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집행자의 총구는 누굴 향해있는가
비밀경찰대원들이 특별심문 대상자로 선정된 후 서명을 거부한 자들을 처형하는 장소에 가서 참관을 한 장면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특별심문이지, 그냥 없는 죄를 덮어씌워서 고문으로 자백을 받아내는 절차입니다.
이때 사형집행인으로 등장한 배우가 다름아닌 이고르 사보츄킨이더군요. 동명의 유명 게임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PAPER, PLEASE>와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에 등장하셨고 2021년 11월에 세상을 떠나신 러시아 배우입니다.
이때 당국에서 지정한 반역자들을 총알 단 한 발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끔찍한 장면을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체험학습을 시켜주는 것과같은 상황으로 연출이되어 소름이 돋았었네요.
그러다가 고문만이 주업무였던 비밀경찰대원들에게 한명씩 시험삼아 사형을 집행해보라고 시연을 시키는데, 표트르 볼코노고프의 친구는 방아쇠를 당기는것을 주저하다가 끝내 무고한 사람일지도 모르는 사람을 총살합니다.
그리곤 눈물이 나와도 애써 얼굴에 웃음을 띠며 태연한 척을 하며 본래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친구들의 뒤에서 잔뜩 울음을 터뜨립니다.
하지만 이 다음에 태연하게 또 사형집행을 시연하는 집행인은 그 다음 죄인에게 총구를 겨누지만 이때 뒤에서 흐느끼는 표트르의 친구와 멀리 있는 총구가 같이 겹쳐져 보여,
마치 사형집행인의 총구가 비밀경찰을 향해있고 그 총구에서 총알이 발사되어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봐 공포에 질려있는 듯한 화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초반 장면에서 실현이 되었지만요.
2. 쉿!
볼코노고프 대위를 쫓는 상사 골로브냐는
반역자를 쫓아야하는 임무를 맡았지만 건강상태가 이미 심히 좋지 않은 상태입니다. 급기야 임무를 수행하며 건강이 더 악화된 탓에 입에서 피를 토하기도 합니다. 이때 뭣도모르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 꼬맹이를 발견하자, 골로브냐는 입조심하라며 제스쳐를 취합니다.
상태가 위독한 비밀경찰이 순진한 어린아이 앞에서 섬뜩한 표정과 함께 피를 머금은 입으로 '쉿!'하며 속삭이는 그 장면은
마치 속에서부터 썩어문들어서 죽어가던 소련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자행하던 일과 상통하는 것같아 보이네요.
그러나 죽음앞에서 한 선택이 그를 구원한 것 같습니다ㅠㅠ
말로 서술하지 않아도 장면으로 단박에 이해시키는 아주 멋진 표현들로 가득한 영화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