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극장에서 겪었던 관크 사건들을 몇가지 공유해보려고 해요. 혹시 저보다 더 심한 경험을 하셨던 분이 계시면 댓글로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진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으시겠지만 MSG 첨가하지 않은 100%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제가 겪은 최악의 관크는 맨 마지막에 있습니다.
•실시간 중계 빌런
영화관 대화 빌런의 진화 형태로 영상통화로 한쪽 귀에 마이크가 내장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같이 영화관에 오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해설 및 중계해주는 빌런
•해설 빌런
대화형 빌런의 일종으로 영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 빌런( 이건 뭐야? 쟨 방금 왜 저런거야? 방금 쟤가 뭐라고 한거야? 저기 책상 위에 있는건 뭐야? 등등) 과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해주는 해설 빌런이 함께 한다. 정중하게 조용해달라고 말해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으며 영화 초반 분노의 사자후를 시전하는 사람이 없으면 영화 끝까지 계속된다. 영화 주인공들 전체 대사보다 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폰부스 빌런
갑자기 영화관의 적막을 깨고 통화 벨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진다. 카톡 소리와 알림음까지 참고 참았는데 전화를 받는다. 마치 영화관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또는 전화를 끊으면 당장이라도 테러리스트에게 총을 맞을 것처럼 통화를 25분간 유지한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러간거지 당신들의 사생활 및 자녀가 간 대학은 알고싶지 않다.
•탭댄스 빌런
일반관에서 영화를 관람해서 4DX 효과 중 일부를 체험 할 수 있는 탭댄스 빌런, 끊임없이 바닥을 발로 두드린다. 다리를 떠는건지 그냥 영화 플래시 댄스, 빌리 엘리어트를 보고 감명받아서 항상 탭댄스를 추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좌석 발로 차기는 보너스다.
•비닐 빌런
비닐에 무언가를 포장해와서 끊임없이 먹는다. 영화관에서 사온 팝콘도 집에서 가져온 비닐 장갑을 끼고 먹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변에 있는 경우 비닐 소리가 영화 소리보다 큰 경우가 많다.
•절름발이가 범인 빌런
스포일러형 빌런이다. 이미 해당 영화를 관람하고 지인과 같이 온 빌런이 뒷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해당 영화가 개봉일 1회차인 경우에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14,000,600가지 경우의 수를 내다보고 온 것 마냥 내용을 미리 알려준다. 시사회를 다녀온 것이 틀림없다.
•세상의 마지막 등불, 루모스 빌런
어두운 영화관의 마지막 등불이 되겠다는 일념의 폰딧불이들이다. 영화를 보러 온건지 인터넷 쇼핑, 웹서핑, 게임을 하러 영화관에 온건지 알 수 없지만 영화관을 밝게 빛나게 하는데 진심이다. 요즘엔 스마트 시계도 폰딧불이들과 함께 빛나고 있다.
•식초 빌런
식초 같은 걸 가져와 자신의 주변 기물들과 좌석을 닦던 식초 빌런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일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코끝이 아려온다. 액취증이나 운동하고 온 분들은 어쩔 수 없지만 식초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되지 않았다.
•스컹크 빌런
이 빌런분은 제가 앞에 앉아 있는데도 제 머리를 가운데에 두고 왼쪽 오른쪽으로 발을 올리시더라고요. 보통 팔걸이 쪽으로 발이 들어오는 경우는 많이 경험해봤는데 당시에는 제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 싶었습니다. 물론 냄새도 좋지 않았고요. 그래서 정중하게 말씀드렸지만 계속 하시길래 저도 그분 뒷자리에 가서 똑같이 해드렸어요. 그러니까 불쾌하다면서 다른 곳으로 가더라고요. 역지사지해서 자신의 일이 되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잘 공감하지 못해요.
그 외에도 코로나 시절 영화관에서 먹방 찍던 분들도 많았고요. 관크는 보통 한가지만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때문에 한사람이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지막으로 제가 겪었던 최고의 관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 끝판왕
2021년에 사운드 오브 데스라는 영화를 관람하러 간 날에 만났던 관크입니다. 영화보기 전 로비에서 기다릴때 그분을 처음봤는데 여행용 캐리어를 옆에 두고 음식을 신나게 드시고 계셨습니다. 사람이 선입견을 가지면 안되는데 느낌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100% 관크다. 같은 상영관 아니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시작되었는데도 그분은 들어오시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 시작 후 약 20분 후에 누가 캐리어를 끌면서 들어오더라고요. 그분이었습니다.
영화 상영중에도 좌석간에 계속 이동을 하고 약간 앞쪽으로 앉더니 극장을 밝게 비추며 핸드폰도 하고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캐리어 안에 물건도 뒤적거리고 영화 후반부에 갑자기 스크린 쪽으로 가더군요. 이제 뭘 하려나 지켜보는데 갑자기 스크린 밑에서 휴대폰 손전등으로 뭘 여기저기 살피더니 스크린 밑에 있는 콘센트에서 갑자기 전선 하나를 뽑더라고요. 그리고 휴대폰 충전기를 꼽고 휴대폰을 충전하는데 아마 스크린 밑에 프론트 스피커 선을 뽑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화면 방향을 위로 해놓았는지 뭔가 알림이 오는 것도 보이고 뭔가 올때마다 휴대폰 스크린이 켜졌어요. 진동소리도 계속 들리더라고요. 살인의 추억마냥 여기가 안방의 왕국이냐고 외치면서 드롭킥 날리거나 헥토파스칼킥 날리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사운드 오브 데스가 그렇게 훌륭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보다 관크가 더 무서웠고 이 영화는 제게 영원히 기억될겁니다.
[너는 내 관크가 되지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