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일주일에 3~4편 보러다닐때도 예술의 전당은 싫어했는데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싫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봤습니다. 어차피 햄릿 내용은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요. 내용은 그냥 '햄릿'입니다. 다만 이제 주인공이 조승우배우인...
실물(?)연기를 처음보는 건 아닌데 뮤지컬 볼 때랑 느낌이 달라요. 뮤지컬은 공연을 보는 느낌이고 연극은 조승우를 보는 느낌? 조승우 배우의 공연을 수십번을 봤는데 어제 계속 '와 내가 조승우를 보다니' 같은 생각이 들었네요.
무튼 연기는 ... 그냥 엄청납니다. 다들 아는 그 목소리가 좀 튀는 느낌이 드는데 그게 엄청 압도감을 느끼게 합니다. 아 주인공이구나 햄릿이구나 하는 느낌이요. 연기에 강약 조절이 걍 미쳤습니다.. 속삭이다 분노를 팍 터트리거나 진짜 '미쳐있는 햄릿' 그 자체였습니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도 연극/미디어 쪽에서는 알려진 배우분들인데 조승우 배우가 나오면 공기가 달라집니다.
왜 조승우 조승우 하는지 원래도 알았지만 진짜 뼛속까지 느끼고 왔네요. 명대사를 정말 명대사처럼 치는게 ㅋㅋㅋ 너무 신기하더군요. 감정과잉이 되면 가끔 어색하거나 오글거리는게 있을법도 한데 전혀없습니다. 너무 담백하면서도 강렬합니다. 엄청나게 깊고 뜨끈한 사골국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3시간정도 되는 공연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고 봤습니다. 엄청난 오열을 보여준것도 아닌데 자잘자잘한 연기들이 쌓여서 엄청나게 높고 깊은 무언가를 보여준 것 같았어요. 뮤지컬만 좋아하지 연극은 잔잔해서 싫어하는 편인데 한시도 눈길을 놓지못하고 몰입해서 봤습니다.
사실 '(뮤지컬로 많이 봤음에도) 내가 조승우 연기를 언제 보겠냐' 하는 맘에 예매했던건데 정말 올해 제일 잘한 일입니다. 미디어에서 느끼는 연기력에 34배정도 됩니다. 원캐로 달리던데 어떻게 이러는지 ;
헴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 역에 박성근배우와 어머니인 거트루드 역에 정재은 배우님 두분 연기도 너무 좋습니다. 가끔 조승우배우와 박성근배우가 함께한 드라마 <비밀의 숲> 이 떠올라서 속으로 좀 웃었네요.
공연이 끝나고 위키드 시사회 떨어졌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으나 ......... 그래도 <햄릿> 후기는 꼭 무코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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