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eenshot_20240123_210916_YouTube.jpg

<노 베어스>(자파르 파나히)

 

이 영화를 보면서 두 번의 소리에 전율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의 "컷"과 엔딩 시퀀스의 "끽"(사이드 브레이크 당기는 소리). 시작과 말미, 이 두 가지 소리가 감독이 영화를 만든 이유를 은유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거의 지면에 고정된채 움직이고 있는데 이는 마치 카메라가 조금만 흔들려도 영화 속 세계가 송두리째 뒤흔들릴 것 같은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영화 속 영화, 감독의 상황, 감독이 머물고 있는 마을의 사건, 이 세 갈래의 서사가 얽혀서 맞물리는 플롯이 상당히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이 모든 픽션이 감독이 실제로 처한 영화 바깥의 현실과 맞닿아있다는 사실이 영화적 설득력과 감정적 울림을 더합니다. 나아가 카메라와 영상창작물의 실체적 역할이 무엇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진중한 태도로 고민해보게 만드는 예술적 기능을 자연스레 수행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엔딩 크레딧이 끝나고 상영관에 다시 불이 밝혀질때까지 엉덩이를 차마 뗄 수 없었던 작품이었고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올해 최고작입니다.

 

*별점 및 한줄평:

●●●●○(4.5/5) 억압과 부조리에 길들여진 세계와 그 세계에 무력하게 갇힌 현실 속에서 카메라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할 수 있는가, 해야 하는가.

 

 

common.jpeg-58.jpg

<추락의 해부>(쥐스틴 트리에)

 

법정 드라마가 아닌 법정 드라마입니다. 이 영화가 남편의 죽음을 추적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흔한 추리물이었다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이 영화에서 "진실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관념적 질문을 관객에게 던져놓고 질문의 답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을 활용한 작품입니다. 고로 관객은 영화 속 사건의 진실 조차 결코 진실이라 확신할 수 없는 개운치 않음을 느끼는 동시에 결국 진실은 '인식과 기억의 과정을 거쳐 판단되고 결정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관객에게 장르적 재미를 충분히 선사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특히 평온한듯 스산한 별장과 엄숙한듯 치열한 법정이 공간적 대립을 이루는 가운데 법정씬에서의 다채로운 카메라 워크는 장르적 몰입감을 높이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오랜만에 각본, 촬영, 편집, (견공 스눕독 포함)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면에서 "웰메이드"라고 끄덕끄덕할만한 작품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별점 및 한줄평:

●●●●(4/5) '법정 드라마'라는 실험대 위에서 '진실'이라는 개념의 실체를 냉엄하고 신랄하게 해부한다.


발없는새

 

♡My Favorite Artists♡

찰리 채플린, 왕가위, 장이머우, 마틴 스콜세지, 샘 멘데스, 크리스토퍼 놀란, 로버트 드니로, 양조위...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1)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첨부
  • profile
    하빈 2024.02.13 21:48
    개인적으로 전 <노 베어스>를 생각보다 막 수작이다 그렇게까지 보진 않았는데, '끽' 소리로 끝맺은 엔딩씬은 좀 소름끼치기까지 했어요.
    위의 두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평도 그렇고... 한줄평 잘 쓰시네요!^^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발없는새 2024.02.13 21:55
    칭찬 감사합니다♡
    <노 베어스>가 만듦새 자체가 좀 러프한데다 막 재밌는 영화도 아니긴 하죠ㅎㅎ 그래도 이 영화가 가진 의미와 화두, 개인적인 울림에 초점을 맞추어 좋은 평가를 했습니다
  • @발없는새님에게 보내는 답글
    profile
    하빈 2024.02.13 22:11
    수작의 기준이 다를 순 있겠는데 저도 좋았지만 별점4는 아니었어서..^^;;
    이 감독님 영화는 이게 처음이었는데 키아로스타미 느낌도 꽤 나서 친숙한 게 좋기도, 애매하기도 했어요ㅋ
    발전적인 사회고발물에 감독님 상황까지 더해 생각하면 좀더 좋은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빈님에게 보내는 답글
    Cinephilia 2024.02.18 11:57
    위대한 영화에요^^ 노베어스.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51713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42] file Bob 2022.09.18 459939 140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4] file admin 2022.08.18 792400 203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5] admin 2022.08.17 541072 150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5] admin 2022.08.16 1198451 142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09480 173
더보기
칼럼 (영재방)내가 겪은 '에이리언:로물루스'의 어색한 부분들과 1편과의 사이에 있었던 사건(약스포) Maverick 2024.08.30 952 4
칼럼 <킬> 살인과 광기의 경계 [9] file 카시모프 2024.08.29 1730 14
불판 9월 2일(월요일) 선착순 이벤트 불판 [20] update 은은 2024.08.30 4896 24
불판 8월 30일 (금) 선착순 이벤트 불판 [51] update 합법 2024.08.29 11639 43
이벤트 더 강렬하고 더 진하게 돌아왔다! <베테랑2> 최초 시사회 초대 이벤트 [241] updatefile cjenmmovie 파트너 2024.08.27 8584 179
영화잡담 룩백 프리미어 보신분들 혹시 쿠키 있나요? new
02:20 14 0
영화관잡담 9/4 메박 수원 AK 빅토리 상영회차에 무슨 이벤트가 있는걸까요? [1] new
02:07 93 0
후기/리뷰 [호,스포] 소년시절의 너 후기 🕺 newfile
image
01:05 149 1
영화잡담 CGV 굿즈패키지 질문 [6] new
01:00 366 1
후기/리뷰 <이매지너리> 완전 극불호 리뷰 [8] newfile
image
00:43 373 3
스포) <애프터썬>의 여운을 짙어지게 만들었던 6가지 포인트 [6] newfile
image
00:13 324 11
8월 31일 박스오피스<임영웅 |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 10만 돌파> [4] newfile
image
00:03 554 10
후기/리뷰 소년시절의 너 왜 이제야 봤을까요 [4] new
00:02 398 3
영화잡담 [이상한 달링] 해외평점 newfile
image
23:54 134 0
영화관잡담 이번달이 10분 남았습니다. 포플쿠폰, 메박빕쿠 빨리 쓰세요! [2] new
23:51 281 2
영화잡담 소년시절의 너를 보고 보고싶은 영화 [2] new
23:50 310 1
영화관잡담 코엑스 2관이 좋을까요 4관이 좋을까요 [3] new
23:49 219 0
영화잡담 <희생>을 다시 보고 싶은데..😓 [1] newfile
image
23:42 253 2
앞좌석에 발 올리면 편할까요? 🥲 [14] new
23:30 821 10
후기/리뷰 킬-간단후기 [3] new
22:45 251 2
영화잡담 스포) 소년 시절의 너 2회차, 새롭게 본 것 [1] new
22:41 288 0
후기/리뷰 <그 여름날의 거짓말> 시사회 후기 [2] new
22:37 337 1
후기/리뷰 [약스포-극호] 한국이 싫어서 ... 덩케르트 20대 청년버젼 [1] newfile
image
22:29 347 4
영화잡담 힌국이 싫어서 무인 봤습니다 [2] newfile
image
22:03 541 6
영화잡담 영화 많이 본 기준 [10] new
21:46 719 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