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관람 후 아서 플렉의 처연한 잔상이 계속 아른거려서 어쩌면 전편과는 다르게 영원히(?) 기회가 없을까봐(ㅜㅜ) 용아맥 상영 마지막날 충동적으로 용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마침 비도 보슬보슬 내리고 꼭 아서 플렉을 면회가는 기분이 들더군요. 첫 관람은 돌비로 관람했는데 풀아맥 버전과 비교해보니 역시 전편과 마찬가지로 <조커>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기엔 용아맥이 베스트라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화면 비율의 변화가 극의 흐름과 찰떡같이 어우러져 몰입감을 높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 및 평가는 1회차 관람 후 작성한 바와 동일한데 (https://muko.kr/12493142) 이번 관람 후 딱 드는 생각은 <조커>시리즈의 속편을 떠나 별개의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로 봐도 꽤 잘 만든 매력적인 뮤지컬 영화라는 점입니다.

 

전 뮤지컬 영화를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는 크게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레미제라블>처럼 스토리텔링의 전부 혹은 대부분이 노래로 이루어진 영화, <라라랜드>와 같이 스토리텔링과는 별개로 뮤지컬 장르에 대한 예찬이 묻어나며 노래와 춤이 양념처럼 가미된 영화, 그리고 이 영화처럼 필요한 부분에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뮤지컬을 활용한 영화.

 

이 영화가 뮤지컬 영화로서도 빼어난 점은 첫째, 장르의 활용을 통해 인물의 심리 상태와 감정 변화를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극중 아서의 현실과 망상을 구분짓는 형식적 장치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아서와 리의 감정선을 보다 매끄럽게 연결하고 행동에 설득력을 갖게 하는 스토리텔링의 도구로서도 노래와 춤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올드팝이 대부분인데 가사의 의미와 인물의 정서를 음미해볼수록 절묘한 선곡에 무릎 탁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첫 관람 때 보다 아서의 "Bewitched"는 이 노래가 이렇게 순정마초의 대명사였나 싶을 정도로 절절하게 가슴을 후벼팠으며(쇼윈도 박살내고 티비 뽑아서 들고가는 리의 행동이 바로 설득됨), 또한 리가 부르는 "Close to you"는 카펜터스의 그 달달한 팝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커에 집착하는 리의 광기가 마치 뱀의 속삭임처럼 느껴져 소름이 돋았습니다.(아서가 리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조커로 재각성하는 이후의 행동까지 완벽하게 설득됨)

 

둘째, 배우들의 노래에서 노래 자체보다 연기와 캐릭터가 더 돋보인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물론 팝스타 레이디 가가 마저 의아할 정도로 가창력을 뽐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래를 통한 인물의 감정 전달은 완벽에 가깝습니다. 음악적으로 정확한 음정, 박자, 발성의 가창력보다는 다소 투박하더라도 진정성이 더 크게 묻어납니다. 노래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노래로 연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게 배우의 노래다!' 라고 선언하는 것 같습니다. 고로 노래로 공유되는 이들의 망상은 절실하다 못해 광적이고, 광적이면서도 애틋한 아우라를 뿜어냅니다.

 

마지막으로, <라라랜드>같은 영화와 결은 다르지만 뮤지컬 장르에 대한 예찬 또한 빼놓지 않습니다. 극중에서 음악과 노래는 지옥같은 현실(심지어 죽음의 순간마저)을 이겨내는 일종의 현실도피용 마약과도 같습니다. 비단 아서와 리 뿐만 아니라 아캄 정신병원의 수감자들, 심지어 브렌단 글리슨이 연기한 교도관까지도 노래를 통해 현실을 잊습니다. 또한 고전 뮤지컬 영화 <밴드 웨건>과 대표곡 "That's entertainment"를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삽입하여 '정극이면 어떻고 뮤지컬이면 어떠냐? 셰익스피어의 대사나 탭댄스나 다를게 뭐가 있냐? 즐겁고 행복하면 됐지!' 라는 메시지를 유쾌하게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등장인물 뿐 아니라 관객들까지도 각자 처한 현실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뮤지컬을 예찬할 뿐 아니라, 1편과 같은 안티히어로 범죄물을 기대했다가 배신감을 느꼈을 수많은 <조커> 팬들 앞에서 뮤지컬 장르를 옹호하기도 합니다.

 

이번 관람을 끝으로 아서 플렉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가지 조심스레 예측하는 것이 있다면 이 영화 <조커:폴리 아 되>는 언젠가 재평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 시기가 내년 아카데미가 될지 또다른 조커들이 등장한 몇십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때까지 이 영화는 훌륭한 뮤지컬 영화이자 특별한 속편으로 제 기억에 남아 무한히 재생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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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없는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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