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공포인 것도 그렇고 소재도 물, 귀신, 아이, 엄마라는 것까지 참 닮은
이렇게 비슷한 두 영화가 어쩌다 개봉일까지 겹쳤는지 신기하네요.
나중에 기억이 어렴풋해질 때 두 영화 내용이 짬뽕(?)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미혹] - 의심과 불안은 곧 맹목인지 체념인지 모를 믿음으로
제목의 의미(迷惑: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함)를 잘 표현한 잔혹동화 같았습니다.
부모에 대한 아이의 애정,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고로를
은은한듯 자극적으로 보여준 느낌이었고,
힘들고 혼란스러울 때의 인간의 정신도
나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기도 하구요.
한별의 죽음 이후 새로 입양한 이삭을 썩 반기진 않던 엄마 현주가
한별이 보인다는 이삭과 그를 경계하는 첫째딸 주은을 보면서,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믿지 말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다가
맨정신인 듯 하더니 결국엔 미쳐가는 연기가 인상깊었습니다.
전 종교가 없어서 영화 내 개신교의 역할을 치유보다는 맹신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더 많이 비춰봤는데,
혹시 종교를 가진 분께서는 이런 종교적 장치를
어떤 다른 의미로 보셨을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에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도 눈을 뜨면 보일 것'이라고 한 말이
과연 주님과 함께라서 한 얘기인건지, 악령과 함께인건지,
아니면 현주의 정신력 자체가 무너져내린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미저리했던 사랑의 힘이 잘못 각성한건지(?!)
대체 무엇에 홀린걸까 여러 상상을 자극하게 만드는 마무리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귀신이 보인다는 영준의 역할입니다.
포스터에는 거의 주연급으로 소개되던데
생각보다 그리 많은 역할을 해내진 못해보였습니다.
현주를 무언가에 홀리게 각성시켜주는..? 그러다가
물에 빠진 현주를 구해줬다가 돌맞고 퇴장..
오히려 주연 소개는 주은 역을 맡은 경다은 배우였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귀못] - 준수한 연출로 보여주는 숨바꼭질의 위험성
이렇게 비교하는 게 맞을진 모르겠지만, [곡성]을 [헤어질 결심]처럼 찍은 느낌이었습니다.
2일차라 다른 관람평들을 좀 참고하고는 기대치가 조금 낮은 상태에서 관람했어서 그런지
오히려 괜찮게 봤습니다.
옥죄어오는 분위기가 정말 많이 유지됐고, 놀랄만한 장면도 꽤 많았어요.
상영관에 관객이 거의 없던 것도 한몫한 듯 하네요😂
주인공인 보영의 답답했던 행동들도 은근 적진 않았지만
이래야 공포 서사가 빌드업되겠거니...하고 참으면서 봤습니다.
스토리는 마무리가 좀 아쉬웠습니다.
보물은 맥거핀이라 친다 하더라도,
미쳐버린 듯 하다가 결국 모성애를 발휘하는 왕할머니의 희생적인 퇴장 처리가 뭔가..
개인적으로는 아쉽더라구요.
그치만 연출은 진짜 준수하게 봤습니다.
카메라 워크나 무빙이 진짜 장난 아니더라구요..!
특히 저택 곳곳을 롱테이크로 둘르거나 360도 돌리면서
저택이 얼마나 큰 공간인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동시에 그 막연한 공간에서 공포의 숨바꼭질을 함께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아이랑 숨바꼭질할 땐, 아이를 위협할만한 장애물이 없는
안전한 공간과 상황에서만 진행해야 한다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서사는 [미혹]이, 연출은 [귀못]이 각각 강점을 보이는
그런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무섭고 싶다면 [귀못]을 추천드릴게요!
각잡고 쓴 글은 아니라 횡설수설 주저리주저리할텐데..
혹시 다 읽으셨다면 고생 많으셨습니다!
#미혹 #귀못
다른분들에 비하여 후한 평가를 보니 봐야 하나 고민도 되네요. 서쿠 했는데 댓글들이 대부분 시간은 소중하다고 하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