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시사회로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보고 왔습니다.
미리 말하지만 '플라워 킬링 문'이라는 도저히 번역할 수도 없는 정말 그 의미를 전혀 모를 콩글리쉬 같은 영화명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조금 길더라도 저는 원제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으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영화는 1920년대 유전이 터져 졸지에 막대한 오일머니를 쥐게 된 네이티브 아메리칸(인디안)들의 돈을 노리는 백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당시 역사적/사회적 상황들을 떼어놓고 보면
남편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한 이은해처럼 한낯 범죄 스릴러 영화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GV를 통해 접한 당시 백인들의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에 대한 차별과 어처구니 없는 정책들과 함께 되씹어보면 미국 근현대사에 있어서의 흑역사에 대한 자기반성적 영화입니다.
이 영화 러닝타임이 자그마치 206분.... 거의 3시간 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과연 개봉일에 온전히 볼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래도 여유로운 토요일 시사회로 보고자 했고
그럼에도 보기 전 잔뜩 긴장(?)하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보고자 잠도 충분히 자고 수분섭취도 거의 안하고 봤는데
의외로 전혀 긴 영화로 느껴지지가 않더라구요. 영화 내내 막 몰아치고 몰입감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위에도 잠깐 언급했듯 어쩜 범죄 스릴러 영화로 지극히 다크하게 흘러갈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의외로 영화 전혀 어둡지도 않고 도리어 밝게 느껴질 정도로 가볍게 흘러갑니다.
여기에는 레오와 드 니로 옹의 캐릭터가 크게 한몫을 한것 같아요.
알고보면 범죄의 모든 계획자인 드 니로는 영화 내내 비록 속은 늑대일망정 겉은 선한 양의 모습으로 나오고
레오는 악한 범죄자의 모습보다는 도리어 좀 많이 덜떨어져보이고 순애보적 인물로까지 보이는지라
이들이 마수를 뻐쳐도 이게 그렇게 참혹하고 사악한 인물과 사건들로 비춰지질 않더군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게 선한 가면을 쓰고 온 마을이 한 맘 한 뜻으로 한 집안을 서서히... 하지만 대놓고 무너뜨리는 전개에 더 섬뜩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이 전혀 상상도 못했던 방식으로 에필로그처럼 마무리되는데
이게 또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기발하게까지 다가오고 너무 좋았네요 ㅎㅎ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론 실제 인물들이기도 하겠지만,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나 비일비재했기에
실화의 개념이 실제 특정 사건보다도 미국 근현대사의 실제 단면을 고발하는 또다른 실화가 아닐까 싶네요.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에 대한 차별과 만행에 대한 영화들은 많이 있었지만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에게 저질러진 일들에 대한 영화들은 거의 없었던지라
(끽해야 <늑대와 춤을> 정도처럼 서부개척 시대 그들에 대한 학살 정도만 다뤄졌을 뿐...)
새로우면서도 또 다른 묵직한 백인들에 대한 자기반성적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이 영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먼저 원작도서를 접하고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에게 영화로 좀 만들어달라고 쫄라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하더군요.
스크린 뒷편에서 메가폰을 든 노거장의 연출과
정작 이제껏 한번도 감독의 영화에선 함께하지 못했고 전체를 통틀어서도 30년 전 딱 한번 함께 출연했던게 다인, 스콜세이지 감독 영화사에 있어서 전반기의 뮤즈 로버트 드 니로와 후반기의 뮤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한 화면에서 함께 볼 수 있는 이 삼각조합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정말 깜짝 출연자들도 적잖이 등장하니 절대 놓치지 마시구요~ㅎㅎ
평일 관람이 부담스러워 택한 토요일 시사회였는데
도리어 다시 봐야할 이유를 안겨준 그런 시사회였습니다~
아~!! 위에도 잠깐 언급했듯 '후견인 제도' 같은 네이티브 아메리칸들에 대한 탄압史에 대한 사전조사(?) 후에 보시길 권해드리고, 조승연 작가께서 이번주 개봉일 즈음에 이에 관한 내용을 본인 유튜브 채널에 올린다 했으니 꼭 한번쯤은 관람 전이나 후에 챙겨보셨으면 하네요~
아.... 또 간단이라 적어놓고 무지 길어졌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