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아동학대가 나오면서,
굉장히 먹먹할 줄 알았는데.
영화는 '소외'와 '단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52헤르츠 고래의 음파는 워낙 고음이라,
다른 고래들은 듣지 못한대.
드넓은 바다에서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소리를 낸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안고-
안고는 고립되어 있던 키코에게
선뜻 손을 내밀고 그녀의 고통과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끔 정신적으로 지탱해줄 뿐더러
국가적 지원도 알아봐 줍니다.
이게 당사자에겐 얼마나 구원이었을지.
키코는 차츰 자신을 드러내며 쾌활함을 찾지만,
안고는 여전히 어딘가 비밀스럽고 본심을 겹겹이 싸맨 느낌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 역시 52헤르츠 고래란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안고는 키코에게 구원이었지만,
키코는 안고에게 구원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키코의 문제라기보다 어떠한 일도 능히 해낼 것 같은,
안고란 캐릭터가 주는 든든함에 기반합니다.
저런 사람은 멘탈도 강하고, 별 문제 없이 잘 살거라는.
절절한 스토리와 달리 영화의 만듦새는 많이 엉성합니다.
중간중간 갑자기? 아침드라마급 전개?
라고 물음표가 찍힐 장면들이 나옵니다.
안고의 역할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데,
배우의 연기가 문제인지, 미스 캐스팅인지
몰입감을 깨뜨립니다.
키코역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습니다.
2시간 20여분의 긴 러닝타임이 진입장벽이지만,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영화
(아동학대, 가스라이팅, 소수자, 데이트폭력) 등등
언제나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