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썬이나 에에올도 마냥 쉬운 영화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운 편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보는 내내 왜 라는 질문이 떠오르고 계속 해소되지 않아 그랬나 봅니다.
시작부터 전쟁의 포성이 등장하고 내내 내전에 대한 대사와 장면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두 주인공의 감정선과 상황들이 아일랜드 내전과 맞닿아 있겠다 가늠은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역사적인 배경 지식을 전혀 모르는 무지렁이라 두 인물의 감정을 중심으로 봤습니다.
어젯밤에 에에올을 봐서 그런지 보는 동안 에에올의 반대편 어딘가에 있는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허무주의가 다정함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나. 좋아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망가트리고 관계를 회복하려 상대를 망가트리는 모순 같은 걸 보면서요.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 놓을 때까지 저 지난한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일견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굉장히 보편적인 인간사 같다는 생각이 들던 그런 영화였어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영화라 GV를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 기회를 잡지 못해 감정선만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콜린 패럴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두 시간이었습니다.
각자 생각하기 나름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각 개인의 방어기제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 아일랜드 내전의 상황에 비유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 또 여동생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좁은 사회가 한 사람을 극한까지 옥조이는 이야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할머니의 존재를 밴시라고 생각하고 봐도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봐야할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