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호평이 많았어도 웨스 앤더슨 작품이 떠올리게 만든다는 연출 때문에 시험이 코앞인데도 관람했으나 끝난 이후 외계인 1부 다음으로 엄청 허망하고 현타오는 작품이다.
우선 감독의 똘기는 인정한다. 보통 시작부터 병맛물을 시작한다면 결말은 커녕 반도 못가고 진지하게 갈텐데 이 영화는 100분 가량중에서 자그마치 90분 이상이나 병맛으로 보여준다. 카타르시스마저 진부한 신파가 아닌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내던지는 병맛으로 승부하고 만다. 심지어 엔딩크레딧 까지도.
하지만 이러한 병맛이 보는 나에게 통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고 말하고 싶다. 병맛물의 진도가 너무 강한 나머지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건지를 차단시켰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존증에 걸린 여래가 벗어나려는 서사는 이젠 진부하지만 그래도 잘만 만들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게 만드는 좋은 재료임에도 병맛에 집중하느라 캐릭터의 완성도와 몰입도가 엄청 떨어진다. 심지어 결말 마저도 자세히 보면 성장하지 않았음에도 여운 받아달라고 갑자기 끝내고 만다. 웨스 앤더슨이라면 이 문제점을 간단히 고쳤을 것이다.
또한 장르인 병맛 역시 분명 웃기기는 하나 극한직업이나 몬티 파이선의 성배처럼 강렬한 인상을 가진 명장면이 있는 것도 아니며 코미디 장면 하나하나도 웃기긴 해도 빵빵 터트릴 정도가 아닌 엑시트 수준이라 영화에 빠져버릴 매력은 전혀 아니다. 과연 병맛으로 승부한건지 병맛으로 싸우려다 뇌절로 간신히 무승부로 끝내는 느낌 같았다.
그나마 호평을 하자면 배우들의 연기력, 안타깝게도 연기력이 캐릭터를 살리지 못했지만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올해 최악의 영화 후보에 갔을 것이다. 가장 좋은 연기를 보인 배우를 뽑자면 이선균, 악역이지만 중독적인 연기를 보여줘 은근 몰입도를 높여주게 만든다. 그리고 다른 조연보다 비중이 많은데도 깨알 미친 존재감을 남기던 흑인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 주연배우 3명에 비해 잊혀진게 아쉬움이 커졌다.
어쨌든 이 작품은 웨스 앤더슨의 1/100도 못한다고 단언컨대 쓰겠다. 물론 웨스 앤더슨의 특이한 연출을 모방한 점은 틀림 없으나 웨스 앤더슨은 연출만 미치지 않았다. 음악도 미쳤고물론 여래의 음악도 중독감있지만... 캐릭터도 공감가며 무엇보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보여줬으니깐 킬링 로맨스는 웨스 앤더슨이 떠올리긴 해도 그의 강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서울대 가족에 시달린 4수생, 과거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으나 발연기로 몰락한 여배우, 그런 여배우를 집착하여 감금한 돌+아이, 타조, 돌+아이 만큼 개성 높은 외국인 등 웨스 앤더슨이 좀만 만졌어도 A가 아니라 S+급이 될 재료들은 성급하게 만져대다 병맛만 남긴 채 망하고 말았다. 그나마 아래의 별점은 이걸 찍으면서 참아낸 배우들을 위해 쓴다.
별점: 2/5
아랫짤은 킬링 로맨스에 현타오다 치유 받으러 본 웨스 앤더슨의 걸작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호텔 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