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딱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타인은 지옥이다"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집단을 이루어 살아가다 보면 허파 디비질(속이 뒤집어진다는 경상도식 표현) 때가 허다한데요. 나의 언행을 오해, 왜곡, 확대해석하여 자기 성향과 관점을 기준으로 내 의도나 본심과 다르게 나를 판단하거나 정죄할 때 그 억울함과 답답함은 이루말할 수가 없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의견과 생각의 차이가 나아가 갈등의 씨앗이 되어 분쟁으로 번질 경우 그 피해는 결국 또 나의 몫이 됩니다. 오죽하면 마음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 한 명만 곁에 있어도 살만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와 다른 타인은 다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 이 영화의 탁월한 점은 학교 혹은 직장이라는 작지만 큰 사회에서 의도치 않게 갈등과 분쟁의 중심이 되어버린 개인의 스트레스를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한마디로 사회 생활 스트레스의 영화적 체험을 만끽(?)하게 합니다. 카메라의 움직임은 주인공의 표정과 동선을 포착하고 따라가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극중 사건의 증인이자 교사인 주인공을 둘러싼 타인들의 입장과 의견 차이가 양산해내는 온갖 상황들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갈팡질팡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섬세하고 긴장감 있게 묘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보다 '그래서 주인공의 선택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더 크게 들었습니다.
- 어찌보면 여러 면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과도 결이 비슷한데요. 오해를 하나씩 벗겨낸 끝에 진실에 다다르는 <괴물>의 노선과 같은 듯 다른 노선을 취합니다. <괴물>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열린 결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사건의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들이 대립하며 진실이라는 가치와 인간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어떠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의 답으로 루빅스 큐브를 제시합니다. 영화 속에서 '규칙과 질서에 따른 문제 해결의 알고리즘'이라는 의미로 쓰였던 장치인데요.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든 일단 순리대로 하나씩 해결해보자'는 합리적인 태도가 읽혀져서 영화 내내 받았던 스트레스가 가라앉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처럼 교사로서의 주인공의 품위가 최소한 지켜지는 마무리 같아 흡족했습니다.
- 이상 오늘의 아카데미 기획전 관람작 <티처스 라운지> 후기였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주위에 오해가 아닌 이해로 맺은 소중한 인연들이 항상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별점 및 한줄평:
●●●○(3.5/5) 증명해야 하는 진실과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지켜내야 하는 역할과 외면할 수 없는 타인(들)의 틈바구니에 끼어버린 자가 할 수 있는 전부는, 숨쉬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과 숨을 고르며 기다리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