽한 제 취향은 아니라 이 작품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이 작품을 보면서 의외로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가 떠올라서 나름 흥미롭게 관람했네요.

 

- 일단 전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그의 전작들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허나 이 작품 하나로도 그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일평생 창작자 혹은 예술가의 길을 걸어왔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파벨만스>를 보면서 내가 수많은 영화와 기타 매체들을 통해 접했던 스필버그라는 사람이 과거에 이런 시간과 희노애락을 겪어냈기에 현재와 같은 감독이 되었구나 라며 무릎 탁, 고개 끄덕끄덕했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면서는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던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 이 작품도 20세기 일본에서 태어나 근현대사를 겪어 온 창작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같습니다.(그런 점에서는 신카이 마코토와 비슷)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베이스로 그 시절 소년이 했을 법한 공상과 나아가 현재 노인이 된 감독이 하고있는 회고가 절묘하게 맞닿아 적절하게 뒤섞인 느낌입니다.

 

- 미야자키와 스필버그의 공통 키워드는 2차 세계대전입니다. 실제로 출생년도도 두분 다 전쟁 전후로 비슷하고 그분들의 내면에서 2차 대전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한 창작의 소재를 넘어 이야기해야 할 사명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었습니다. <파벨만스>에서 어떻게 하면 서부극의 총격신과 전쟁영화를 보다 리얼하게 만들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린 스필버그의 모습과 그 고민이 집대성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필버그가 가족주의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구현해낸 리얼리티로 이세계(현실이 아닌 세계)를 현세계보다 더 현세계같이 창조하는 실사 영화 예술가라면,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현세계를 투영하여 독창적인 상상력과 은유로 자신만의 새로운 이세계를 창조하는 애니메이션 예술가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것을 느끼고 비교해볼 수 있었습니다.

 

- 패망 직전의 일본 제국주의 시대가 감독이 어린 시절 실제로 겪었을 이 작품에서의 현세계인데 재밌는 점은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 및 요소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현세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반면 영화 속에서 감독의 상상으로 창조된 이세계가 당시 일본의 시대상을 더욱 선연하게 은유하고 있는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메타포가 풍성히 쓰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세계의 여러 캐릭터나 설정들에서 그의미를 유추해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튼 표면적으로는 명확하게 양분된듯 하면서도 스토리텔링적으로는 두 세계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이 관객들에게 난해하고 지루한 기분을 던져주거나 혹은 이 작품만이 가진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오거나 하는 식으로 갈릴 것 같습니다. 전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 감독 자신의 부모에 대한 정서도 느껴져서 인상적이었습니다. 군수산업체를 운영하며 떵떵거렸지만 감독이 추구하는 보다 선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과는 어찌보면 반대되는 삶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부끄러움과 냉랭함(?)이 묻어나는 동시에 그러한 아버지의 손으로 창조해냈을 전투기(혹은 하늘을 나는 물체들)에 대한 동경(?) 비슷한 감정도 느껴졌습니다. 특히나 영화 내내 종을 불문하고 메타포 혹은 스토리텔러로 수없이 등장하는 새들을 보며 감독이 비행 성애자인가? 생각했다는.. 또한 어머니에 대한 애달픈 마음 즉 지켜줄수 없었던 무력감과 미안함이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유발하는 감정적 동기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된 모성에 대한 감독의 애착이 강하게 엿보여서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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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나 현세계로 돌아가서 운명대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와 함께 돌아가서 너라는 아들을 낳겠다는 이세계 엄마의 결연하고 가슴 벅찬 고백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오마주 아니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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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라와라 얘네들이 진심 킬링 포인트! <소울>이 생각났는데 소울의 영혼이들보다 백만배 귀여웠다는.

 

- 결국 제목 자체가 이 작품을 통해 감독이 하고싶은 말의 핵심이었습니다. 전범국으로서의 제국주의 역사와 끊임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지옥을 딛고 일어서 보다 나은 현세계를 만들어가야 하는 숙명을 안고사는 현대의 일본인들에게, 나아가 동시대를 살고있는 모든 인간들에게 어떻게 살라고 직언하기보다는 어떻게 살지 스스로 선택하라는 곡언이 어찌보면 예술가로서의 사명에 더 부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피곤한 금요일 밤에 관람하기에는 몽롱함이 찾아오는 고비의 순간들도 분명 있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기에 이 작품을 100퍼센트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거듭 볼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발견되는 재미가 있을듯 합니다. 여유가 되면 다시 보거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작들도 감상해봐야겠네요.

 

*별점 및 한줄평:

●●●○ 무너진 제국주의의 잔해와 상흔 위에 유토피아의 건설을 일평생 고뇌해 온 창작자(예술가)의 일종의 사명 같은 회고와 곡언.


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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