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영화만 보는 것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애인을 만나 사귄지 얼마 안 되어 동거를 시작했을때도 죽이 잘 맞아 영화만 보는 것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영화를 보면 항상 짤막하게나마-인스타로라도- 평가를 끄적이곤 했었는데, 삶에 치여 살다보니 그러한 작은 재미를 잊은 것만 같아 슬프다.
조금씩이라도 쓰며 따라잡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항상 똥글을 써봅니다 헤헤.
이 당시는 휴학하고 등록금을 위해 쿠팡 상하차센터와 냉동창고센터를 전전하던 때라... 몇 편 못 봤다... ㅎ
19.10.12.
-고딩 절친과, 동아리 형과 셋이서 보게 되었었다. 둘은 전혀 접점이 없는 것이 당연한 관계였다만 나 때문에 몇 번 만나게 되었었다. 셋은 뜬금없이 영화를 보게 되었었고, 그렇게 보러갔다.
-다른 이들의 평가와는 달리 난 시큰둥했다. 물론 재밌긴 했다만, 그렇게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라 느꼈다. 임팩트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빌런이 조커가 아니라 그런 것일지도. 참고로 난 투페이스를 제일 좋아한다.
-당시 수령한 것은 아니다만(영화관에서 뭘 주는 줄도 몰랐던 시절) 영화관에서 알바를 하던 동생이 나를 위해 포스터를 갖다주긴했었다. 진짜 짱좋았는데... 녀석도 휴학을 마쳐서 ㅠ
19.10.26.
-본작은 내 삼촌이 연출한 영화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한참 전, 삼촌이 쓴 시나리오를 천우희 배우가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꽤 기대했었다. 만나면 축구 이야기를 뒤지게 나누는 절친과 함께 관람했다.
-영화는 염세 그 자체였다. 그랬기에 결말은 내게 있어 최악이었다. 리뷰를 작성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삼촌을 태그했다. 이후 만났을 때에 리뷰를 보았냐고 묻자 삼촌이 짐짓 화내며 말씀하셨다.
'니가 태그해놓고 욕을 적어놓냐.' 죄송해요 삼촌.
자주 하는 이야기인데, 내가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삼촌이 영화 감독인 것과 일절 관련이 없다. 오롯이 아버지의 영향이 100%일 것이다.
19.10.27.
-재개봉을 하였길래 아버지와 함께 관람했다. 아버지의 영화 인생에서 최고로 꼽히는 세 작품이 있다. 공교롭게도 감독이 모두 같다. 에이리언2, 터미네이터2, 아바타. 아바타의 경우 나는 인정 못하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나 역시 열렬히 지지한다.
-당시 극장에서 보며 감탄을 금할 수 없으셨다던 아버지는 극장 내에서, 웅장한 그 테마곡과 함께 나오는 타이틀 인트로에서 조용히 탄성을 내뱉으셨다.
19.10.29.
-지금은 나이지리아로 출장을 간 친구와 함께 관람했었다. 그 친구 역시 나와 같이, 글을 쓰는 취미를 갖고 있는 친구였는데 정말 글을 잘 썼으며, 성격도 좋은 친구였다. 글을 쓰니 보고싶구만.
-개인적으로 난 페미니즘에 딱히 반감이 없다. 오히려 본작을 감상하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어머니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작 중 아이들을 키워야했으니 꿈을 포기했다는 어머니의 말이 내 가슴을 찢었다. 나를 키우기 위해 에어로빅 강사를 그만두셨던 어머니가 생각 나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역시 비약적인 묘사는 잦았다.
-이후 어머니께서 친구 분과 본작을 관람하고 오셨다.
'엄니, 재밌었어?'
'아유! 쓰레기네 쓰레기야!'
'왜 그래요.'
'야! 69년생 나도 저 정도는 안 당했는데 무슨 82년생이~'
라떼 이스 홀스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19.10.30.
-이전에 조커를 함께 봤던 동아리 형과 같이 봤다. 그 형도 터미네이터 정말 좋아하는 형이라 함께 보게 되었다. 3-5를 모두 퇴출시키고 등장한 공식 시퀄이라니. 할로윈도 그렇고 무언가 대개 그런 추세로 가는 것이, 매니아층만을 바라볼 정도로 영화 시장의 창의력이 밑바닥을 보이나 보다.
-영화 자체는 재밌었으나, 부족한 점 또한 많았다. 이 정도면 예의는 갖췄다고 본다.
-이것도 조커 포스터를 준 동생이 똑같이 포스터를 줬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걸 줘서 장롱에 보관중이다. 영화관 내 붙여놨던 걸 받아왔었댔는데. 나도 영화관 알바 마렵다.
19.10.31.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처음 접했던 언어의 정원이라는 영화에서 형용 못 할 많은 감정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허나, 군대 시절 휴가 나와 아버지와 봤던 너의 이름은은 씨발 같았고, 날씨의 아이는 나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인생 베프와 함께 관람하였다. 나도 한 씹덕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새끼는 어나더 레벨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해 죽고 싶었다. 이 정서는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중간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며, '오오. 타키. 타키!' 이러는데 난 갸우뚱. 친구가 옆에서 말했다.
'너의 이름은 주인공이잖아!'
'아, 아 그렇네. 맞네.'
마지막 물에 잠긴 도쿄 씬에서 나 혼자 빵 터진 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때 받았던 굿즈는 친구 다 줘버렸다. 그림 변하는 쪼매난 카드는 내 컬렉션에 있다만.
(by. SQUARE IDIOT)
(by. 네모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