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형 감독이 연출한 <벗어날 탈>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와 끝을 두려워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뭔가 끝을 느끼게 된 영목(임호준)은 모든 인연을 끊고 홀로 조용한 아파트로 들어가 108배 등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연인에게 전화가 오지만 죽음을 직면하고 있는 영목은 모든 것이 가치가 없어 보입니다. 오직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죠.
한편 전시를 앞두고 있는 화가 지우(위지원)은 작품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갤러리 측에 독촉을 받게 되던 와중 미지의 남자의 잔상이 그녀 앞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녀 또한 영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비슷한 공간(아파트)에서 이를 느끼게 됩니다.
굉장히 실험적인 작품은 벗어날 탈은 서로 상반되는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디에서 영향을 받아 그들이 현재의 상황이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엄청난 이미지의 나열 대신 영화는 시종일관 인물의 행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목의 경우는 108배가 될 것이고 지우는 자신의 작품일 것입니다.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에서 연출자는 '끝'이라는 것에 대한 공포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건 영화의 엔딩 크레딧 대신 과거엔 '끝' 'the end' 'fin' 'fine'등의 자막이 박히면서 마무리가 되었는데 연출자에겐 그 순간이 공포스러웠다고 하더라고요. 오래된 그 감정을 영화의 소재로 선택해 만들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분명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작품입니다. 중간 약간의 유머가 있긴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내면에 대한 고민을 파고 드는 이 작품은 분명 여태껏 보지 못했던 유니크함을 지닌 작품임엔 틀림없었습니다.
처음 자막으로 보인 아리송한 말이 앤딩에 명확해지며 꽤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급니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정말 인디스러우면서도 무언가 확연한 연결점은 좋았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