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돌비 마지막 날에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러 갔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사이버펑크 장르와 82년작을 좋아하고,
2049도 호평이 많은데다 돌비 퀄리티가 좋다는 얘기가 많아 기대를 잔뜩 하고 갔는데
기대 이상이네요.
안 봤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칙칙한 하늘과 마천루, 네온사인
정체성을 고뇌하는 인조인간과 인간성에 대한 질문
82년작 이후로 이 장르의 기본 소양이 된 것들이죠.
오히려 전작이 고전의 반열에 들고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클리셰라는 이름으로 재생산되며
이제는 뻔한 디자인과 주제가 되었습니다.
클리셰는 보장된 맛, 정석이지만
새로움 없이 클리셰만 담습한다면 그저 그렇기 마련이죠.
블레이드 러너 2049도 전작의 그늘 때문에
익숙한 맛에 그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빌뇌브 감독은 역시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닌가봅니다.
이제는 뻔한 재료이고 요리의 맛도 예상이 가는데,
요리사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네요.
영상미와 음악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카메라 구도와 빛, 색을 이용한 연출은 감탄만 나오네요.
긴 러닝타임과 호흡때문에 흥행에는 타격이 있었지만,
오히려 컷을 길게 가져가면서
작품의 주제의식을 더 깊게 녹여낸 것 같습니다.
특히 조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옥상씬에서 홀로그램이라곤 믿을 수 없는 사실감을 보여주지만, 담배 연기나 조명으로 인해 계속해서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죠.
메리어트와 싱크를 맞춰 움직이는 장면은 더합니다.
의도적으로 맞지 않는 손, 특히 옷을 벗을 때 엇갈리는 장면은 감탄과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 누워있는 k의 왼쪽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시리얼 번호가 새겨진 오른쪽 눈을 가리고
인간다운 선택을 하며 최후를 맞는 k를 훌륭하게 카메라에 담았어요.
전작에 대한 오마주도 나올 때마다 눈을 즐겁게 했구요.
팬앰이나 아타리 등
인생 영화가 한편 추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