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차 관람후 후기(노스포-캐릭터 평 등의 가벼운 글)는 아래 게시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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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반부에 이르러서 퓨리오사의 복수가 극에 달했을때
디멘투스는 그제서야 퓨리오사가 자신이 살려주었던 리틀-D 라는걸 알아채고는 이렇게 절규합니다.
나를 닮은 존재가 나타나주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너는 나와 같은 존재이고 나또한 너처럼 아무 이유도 죄도 없는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은 증오와 복수심에 가득찬 존재이다 라고.
영화초반에 디멘투스는 눈앞에서 엄마가 살해당하는 끔찍한 장면을 목도하게 하고서는 어리지만 당찬 퓨리오사에게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고는 너와 나는 강인한 존재라면서 그녀를 살려줍니다. 그리곤 자신의 자녀가 가지고 놀았던 곰돌이 인형을 퓨리오사에게 건네주고는 그녀를 리틀-D라고 부르면서 임모탄에게는 자신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결국,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디멘투스가 애착을 갖고 늘 가지고 다니는 곰돌이 인형은 그가 겪었던 상실과 절망, 그 자체를 뜻하는 것이며 그에게 남은건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 그 이유조차도 알 수 없는 이 세상을 멸망케한 그 무언가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 뿐인것입니다.
디멘투스가 가지고 있는 야망은 오로지 약육강식의 야만의 규칙에 따라 문명이 무너진 세상속의 황무지를 정복하는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것이죠.
그는 아무런 희망도 꿈도 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반면 디멘투스와 똑같이 상실과 절망, 그리고 증오와 복수에 가득찼던 퓨리오사는
영화 마지막부분에서 디멘투스가 두르고 있던 빨간망토와 함께 그가 빼앗아 갔던 곰돌이 인형을 되찾습니다.
그리곤 너와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며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놈의 검은 슬픔(Cranky black sorrow)은 떨쳐 낼수가 없다며 절규하는 디멘투스앞에 곰인형을 다시 내려놓습니다.
여기서 화면이 바뀔때 퓨리오사는 빨간망토를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나오는데
결국 그녀는 디멘투스와의 운명적인 마지막 대면에서 슬픔과 절망을 상징하는 곰인형과 함께 디멘투스의 증오와 복수심을 나타내는 빨간망토 역시 벗어 던지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곤 영화시작과 마찬가지로 사가(전설)을 이야기해주는 화자의 나래이션과 함께 디멘투스를 죽이는 대신에 희망도 꿈도 없이 영원한 고통을 상징하는 매우 그로테스크한 엔딩씬이 등장하는데 문자그대로 디멘투스의 상실과 절망, 증오와 복수심을 양분삼아 미래 세상에 대한 희망을 싹틔우고 열매맺는 것을 상징하는것으로 묘사됩니다.
이 엔딩장면(디멘투스 형벌장면)은 오프닝(퓨리오사 납치장면)과 수미상관을 이루며 어린 퓨리오사가 손에 넣었던 빨간 열매를 맺은 나무뿌리 아래에 사슬에 묶여 누워 있는 디멘투스가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않는 상태로 형벌을 받고 있는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이것은 결국 영화제목에서 드러나 있듯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와 관련된 퓨리오사의 옛 전설(사가)을 전해주는 히스토리맨의 이야기인 것이고 아마도 실제론 그녀가 디멘투스를 처단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영화 마지막 컷은 디멘투스와의 사막에서의 마지막 추격전이후 약 5년의 타임슬립을 순식간에 지나쳐 전작인 분노의 도로 와 바로 이어지는데
퓨리오사의 퓨리가 분노를 뜻하지만 마침내 그녀는 그 분노와 증오를 양분삼아 그것을 자신에게 심어주었던 디멘투스와는 전혀 다르게 미래 세상에 대한 희망과 꿈을 찾아 떠나는 존재('씨앗을 심는자')로 변화하는 것이죠.
결국 영화초반에 화자를 통해 던졌던 "무너져가는 세상의 잔인함에 우리는 무엇으로 맞서야 하는가" 라는 감독의 질문은 퓨리오사의 전설적인 일대기(사가)를 보여주며 그 답을 제시하는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엔딩타이틀 직전에 보여주는 전작(이지만 그 후의 스토리)의 중요 장면은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바로 이런 의미도 있는 것이지요.
저는 전작의 장면들중에서 풍요의 땅을 찾아 헤매던 퓨리오사가 석양을 배경으로 모래언덕에 무릎을 꿇고 절규하는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과연 퓨리오사는 무너진 이 황량한 세상속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 그리고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영화속 세상처럼 문명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복잡하고 비인간적인 냉혹한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우리들 스스로의 여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I want 'um Back"
- Furiosa
후속작이 기대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