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용은 빼고 썼으니 편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1편에서는 잘 몰랐지만 2편을 보며 감독이 그리고자 하는 방향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감독은 반지의 제왕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 왕좌의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거구나.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엄청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반지의 제왕+스타워즈를 기대한 관객에게는 대실망을
왕좌의 게임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대만족을 줬다 생각합니다.
감독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출력,
장엄한 화면, 정말 있을 것 같은 세계, 극의 몰입도를 올리는 영화 음악 등은 좋았습니다.
한스 짐머 감독이 '먼 미래에도 이어질 악기는 결국 사람 목소리'라고 했던
주제 음악은 장면들과 너무 찰떡이라 소름이 돋을 때도 있었습니다.
빌뇌브 감독이 어느 장면에서 무심한 듯, 어느 장면에서는 세심하게 보여주며
느릿느릿 이야기를 끌어가는 게 아라키스의 황량한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렸고,
어떤 환경이든 결국 그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고, 사람 사는 건 곳엔 수많은 갈등이 생기죠.
그 갈등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철학과 버무려 잘 엮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또, 자극적인 장면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관객의 상상에 맞기는 연출은
관객이 그 장면을 여러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해서 영리한 연출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티모시와 오스틴 두 배우는 역사에 남을 대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특히 티모시 샬라메는 톰 크루즈의 뒤를 잇는 무비스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점으로는
몇몇 부분에서 이야기의 도약이 심하다고 느꼈습니다.
추가 설명이 있어야 관객의 이해를 돕고, 몰입감을 높일텐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듄이 철학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폭력적인 정치 수단인 '전쟁'을
더 효과적이고 웅장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텐데
확 부풀어 오른 풍선이 뻥하고 터지는 게 아니라
소리도 없이 바람이 빠진 느낌이라 뭘 본 건지 모를 지경입니다.
티모시의 연기력이 매우 좋았다면 상대역인 젠다야 배우는 뭘 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그냥 거미 남친과 뉴욕을 날아다니고 있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극장에서 걸어줄 때 몇 번 더 보고 싶습니다.