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친한 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힘들었어요. 언니는 여러 이유로 한참 힘들어했지만 또 괜찮아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집에만 있는 것 같아 바깥으로 나오길 유도해봤었어요 하지만 제 노력이 잘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저도 바빠서 잊고 살다가 제가 사람들과 참 여유롭고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에 문득 언니 생각이 났어요.
"아 맞다. 또 한번 연락해야 되는데. 아이 뭐 그래도 또 안나온다 하겠지 더 시간 두고 천천히 연락해봐야지~ "
그게 마지막이 될줄은 몰랐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 부고장을 받았거든요. 제가 공부 하던 때라 뒤늦게 연락을 받고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계속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믿을수가 없어서 장례식장 가는 대중교통 안에서 계속 울면서 갔어요.
언니의 죽음이 제 잘못은 아니지만 전날 언니 생각이 났음에도 제가 잘 못챙겼단 생각에 죄책감이 심하게 들었습니다. 한동안 그랬고 여전히 그 마음은 들어요. 내가 그때 바로 연락했더라면. 하고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선균씨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말도 안하려했는데 뭔가 털어놔야 제가 괜찮아질것만 같아서요.
언니의 죽음은 너무 황망하고 급작스러워 상황을 견뎌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아, 내 주변 사람들도 언제든 무슨 이유로든 사라질수있구나. 지금까지도 쭉 이어오는 제 불안과 공포입니다.
저 이선균씨 많이 좋아했습니다. 나온 드라마, 영화, 예능, 인터뷰, 유튜브 다 챙겨보고 몇번 씩 다시보고 할 정도로 많이 좋아했습니다.
이번 일로 남들이 한없이 까내릴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의심가는 정황 속에 확정되어가는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와의 갭이 있어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근데 죽었대요. 제가 사랑하는, 좋아하는 사람을 또 못본다는 사실이 저를 많이 울적하게 합니다.
그리고 저는 혜진 배우도 정말 많이 사랑하고 또 그 둘의 모습을 오래 좋아했기에 마음이 꼭 텅 빈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중의 소리를 듣는 연예인이지만 이번 일은 너무 크게 이슈됐어요. 사람을 너무 몰아세웠고, 견디기 힘들만큼 몰아붙였어요
그가 한 가정의 아버지고, 형제고, 남편이고 아들이었던 것을 다 잊고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죽였습니다. 어떤 분은 아니라 하시겠지만 저는 그렇다 생각해요
무엇보다 그의 가족들과 그중에 제일 가까운 사이였던 전혜진씨가 너무 안됐고 안아주고 싶어요. 얼마나 힘들까요. 언니와 가족도 아니었던 저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힐링캠프 속 나왔던 이선균씨의 진솔한 모습. 아내와 어떻게 만났고 그 둘이 가족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에 대한 내용. 아내 덕분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는 내용,
아내인 전혜진씨가 기생충 제작 앞두고 본인이 잘못되지 않도록 잘 붙들어줬다는 에피소드 (장항준 감독 유튜브),
터프하지만 속은 정많고 착했던 파스타 최현욱 셰프, 본인도 힘들지만 남을 도울 수 있었던 넓은 그릇 박동욱, 속았지만 사랑으로 끝까지 용서하려 했던 화차의 장문호
그리고 무엇보다 무대인사때 관객석에 앉아있는 사람들 한명한명을 빠짐없이 쭉 둘러보고 마주치며 미소를 보였던 그.
이제는 영상으로나마 들을 수 있는 그의 목소리가 저는 벌써부터 그립습니다.. 실감이 안나다가 빈소 현장을 보고 .. 안보려 했는데 계속 찾아보게 되다가.. 또 안믿기다가 .. 그가 없다는 사실을 되뇌이며.. 좋은 곳에 가 맘 편하게 있길 바라며..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