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ko.kr/5879268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슈아픽쳐스의 배급작들을 꼼꼼히 챙겨본 건 아니지만 주로 먼 나라의 영화들을 소개해 왔던 곳에서 갑자기 일본 영화라니? 하는 생소함이 있었는데요, 워낙 최근의 일본 영화들도 좋아하다 보니 곧 기대감으로 바뀌면서 시사회 신청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터 등의 자료만 봐서는 개성있는 아이가 주인공인 밝은 영화이거나, 넓게 봐도 ‘교실 안의 야크’같은 따뜻한 울림이 있는 힐링물을 예상했는데 조금 빗나가기는 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거나 무겁기만 한 영화는 아닙니다. 다소 어리숙한 주인공 ‘아미코’가 내내 뿜어내는 에너지와 때때로 치고 나오는 유쾌한 장면들 덕에 영화에 계속 몰입할 수 있고, 아미코가 성장하며 겪는 일들은 지켜보는 관객에게 여러 감정이 들게 해줍니다.

 

 

(이 아래에는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락을 지어가며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몇몇 장면들을 지나며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미코의 엄마가 친모가 아님이 드러나는 부분이나 아미코가 노리에게 고백을 하자마자 곧바로 폭행을 당하는 장면 등이 분위기 전환의 구실로 기억에 남네요. 이토록 특별한 아이를 표현한 아미코의 연기도 놀랍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받는 상처와 사건들을 나열하는 영화임에도 시퀀스를 구성하고 분위기를 유지하는 감독의 능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열심히 옳은 소리를 하는 아미코를 뒤로 하고 코타의 비행에도 무심하게 대처하는 아빠의 모습과 끝내는 아미코를 버리듯이 할머니에게 떠넘기는 장면이 나옴에도 그들의 개인사에는 세세하게 들어가지 않는 것 또한, 어떠한 사정도 아이가 겪게 될 슬픔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좋은 연출이라 생각되네요. 

마지막 장면의 구도는 ‘조이랜드’를 떠올리게 했는데 마무리는 완전히 달라서 이 부분도 재미있었습니다. 저세상으로 가자는 듯 손짓하는 유령들을 시큰둥한 인사로 보내버리고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말하는 데에서는 그 천진함에 미소를 감출 수 없다가도 금세 마음이 먹먹해지더군요.

유년기를 생각해보면 아미코처럼 유별난 아이가 주변에 몇명씩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든 친구든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을 텐데, 막상 그때로 돌아가면 내가 그런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당장 지금도 얼굴이 피범벅이거나 찬바다에 뛰어들 것 같은 아이를 마주쳤을 때 그저 괜찮냐고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어른의 모습도 돌아보게 합니다.

 

 

(영화 내용 끝)

 

 

뜻밖에 굉장히 좋은 작품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알아둬야 할 감독이 한명 더 늘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봄의 시작과 어쩌면 향후 몇달간은 유명한 SF대작이 극장의 분위기를 주도할 것 같지만, 이런 좋은 영화가 함께 개봉한다는 것도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profile 미약해
이전 다음 위로 아래로 스크랩 게시글 수정 내역 댓글로 가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너 이거 읽으면, 나랑 댓글 다는거다? "

List of Articles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파트너 계정 신청방법 및 가이드 file admin 2022.12.22 491532 96
공지 [CGV,MEGABOX,LOTTE CINEMA 정리] [50] file Bob 2022.09.18 509214 146
공지 💥💥무코 꿀기능 총정리💥💥 [106] file admin 2022.08.18 849660 204
공지 무코 활동을 하면서 알아두면 좋은 용어들 & 팁들 [68] admin 2022.08.17 593678 151
공지 게시판 최종 안내 v 1.5 [66] admin 2022.08.16 1256357 143
공지 (필독) 무코 통합 이용규칙 v 1.9 admin 2022.08.15 448553 173
더보기
칼럼 <트랜스포머 ONE> 변신이란 무엇인가 [9] file 카시모프 2024.09.26 8429 24
칼럼 [장손-1] 콩/씨앗을 으깨 두부로 만들고 꽃을 태우는 집안 (스포) [6] file Nashira 2024.09.25 8611 7
불판 9월 30일(월) 선착순 이벤트 불판 [22] update 장스 2024.09.27 12038 36
불판 9월 27일(금) 선착순 이벤트 불판 [54] 아맞다 2024.09.26 17479 33
이벤트 2024년 최고의 문제작! <보통의 가족> VIP시사회 초대 이벤트 [187] updatefile 지니스 파트너 2024.09.23 15762 133
영화잡담 조커 폴리아되 용아맥 개봉당일 2회차 취소표 가져가실분🙄 [3] newfile
image
20:47 236 1
영화잡담 9월 작품 결산 newfile
image
20:46 128 0
쏘핫 이동진 평론가의 ‘조커 : 폴리 아 되’ 후기 [9] newfile
image
20:10 1305 26
영화잡담 이거 마저 채울까요 말까요? [25] newfile
image
18:55 1031 6
후기/리뷰 <더 커버넌트> 간단 후기 - 안봤으면 크게 후회할 뻔~!! [8] new
18:49 491 9
영화잡담 베테랑2 6차 뛰고 왔어요 [1] newfile
image
18:37 321 2
영화잡담 9월 영화정산(17편) <더커버넌트>최고였네요 [10] newfile
image
18:31 385 4
후기/리뷰 더 커버넌트 간단 후기 [3] new
18:14 349 6
영화잡담 (스포) 세가지색: 화이트 엔딩 질문있습니다. [4] new
18:02 248 1
후기/리뷰 아이엠스타 극장판 후기 ( + 관크 한탄.. ) [4] newfile
image
17:44 302 5
영화잡담 히치콕 영화 추천좀요 [4] new
17:39 263 1
영화잡담 외화 볼때 종종느끼는 것 중.. 하나 [5] new
17:37 572 6
후기/리뷰 테인티드 러브.... 그닥...그닥 ...다..다 다그닥 [1] newfile
image
17:21 280 4
영화잡담 커버넌트 질문이요 (스포) [3] new
16:53 265 0
영화잡담 비긴어게인 보고 나왔어요^^ newfile
image
16:50 193 1
영화잡담 [제3회 성남다시영화제] 성남미디어센터 무료 관람 new
image
16:39 265 5
여러분은 극장이 아니면 이런 기분 못 느끼겠구나 싶었던 영화가 있나요? [41] newfile
image
16:30 1342 17
영화잡담 지류티켓도 모으시는 분 계실까요? [26] new
16:30 763 8
영화잡담 부국제때 액터스하우스 가보신분들 계실까요? [4] new
16:17 328 2
영화잡담 9.30 메가박스 일반관 예매 1분 해드려요 [14] new
15:59 660 8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 4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