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라스 아트의 공포 게임 세 편 후기

일본의 인디게임사 칠라스 아트의

호러게임들을 최근에 세 편 이어서 했습니다.

한동안 신작이 나와도 안하다가

갑자기 하나 해보고 다시 특유의

분위기에 중독돼서 연달아 했는데요.

 

스팀에서 판매중이고 모두 한글지원을 합니다.

한글 번역이 어색하긴 한데 

그게 게임의 투박한 병맛 감성과

또 어울립니다.

1. 지옥전탕

올해 10월 1일에 나온 게임으로

가장 최근에 나온 게임입니다.

 

주인공은 다니는 회사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고 싶어하는데

돈이 없습니다.

그런데 집에 온 전단지에

목욕탕 일을 해주면

월세가 무료라는 것을 보고

시골의 작은 마을로 무작정 떠나게 됩니다.

 

주인공이 목욕탕 일을 하면서 지내게되는

낡고 지저분한 아파트와 목욕탕의

오래된 분위기가 압권입니다.

이 게임사에서 냈던 알바 시리즈 중에

하나로 볼 수도 있을텐데

목욕탕 일은 생각보다 간단한 편입니다.

 

목욕탕 일을 하면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점차적으로 불길한 현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귀신으로 대놓고 겁을 주려는 장면들이 있고

점프스케어가 노골적이라서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저는 재밌었습니다.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최고로 꼽진 못하겠지만

게임의 스토리나 귀신의 캐릭터성,

마을 분위기와 기분나쁜 사람들

등이 호러요소로 괜찮았습니다.

 

해피엔딩과 배드엔딩 두가지가 있고

게임 후반에 나오는 타임어택 이벤트는

결말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도전과제 용이니 크게 부담을

안 가지셔도 됩니다.

불친절한 게임이라

해피엔딩 가는 경로를

모르겠다면 인터넷으로

공략을 찾아보는게 낫습니다.

 

 2. 폐점사건

카페에서 일하는 알바생이 주인공인

게임입니다.

 

여태까지 칠라스 아트 게임 중에

가장 뛰어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봤을 때는

카페 메뉴 만드는게 어려워 보여서

굳이 게임에서 돈 주고 이런 알바체험을 

왜 해야 하나 싶었는데 막상 하다보니 재밌네요.

 

공포게임 답지 않게 카페 알바 일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놨습니다.

공포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주인공은 카페 메뉴를 만들고 일을 해야합니다.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구현되어있어서 손님이 오면 화이트보드에 있는

레시피를 보고 음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단체 손님이 와서 복잡한 메뉴 시키는 게

가장 공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도 게임인지라 요령이 생기면 할만하고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된

일상적인 일의 사이사이 스토커에 대한

암시를 주고 공포스럽고 불길한 일들이

점점 커지는 것이 꽤나 독특하고 현실감있는

공포를 체험하게 해줍니다.

 

게임은 매번 주인공이 사는

복층원룸에서 시작해서

출근 과정을 굳이 매번 

체험하게 하는데

알바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출근 전의 가기 싫은 느낌까지

전달이 잘 됩니다.

 

또 게임이 진행되며

스토커에 대한 공포로

출근 과정의 일상적인 공간까지

공포스럽게 느껴지게 만든 것이 

참 신박하게 게임을 잘 만들었다고

느껴집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다양한 손님들도

독특한 개성을 뽐내면서 유머러스한데

칠라스 아트 게임 중에서도

캐릭터들이 가장 재밌고 다채롭습니다.

 

관찰력이 좋고 예리한 사람일 수록

공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을 듯 합니다.

저는 좀 무신경한 편이라 무덤덤하게 플레이했는데

유튜브 영상을 보니 꼼꼼하게 변하는 게임 속 환경을

다 캐치하는 유튜버들이 있더랍니다.

이 게임은 실황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3. The Night Way Home

이건 성격이 좀 다른 게임입니다.

양갈래 머리를 한 여학생이

어두컴컴한 지하철 역 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그 과정엔 키가 큰 귀신이 계속해서

쫓아옵니다.

 

게임 전체가 추격전으로 되어있고

소소하게 키 아이템을 모아서

진행을 시키게 됩니다.

 

귀신 그래픽도 미니멀하게 귀여운 편이지만

다가올 때 문이 열릴 때 나는 굉음을

효과음으로 써서 기괴한 공포감을

잘 살렸습니다.

 

주인공이 어둠 속에 오래 있으면

패닉상태가 돼서 주저앉는데

여러번의 클릭으로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지나치게 쫓기기만 하면 짜증이 날 수도 있는데

중간에 다행히 귀신을 쫓는 도구를 사용하는

구간도 비중이 있습니다.

 

심플한 내용이라 게임 실황을 봤을 때는

별로였는데 직접 해보니 꽤 재밌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고 요령이 생기면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스토리는 심플하지만 여운이 있습니다.

 

(칠라스 아트사 게임 중에 비슷한 유형으로는

하나코가 있는데 이 쪽이 더 공들여 만들어지긴 했습니다.

캐릭터들도 더 다양하고 키아이템도 좀 더 많고

난이도도 더 높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개성의

요괴들이 매력적이니 공포 장르를 좋아한다면

해볼만 합니다. 짜증나게 어려웠지만

요괴를 하나씩 잡을 때마다

성취감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칠라스 아트의 게임들은

그래픽이 투박한 와중에도

묘하게 실사 느낌을

잘 살려놨습니다.

일본과 문화권이 유사한 지점이 있어서

현실감이 잘 느껴지고

그 일상적인 배경에

불길하고 기분나쁜 공포가

찝찝하게 깔려있습니다.

 

왜 돈주고 이런 게임을

하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게임이라 안전하게

공포를 즐길 수 있고

일상의 무료함에서 벗어나는 

느낌도 들면서 이 게임사만의

괴팍한 유머와 음침한 분위기가

매력으로 다가와서 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