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1. 김고은 배우님의 가창력에 너무 놀랐고 진짜 감탄하면서 봤습니다.
특히 무도회장 신과 투신 직전 신이 연출도 정말 좋았어서 제일 인상깊었구요.
노래를 그렇게나 잘 부르시는 줄은 몰랐어요. 다시 보게 됐어요!
2. '누가 죄인인가'를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했는데 예상보다는 담백했습니다.
마지막 고음을 약간만 더 오래 끌어줬다면 더 드라마틱해보이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구요.
3. 사형 집행 전날 밤 안중근과 교도소 간수 치바가 나눈 대화 장면이 참 좋았습니다.
정치 및 역사적 문제로 한국에서는 반일을, 일본에서는 반한을 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을텐데, 서로 갈등의 본질을 넘는 혐오는 지양하자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토의 대동아의 평화를 만들자는 위선적인 연설에서 광적일 정도로 눈물을 흘리던 많은 일본군들의 모습처럼, 이데올로기적 영향을 받는 대다수의 백성은 어쩌면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보기보다 성과와 결과에만 국한된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텐데, 한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걸 느꼈습니다.
4. 더 진지하고 중후하게 가도 됐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컸습니다.
'뮤지컬' 영화가 아닌 뮤지컬 '영화'로 감상하려 해서 그렇게 느낀 건 아닐까 돌아보기도 했지만, 그게 그거라고 또 다를게 있나 싶었습니다.
만두 부분은 좀 뜬금없었지만 그냥 뮤지컬이니까 하고 어쨌든 넘기긴 했는데, 중간 중간에 자칭 위트 있으려고 조미료식으로 넣은 코믹 요소가 그닥 좋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예를 들자면, 안중근의 아내가 독립자금으로 돈 다 없어졌다고 한탄할 때 안중근이 아내 손가락에 있는 금가락지를 계속 노려보는 장면이라던가, 하얼빈과 채가구로 인원을 나누자는 작전 회의에서 빌드업하며 눈치보다가 마지못해 일어났잖아요 하는 부분이라던가...
원작 뮤지컬을 안봤어서 모르지만 원래도 저런 코믹 요소가 많은건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5. 후반부 나문희 배우님의 노래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올뻔했습니다.
대의를 위해 희생하라는 독립운동가의 어머니로서 강단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처형을 앞둔 아들의 엄마로서 가슴 아파하는 모습에 제 마음이 붕괴되는 듯 했습니다.
캐스팅도 그렇고 정말 치트키였던 장면이었어요.
6. 일반관이 아닌 돌비 애트모스관(롯시)에서 관람하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트]처럼 한국 영화가 오히려 대사가 잘 안들리는 경우가 있었고, 게다가 장르는 뮤지컬이라서 이건 무조건 사운드 스펙이 좋은 곳에서 봐야겠구나 했어요.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관보다 음향이 준수한 곳이라서 더욱 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7. 개봉 시기도 참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미 개봉일을 많이 미룬거라고 보긴 했는데, 그래도 좀 더 미뤄서 설날이라던가 아니면 아예 삼일절 근처였으면 가족과 함께하는 애국적 마케팅을 더 잘 노릴 수 있었을텐데 싶더라구요.
너무나 강력한 [아바타: 물의 길]이 여전히 굳건해서.. 2등을 계속 유지하다가 막을 내릴 느낌이 듭니다.
8. 제가 관람했던 곳 한정으로는 관람 연령대가 평균보다 좀 높았던 것 같습니다.
평일 낮이었던 걸 감안해서라도, 젊은 사람들은 확실히 아바타를 더 많이 보는 분위기였구요.
9. 맨마지막 연출에서 화면이 서서히 세피아(빛바랜 갈색 필름 사진 느낌) 색상으로 변해가던데 그게 참 굉장히 묘하더라구요.
뭐라 표현해야할지를 모르겠는데, 직접 보시면 무슨 느낌이 와닿으실겁니다.
한줄평: 숭고한 영웅을 추앙해서라도, 좀 더 중후하고 진중할 수는 없었는가.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지만, 그래도 적당히 잘 봤습니다.
다양한 연령의 가족들과 함께 즐길 법한 애국 뮤지컬 영화, 이 정도였습니다.
#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