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싱가포르 여행을 갔다 오면서 기내에서 국내 미공개작들을 좀 볼 수 있었는데요. 모두 한국어 자막은 없고 영어자막만 있어서 힘든(?) 관람이었지만 출귀국때 총 3편을 봐서 후기를 써봅니다.
금의 나라 물의 나라 - 특출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나진 않은 일본 영화 1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금의 나라 물의 나라>입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나라의 가난한 학자와 공주가 우연히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스토리인데요.
말 그대로 디즈니스러운 이야기에 전형적인 판타지 소재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동화 느낌 물씬 나고 나름 아름다운 OST에 카쿠 켄토와 하마베 미나미 배우의 목소리 연기도 괜찮았지만 뭔가 이렇다 할만한 큰 인상은 없었네요. 반대로 말하면 두루두루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찾아보니 이번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초청됐다고 하니 우리나라 반응도 궁금해집니다.
고스트북 - 특출나진 않지만 그렇다고 모나진 않은 일본 영화 2
일본 영화 감독 중에서 시각효과 하면 단연코 제일 밀어주는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 작품입니다.(우리나라로 치면 요즘 김용화 감독 비슷한 포지션?) 내용은 쉽게 말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 신비아파트인데요. 극 중 요괴를 기록하는 고스트북을 건드린 아이들과 막 새로 부임한 담임선생님이 얼떨결에 낮선 세계에서 요괴를 수집한다는 지극히 가족영화 장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일본 하면 요괴죠. 나름 아이들이 좋아하게 생길법한 요괴들의 모습이라던가, 현실과는 비슷하면서 다른 초현실적인 배경 등 시각효과를 뽐내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좋게 말하면 무난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렇게 인상적인 한방은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래도 차이점이 있다면 앞서 설명한 <금의 나라 물의 나라>보다 아주 살짝 감동이 더해진 정도?
만리귀도 - 지나친 국뽕은 암 발생 확률을 높입니다
일본 영화만 본게 아니라 중국 영화도 좀 봤습니다. 그 중에서 <만리귀도>라고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중국 교민들의 철수 작전을 다룬 실화 블록버스터인데요. 여러모로 중국판 <모가디슈> 혹은 <교섭> 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만...
거의 유사한 소재를 다뤘지만 보고나니 <교섭>은 선녀였고 <모가디슈>가 대천사로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 바로 국뽕입니다. 보통 이런데서 나는 어느 나라 사람입니다 하는 대사가 나올 수 있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는 중국인이요' 하는 식의 대사가 눈에 띕니다. 그 밖에도 수상할 정도로 오성홍기로 화면을 채우는 장면들이 군데 군데 나오고 노골적으로 프로파간다임을 숨기지 않는 엔딩크레딧과 쿠키영상까지 보고 나니 기가 차더라고요.
단점이 너무 커서 그렇지 장점도 아예 없는건 아닙니다. <모가디슈>처럼 시가전 장면들도 나오는데 그보다 스케일을 몇배 더 키워서 말 그대로 전쟁 블록버스터더라고요. (물론 액션 장면들 다음에 늘어진다는다는 것도 문제...) 국뽕에 잠식되어버린 중국 블록버스터의 씁쓸한 현실이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