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누엘 카레르 감독이 연출한 <두 세계 사이에서>는 차기작을 위해 위장 취업을 하는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명 르포 작가인 마리안(줄리엣 비노쉬)는 노동 취약계층을 소재로 차기작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제대로 된 상황을 알지 못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기로 합니다. 파리로 멀리 떨어진 프랑스 남부의 항구 도시인 캉에서 청소부로 취직하게 되는 마리안은 생각보다 더 부조리한 현실을 목격하게 되고 동료들과 가깝게 지내게 됩니다.
매일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마리안은 당일 날 있었던 일들로 책을 쓰게 됩니다. 몇 몇 곳을 전전하다가 크루즈 청소를 하게 되는 마리안은 2명의 동료와 함께 일하게 되는데 이 두 여성과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심지어 그들의 가정사까지 알게 되고 집으로 놀러가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가 크루즈의 외투를 남기고 가게 되어 다시 함께 돌아가 찾게 되는 순간 배는 승객들을 싣고 떠나버립니다. 하지만 이들은 빈방에서 편하게 술을 마시는 등 즐겁게 지내던 와중 승객 중 한 명이 마리안을 알아보게 되고 동료들은 엄청난 배신감을 마리안에게 느끼게 됩니다.
소설가 출신인 감독이 직접 각본 쓴 이 작품은 아마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투영해서 만든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마리안에게 투영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데요. 마리안은 자신의 정체를 몇 번 들킬 뻔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취업센터에서 나중에 그녀를 알아보는 직원 등이 있죠.
이 작품 중에 주제는 아마 마리안의 정체가 타로 난 이후에 그녀의 대처입니다. 영화 안에선 마리안은 의외로 침착히 변명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동료들은 그녀를 용서해줄 생각은 없습니다. 생각보단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 보이는 마리안은 파리로 돌아가 책을 마무리합니다. 친했던 두 동료를 제외한 크루즈 청소를 함께 했던 다른 동료들 등은 출판 기념회에 참석합니다. 이들은 결국 자신의 처지를 가감 없이 널리 알려진 마리안에게 고마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른 두 동료는 다른 방법으로 마리안과 다시 조우하게 되는데 이번엔 마리안의 선택이 생각보다 의외라서 조금 놀랐습니다. 무슨 의미로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하는 것엔 이성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두 동료의 마음을 그녀는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감독의 생각도 그러하다면 저는 쉽게 동의할 순 없겠더라고요.
세계 3대 영화제의 여우주연상과 오스카까지 거머쥔 이 시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 줄리엣 비노쉬는 여전히 스크린 장악력이 엄청 났고 감독이 그려 놓은 캐릭터를 제대로 구현해내는 연기를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줬습니다. 최근에 까지도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많은 작품에서 활약하고 있는데 60대를 맞은 그녀가 <블루>와 같은 인생작을 다시 한 번 만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