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대했던 메모리아를 봤습니다
다들 졸리다고 하시는데 저는 의외로 안 졸리더라고요.
실은 엉클 분미를 집에서 볼 때 마지막 숲 속 장면에서 엄청 힘들었어서 살짝 걱정했는데
메모리아는 생각보다 되게 흥미진진(?)하더군요.
초반부 에르난 만나서 스튜디오에서 소리 찾던 씬에서 이 기분이 뭘까 싶었습니다. 잔잔한데 지루하지가 않아요.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들이 톡톡 건드려지는 기분이라
그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분이 절정에 달했던 게
에르난을 찾으러 갔을 때였나, 우연히 어떤 밴드의 연주를 듣게 되는 장면이 있었지요. 음악도 너무 좋았고 무언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라고요. 거의 영화 내내 제가 보고 있는 영상 자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줄거리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못 만든 영화의 억지 줄거리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는
엉클 분미의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도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카메라 움직임이 심상치 않더니 뽱~
아직 아피찻퐁 영화는 고작 두 작품밖에 보지 않았지만
왠지 이 감독이 후반부에 이런 충격적인 장면을 넣는 걸 좋아하는 건가 싶었네요ㅋㅋ
아 그리고 '개'라는 키워드가 반복적으로 보이던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해석은 못 해도 이렇게 반복적인 키워드 찾기도 제 나름의 영화 보는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ㅎㅎ
길가에서 걷는 개를 보니 동생이 했던 말이 떠올랐는데, 그 장면과 개의 죽음이 뭔가 연관이 있을 듯하네요. 이것도 무슨 의미일지 궁금하네요
분명 전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 장면'의 임팩트도 있어서.. 소리의 근원이 분명 거대한 무언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또 한편으론 중간에 에르난에게 뭔가 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콜롬비아가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말이지요.
그러면 에르난도 마약 때문에 몸이 망가진 것일까요?
근데 그렇게 생각해 보면 주인공 제시카도 어떤 병에 걸려 환청을 듣는 것이라는 결론이 되어 버리는데.. 결국은 다 망상이었던 걸까요.
(이쯤 되니 다시 한 번 이동진님 gv 놓친 게 후회됩니다ㅠㅠ)
gv는 놓쳤지만 아직 2회차의 기회는 언제든지 남아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것 같네요.
다음 주 주중에 한 번 더 보러 가야겠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후기라기보단 그냥 주절주절이네요ㅋㅋ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
+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까..
제시카의 그 소리도 환청이라면, 그건 단순 망상이라기보다
콜롬비아의 그런 문제와 아픔에 대한 깊은 공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에르난의 손을 잡고 우는 장면에서 마치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픔에 깊게 공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해 보니 또 길가에서 어떤 소리에 혼자 놀라 도망치던 사람을 보여주던 씬도 떠오르네요. 그 사람도 자신만의 아픔이 있었겠지요.
쿵 하는 소리처럼 언제든 갑작스럽게 터질 수 있는, 일상에 내재된 ptsd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제시카가 그런 집단 ptsd에 깊이 공감하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네요..
에르난 대화가 좋았는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ㅠㅠ
후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