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을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에 더 가까운 영화였어요.
가장 아쉬운 점은 너무 인질 쪽 서사가 부족하지 않았나.
'샘물교회 피랍사건' 모티브라서 인질 쪽을 조명하면 미화한다고 하는 말들이 많을테니,
인질 서사를 이렇게 안 넣었을거면... 차라리 가상의 사건을 설정해서 서사를 넣었어야 하지 않나 해요.
또한 황정민과 탈레반 사령관과의 마지막 협상이 하이라이트인데,
대면 협상 자체를 거부하던 황정민이 사령관이 수감자 석방이 아닌 돈을 원한다는 추론은 대체 어디에서 했고
사령탑이 교섭의 주도권을 뺏겨놓고, 거기다 연합작전에 쫓겨 합의금도 처음보다 적게 협상한 데다가,
투정 부리듯 한국인 더 이상 아프간에 발 들이지마! 하는 합의는...
현빈의 위치도 어정쩡했던 것 같아요.
차라리 자국민 보호의 임무를 최우선으로 지켜야 한다는 황정민과 소탕 작전 카드를 들고 온 장관의 소신 대립이
황정민과 현빈의 알 수 없는 우당탕탕 대립보다는 훨씬 서사적으로 의미있게 보였습니다.
현빈이 처음에 황정민을 신뢰하지 않았던 이유를 좀 거칠게 말하면
아프간 문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기존의 협상 방식으로 접근해서, 였었죠.
그런 불신의 해결이 당장은 신뢰하기 어렵지만 '인질 구출'이라는 대의를 위한 두 사람의 합작도 아니고,
어디선가 황정민이 '지르가'를 알게 되어 갑자기 합류하면서 "여기 어떻게 왔어요?" 하고 해결이 되어버린...
각본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황정민의 마지막 교섭 연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모니터로 위협받는 인질과 사령관을 연이어 보며 고민하고 고뇌하는 표정연기는 역시 황정민이었습니다.
황정민의 사람 냄새나는 연기가 좋아서 어지간하면 그의 작품은 모두 보는 편인데
이번 작은 스토리가 참 아쉬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