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집중해서 열심히(?) 관람했는데 너무 못 만들어서 실소가 나오거나 불쾌감이 밀려올 정도의 괴작은 아닙니다. 전반적으로 연출과 만듦새가 어설프다고 보는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일단 괴담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지만 굳이 이 공간과 이름이 필요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늘봄가든이라는 공간은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며 영화와의 상호작용 또한 미비합니다. <곤지암>이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하면서 폐가라는 공간과 괴담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반면 <늘봄가든>은 제목이 민망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호러라는 장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지도 못합니다. 하우스 호러와 귀신, 고어와 오컬트 요소까지 나름 총동원해보지만 구심점 없이 산발적인 탓에 공포감이나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덕지덕지 갖다 붙인 느낌에 이래저래 애쓴다는 생각만 듭니다. 장르를 이해하고 만든게 아니라 오해하고 만든 것으로 보여집니다. 영화랑 상관없이 김주령씨의 빙의 연기만 그나마 섬뜩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인데 여기서 또 굳이 호러라는 장르가 필요했을까 하는 두번째 의문이 듭니다. 감독은 분명 청소년 문제와 외로움, 집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 이러한 주제들을 다루고 싶었던 것 같은데 이야기를 장르 안에 배치하고 서술하는 능력이 아쉽습니다. 이야기를 보다 정교하게 쌓아올렸다면 공감을 얻을 수도 있었을텐데, 기승전결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는데다 장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도 못하기에 주제가 효과적으로 전달되기는 커녕 억지로 짜맞춘 내러티브라는 인상마저 듭니다. 정리하자면 공간과 장르와 이야기가 하나의 반죽으로 단단하게 뭉치지 못하고 콩가루처럼 흩어져버린다는 점이 이 영화의 만듦새가 어설픈 이유입니다.
의외로 배우들은 제 몫을 합니다. 조윤희는 특유의 처연한 분위기와 안정감 있는 톤이 영화와 묘하게 어울리는데 또 한편으로는 호러라는 장르를 진득하게 이끌고가기에는 역량이 다소 부족해보입니다. 역시나 김주령씨는 기대만큼 존재감 제대로 내뿜어주시고, 추예진이라는 배우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발견입니다. 다른 장르에서 다른 역할도 기대될만큼 표정의 흡인력과 스펙트럼이 꽤 인상적입니다.
*별점 및 한줄평:
●●(2/5)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알겠으나 거추장스럽고, 부실하고, 무의미한 리모델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