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연출한 1996년 작 <안개 속의 풍경>은 아빠를 찾아 길을 나서는 한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볼라와 알렉산더 둘은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사실 남매는 아버지를 한 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다만 어머니의 말로 아버지가 독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습니다. 남매는 아버지를 만나러 독일 행을 기차에 몸을 싣지만 무임승차로 인해 기차에서 쫓겨납니다.
어찌해서 삼촌이 있는 공장에 경찰들에게 인계되어 오게 된 남매는 경찰과 삼촌의 대화에서 아버지의 존재는 사실 없고 여동생 그러니까 남매의 엄마가 지어낸 이야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남매는 사실상 사생아인거죠. 이를 들은 볼라는 인정하려 하지 않고 책임을 지려 하지 않은 삼촌을 떠나 다시 길을 배회합니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을 배회하던 남매는 참혹한 현실들을 직시하게 됩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공연단의 젊은 청년이 이들은 돌봐주게 됩니다. 그 또한 얼마 있지 않아 입대를 해야 하지만 남매에겐 동아줄 같은 존재이죠.
90년대 말 당시 아름다운 포스터와 동시에 예술영화 붐이 일어던 당시 중심에 있었던 이 작품을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20년 전 쯤 앙겔로풀로스의 <율리시스의 시선>을 보고 그의 영화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 거리를 두게 되었는데요. <안개 속의 풍경>은 감정이입 할 장면이 많아 좀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남매가 향하는 마지막 안개 속의 그 나무가 왜 이렇게 애처롭게 보이는지... 하지만 어떤 희망을 누군가를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스의 역사를 좀 더 안다면 좀 더 흥미롭게 봤을 것 같은데 영화 속 시간적 배경에 대한 숙지도 좀 부족해서 영화를 100프로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영상을 캡처해서 저장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