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금요일에 출시되어 많은 화제를 불러왔던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를 저도 저번 주에 스팀판으로 구매해서 드디어 오늘 클리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1편 때부터 좋아해 온 시리즈인데, 문제의 3편 이후 여러 사정이 겹쳐 명맥이 잠시 끊겼다가 거의 10년 만에 부활했기에 감회가 정말 남다르네요. 게다가 1편의 주요 개발자 중 하나인 글렌 스코필드가 데드 스페이스의 정신적 후속작을 표방하며 작년 12월에 출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다소 실망스러운 모양세였던 탓에, 저를 포함한 많은 게이머들이 이 원조 리메이크에 더더욱 기대를 걸기도 했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원작의 훌륭한 재탄생이라 할 만한 게임입니다. 원작을 전혀 훼손하지 않은 채 오히려 상당 부분을 업그레이드하여 1편의 충격을 다시 재현하는데 성공했거든요. 스토리나 게임 매커니즘은 사실 거의 변경된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오리지널의 팬이나 데드 스페이스를 처음 플레이하는 게이머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성공적인 리메이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단 방금 앞에서 말했듯, 리부트가 아닌 리메이크이기 때문에 그래픽을 제외하면 큰 변경점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리메이크가 여전히 숨막히는 공포감을 주는 것은 오리지널 자체가 지금봐도 꽤나 혁신적인 만듬새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과, 거기에 리메이크 개발을 맡은 모티브 스튜디오가 요즘 세대 게임에 걸맞는 세심한 업그레이드를 거친 덕분입니다. 스토리도 큰 줄기 자체는 다른 게 없지만, 원작 스토리를 다듬고 살을 추가하는 등 개연성을 보강했기 때문에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는 플레이어도 흥미롭게 다시 빠져들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또한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요즘 흐름에 맞추어 이시무라 호의 맵디자인을 오픈 월드에 가깝게 디자인한 것도 장점이 되었습니다. 완전 오픈월드는 아니고 선형성을 기반으로 자율성을 추가한 세미 오픈월드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정해진 루트대로 쭉 나아가던 원작과 달리 이미 지나간 구역도 다시 갈 수 있는 등 탐험성이 강조되어 보다 풍부한 경험이 가능해졌거든요. 맵디자인도 나름의 직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상당히 신경썼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이미 지나간 장소에서는 적이 등장하지 않았던 원작과 달리, 이번에는 적이 랜덤생성으로 바뀌었고, 여기에 사운드 매커니즘도 업그레이드되어 플레이하는 내내 플레이어를 옥죄며 긴장을 놓지 못하게끔 합니다.
어쨌든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의 가장 큰 변경점은 현세대 콘솔 게임기에 맞추어 그래픽을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입니다. 원작도 어두침침하고 투박한 이시무라 호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그래픽이었는데, 리메이크는 발전된 볼류매트릭과 조명 이펙트로 이를 더 공포스럽게 만들었거든요. 네크로모프들도 외형 자체는 거의 유지가 되었지만, 텍스처 디테일이 향상된 덕에 훨씬 기괴한 외형으로 플레이어들을 쫒습니다. 또 바이오하자드2 리메이크와 유사한 고어 시스템이 적용되어 네크로모프의 팔다리를 자르는 맛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이번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는 성공적인 리메이크임에 틀림이 없지만, 사실 원작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새롭다'라는 인상까지는 주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15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 내내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원작의 디자인과 매커니즘, 세계관 등이 훌륭하다는 방증이기도 하죠. UI는 맵이 추가된 것 외에 사실상 차이가 없는데 지금도 전혀 낡았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고, 적의 머리를 노리는 것이 아닌 사지를 잘라야 한다는 매커니즘의 혁신성도 여전합니다. 또 스토리나 세계관 역시 1편 이후 수많은 창작물이 나왔을 정도로 확장성이 좋아서 이번 리메이크 이후 과연 스토리가 어떻게 새롭게 뻗어나갈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바이오하자드 4'의 매커니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애초에 탄생 자체가 '바이오하자드 4'의 성공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3인칭 서바이벌 호러 슈터라는 장르의 유사성부터 시작해서 인벤토리나 일부 게임 디자인은 서로 정말 비슷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SF 장르와 특유의 분위기를 통해 차별화에 성공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3월에는 '데드 스페이스'의 원조라고 볼 수 있는 '바이오하자드 4'의 리메이크가 출시되기 때문에 상당히 기묘한 양상이 되었습니다. 또 바이오하자드와 함께 서바이벌 호러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사일런트 힐의 2편 리메이크 역시 올해 발매가 예정되어 있어서 다시금 서바이벌 호러의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현재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판매량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연 이 후속 주자들이 바통을 잘 넘겨받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