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조미료 맛이 너무 강하다.
대재앙 이후를 다루는 영화는 주인공의 서사를 표현하는 동시에 재앙이후의 세계도 잘 묘사해야한다. 황야는 훨씬 부담이 적은 방법들을 택했다. 일단 콘크리트 유토피아 유니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세계관이 완성되어있는 상태고, 전달이 살짝 부족해도 보완이 가능하다. 이 영화도 물론 재앙 이후의 세계를 어느 정도 묘사하지만, 이 영화만 보고도 이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잘 표현된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내용의 반복을 우려해서 줄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마동석의 캐릭터성이 너무 강해서 인물의 서사가 가벼워진다. 이전 범죄도시 시리즈 인상이 너무 강하고, 또 스스로 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서 마동석 맛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 언뜻 보면 주인공의 전사를 쉽고 빠르게 표현하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아쉬운 선택이다. 지진 이후의 새로운 세계에서 어떻게 적응했을지 대충 다 알 것만 같으니, 대재앙 이후를 다루는 영화가 ‘어떻게 적응했는지’가 잘 나오지 않아서 장르의 의미가 퇴색된다.
대재앙 이후 어떤 사람들이 새롭게 적응하기 위해 신인류로 진화하기 위한 방법에 매달린다. 그런데 이 신인류로 진화하기 위한 방법을 저지하는 세력이 마동석이 되고, 그 마동석의 전사가 대충 다 알 것만 같으니까 재미가 없다. 영화가 택한 방법은 진화하기 위한 방법의 부작용을 잔뜩 보여줘서 그 방법이 당연하게 틀린 것임을 보인다. 왜 이들이 부작용이 심한데도 신인류로 진화하는 방법에 매달리는지, 마동석이나 군인들의 입장 사이에 놓인 누구에게 죽임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약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좀 더 집중했어야 흥미로웠을 것이다. 관객들은 마동석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저 세계에 놓인 약자의 입장에서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지 생각해보며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선 박서준과 박보영이 유사한 역할을 수행했다.
황야에서는 단순하게 마동석이 선이고 저항하는 사람을 악으로만 표현한다. 약자들 절대 다수는 얼굴만 잠깐 비추는 단역들이다. 그래서 아쉽다. 과학자 말대로 진짜 그렇게 진화할 수 있었으면 대재앙에 적응하는 신인류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영화는 대놓고 한쪽편만 들며 마동석 특유의 껄렁한 유머를 툭툭 던지고 있어서 아쉬웠다. 대신 간단한 배경소개와 마동석의 액션만 남았으니 가볍게 보기는 좋을 것이다. 원래부터 가볍게 소비할 영화를 만들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저는 마동석을 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마동석은 저런 집단이 있는 줄도 몰랐고,
애초에 저 집단을 부수기 위해서 나선 것도 아니고, 오로지 목적은 수나를 찾으러 간 것이니까요.
순순히 수나를 내줬으면 마동석도 그냥 돌아갔을 겁니다.
차라리 여중사가 저 집단을 악으로 생각하고 맞섰던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