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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 폴리 아 되 후기

스포O

 

제목 그대로 조커는 단독으로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배트맨과 흡착된 캐릭터입니다. 배트맨을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고 필연적으로 그 반대편에 서있어야만 하는 인물이죠. 아무리 세계관을 재창조했다한들 상대가 배트맨이 아니라면 그건 조커가 아니라 제3의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조커는 분노한 약자의 상징이 되어선 안됩니다. 대립하는 배트맨이 분노의 반대, 약자의 반대인 냉소적인 기득권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기니까요. 이건 캐붕이 아니라 세계관이 붕괴되는 수준이에요ㅎㅎ 결국 아서 플렉은 처음부터 조커가 되어선 안되는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이 지점은 조커1이 개봉했을 당시에도 일부 DC팬들이 염려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의아하더라고요. 영화가 잘 만들어졌고 재밌는 것과는 별개로 왜 굳이 조커를 끌어다 썼을까? 새 캐릭터를 만들지 않고? 기존 캐릭터의 유명세에 편승해서 편하게 흥행하고 싶었나, 뭐 그런 삐딱한 생각마저 들었을 정도로 괴리가 상당했습니다. 2편에서 가장 기대+걱정했던 것도 이토록 조커에 부적합한 인물을 세계관에 어떻게 녹여냈을까 였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영리하게 수습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서 플렉은 분노한 사람이지 악한 사람이 아닙니다. ’분노의 폭력'과 '악의 폭력'은 다릅니다. 같은 돌을 던져도 길가는 무고한 사람에게 던지는 돌과 시위대가 투쟁을 위해 던지는 돌이 같을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서의 폭력성은 분노로 인해 촉발된 것이지 분노를 빌미삼아 자행하는 악의적인 폭력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조커와 분리되어야 했습니다. 맞은편에 있는게 배트맨이 가진 '선의 폭력'이니까요. 아서를 절망적인 상황으로 밀어넣은 무수한 악인들을 응징하는건 조커가 아니라 배트맨의 몫입니다.

 

(아래는 게임 아캄 시리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를 피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문단을 넘겨주세요.) 배트맨 콘솔게임 4부작에서도 조커가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중반쯤 죽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 편까지 계속 등장합니다. 배트맨의 머릿속에서만요. 플레이 내내 조커는 배트맨 내면에서 불쑥 튀어나와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건드립니다. 제가 접한 DC컨텐츠 중 조커를 가장 흥미롭게 활용한 작품이 이 게임이었습니다. 배트맨의 일면으로써 그를 설명하는 하나의 개념처럼 취급되는데 저는 이게 조커의 본질을 가장 잘 꿰뚫었다고 생각해요. 실체가 누구든, 나아가 실체가 존재하든 말든 배트맨이 있는한 조커의 정체성은 훼손되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 작품을 향한 여러 비판 중 (공감되는 것도 꽤 있지만..) 조커의 캐릭터성이 망가졌다는 의견만큼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아서와 조커를 분리시키고 하나의 관념 혹은 사회 현상으로 확장시키면서 ‘배트맨의 라이벌’을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겐 원작을 존중하는 인상적인 마무리였고, 아서와 조커 그 누구의 개성도 해치지않은 좋은 결말이었습니다. (아서는 1편부터 꾸준히 인정과 애정을 구걸하는 인물이었기에 두시간 동안 사랑타령 하는게 그리 이상하진 않더라고요. 그걸 노래로 표현해서 존나 문제지..)

 

아무튼 플롯은 아주 마음에 들었지만 그래서 영화가 좋았냐고 묻는다면 선뜻 호라고 대답하기 어려울듯 합니다. 일단 제가 뮤지컬은 물론 음악이 소재인 영화도 좋아하질 않아서... 솔직히 중반부는 견디기 고통스러운 수준이었는데 오프닝과 엔딩이 뛰어나서 단점을 제법 상쇄시켜주네요. 역시 영화는 마무리가 중요한거 같아요 기억이 미화되는걸 보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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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카시모프 2024.10.04 19:55
    마지막에 아서가 할리에게 '나 노래하고 싶지않아'라고 하는데 저도 속으로 '나도 그만 듣고싶어..'
    잘읽었습니다. 저도 동의해요 ㅎㅎ
  • @카시모프님에게 보내는 답글
    하하 2024.10.04 20:04
    뮤지컬 파트가 불호였던 분들은 그 장면에서 다같은 생각 하셨을듯요ㅋㅋㅋ 저도 포함해서요..
  • profile
    OvO 2024.10.04 20:06
    1부터 느낀거지만 제 기준으로 아서는 절대 조커가 아니였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조커라는 전염병에 걸린 정신질환자일 뿐이죠.. 그걸 받아드릴 그릇이 절대 못됩니다
    본질적으로 코미디언이 되서 사람을 웃게 만들고 싶어하는 성품을 지닌 자가 조커라뇨
    전염되어 잠시 그릇이 되어 괴로워 하다 결국 자기파괴로 종말을 고하고 그 질병을 다른 이에게 옮기고 가는 불쌍한 인물이죠.. 어디까지나 제 해석입니다
  • Dunis 2024.10.04 20:25
    DC가 허락한 거면 캐릭터 접근도 문제없는거라 봐야죠. 디씨는 오히려 아서조커로 더 세계가 확장돼서 저조한 디씨세계에 오히려 반가웠을테고. 그냥 지금 모든게 스타워즈랑 같은 현상이라고 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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